전통 생산 방식에 비해 '초기 인력-장비 세팅' 부담
제네릭 품목 비중이 높은 국내사들 유인동기 전무

신년기획 | 제약산업계에 등장한 유령 'QbD'

누가 '설계기반 품질고도화(QbD)'의 실체를 보았는가. 제약산업계에서 임의제조와 같은 GMP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QbD는 유령같은 존재다. 들어는 보았는데, 이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도입되고 있는 지, 업체들이 우려하는 점은 무엇인지, 속 시원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히트뉴스가 QbD의 단편들을 모아 그 실루엣을 살펴본다.

① 식약처가 이어온 국내 QbD의 발자취
② QbD 앞에 선, 국내 제약사의 현실
③ QbD, 왜 고객은 고려하지 않습니까?

국내에서 QbD 개념을 완전하게 적용해 품목허가를 받은 사례는 없다. 특정 의약품의 제품 개발, 생산과정에서 QbD의 전략이 일부 반영된 경우가 다다.

대웅제약은 작년 식약처 QbD 컨설팅 사업에 참여해 자사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프라잔' 주사제 생산공정에 반영했다. 회사는 컨설팅을 통해 △제제설계 △제조공정 개발 △공정분석 기술 △생산규모 확대 등의 QbD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컨설팅 사업의 결과로 '펙수프라잔' 주사제 동결건조 공정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생산비용을 35% 가량 절감한 반면 생산가능용량은 1.5배 증가시켰다고 밝혔다.

 

세계는 왜 QbD에 집중하는가?

글로벌 탑티어(Top Tier) 제약회사와 제약 선진국 규제기관들이 하나 같이 QbD에 집중하는 이유는 QbD가 갖는 장점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한 QbD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QbD 도입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품질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의 품질관리는 허가문서 상 허가된 수치를 벗어나면 일탈(Deviation)로 처리한다. 정해진 수치를 벗어났음에도 제조해 유통할 경우, 임의제조(허가사항 위배제조)로 간주돼 GMP위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일탈 발생으로 의약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유의미한 영향이 있는 지는 고려요소가 아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의 허가 사항과 다른 기준으로 제조하기 위해선 '허가 변경 과정(변경허가)'을 거쳐야 하는 데, 이 과정에서 시간과 인력이 소요된다. 

이 지점에서 QbD의 기본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QbD는 △TPP(개발 의약품의 이상적 특성 예비 요약, Target Product Profile) △QTPP(개발 의약품의 품질 특성 요약, Quality Target Product Profile) △CQA(중요품질특성, Critical Quality Attribute) △Unit OPs RA(단위 공정 위험평가, Unit Operations Risk Assessment) △DoE(시험계획법, Design of Experiment)의 과정을 거쳐 실현시킬 수 있다. 

각 과정은 위험평가를 기반으로 선행 단계에서 후행 단계로 연결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최종 DoE는 개발의약품의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성을 기반으로 설정된다. 

이 DoE를 기반으로 물질 특성 및 상호작용, 공정 파라미터의 복합적인 조합으로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 설계된 범위인 DS(설계 공간, Design Space)가 설정된다. 

DS는 품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값을 가지는 파라미터들의 경우의 수 조합이기 때문에, 과학적 또는 통계적 기반으로 유효하게 설계됐다면 이 범위 내에서 의약품이 생산될 경우 안전성과 유효성에 영향이 없다는 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즉, 불필요한 허가변경 과정 없이 유연하게 상황에 맞는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생산성 또한 개선할 수 있다"며 "DS까지 세팅이 됐다면, 'JMP Pro'와 같은 통계 소프트웨어의 힘을 빌려 생산성이 높은 최적 조건을 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량률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나올지 미리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정 파라미터 조합 변경만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결론이다.

또한, 그는 "QbD가 적절히 도입됐다면, 전 공정의 연속공정화가 가능하다"며 "즉, 실시간 품질 및 공정 관리가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리자는 공정 파라미터의 모니터링 만으로 제품들이 품질 이상 없이 진행되고 있는 지 파악할 수 있고, DS를 벗어나지 않도록 재조정도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출하 전 별도의 QC(품질관리) 절차 없이 실시간출하가 가능하게 하는 큰 장점이다.

이 외에도, QbD에 근거한 허가 문서를 요구하는 해외 규제기관이 증가하고 있어 국내 제약회사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때 품목허가 시간 단축 등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적 장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장점 있다는데도 국내 제약사는... "그래서 왜 해야 되는데?"

국내 제약사가 자체 생산 시스템에 QbD를 도입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이유는 크게 2가지일 것이다. 글로벌 진출에서 허가 시간 단축을 단축하려 하거나, 품질 이슈에 유연하게 대처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신약 개발을 위해 QbD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한 회사 관계자는 "QbD를 위해서는 △전문인력 △시험 설비 △구체적인 절차 △개발 기간이 필요하다"며 "전문인력과 QbD도입 절차는 식약처와 중기부 등 정부기관의 QbD 개발 사업으로 어느 정도 극복이 되겠지만, 시험 설비를 위한 장비 비용과 개발기간은 제약사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개발 및 생산 방식에 비해 초기 진입장벽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중견제약사 한 공장장은 "QbD의 시스템 효과와 이익을 명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고, QbD 미도입 시 크게 불이익받는 요소도 없는 상황"이라며 유관부처 지원과 제도적 장치 마련, 제약사들의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미국 FDA의 QbD 의무화 범위에 대한 질문에 한 QbD 전문가는 "FDA는 QbD에 기반한 CQA를 CTD에 작성할 것을 의무화 하고 있으나, DS를 설정해 관리하는 단계까지는 아직 의무화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제약사들도 식약처에 CTD 작성 시 모듈 2, 3에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에 대한 CQA를 기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QbD를 근거로 작성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34개의 신약이 탄생했다. 제약사 중 제네릭을 주 품목으로 제조 및 판매하는 업체 비율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그는 "QbD를 도입하기 위한 유인책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제약업체에게 부담을 강요할 순 없다"며 "유관부처는 QbD 도입을 촉진하기 위한 본질적 고민을 계속해야 할 것이며, 제약사는 해외 사례와 QbD 원리와 도입 취지를 이해하고 현명한 판단을 해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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