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투자 정보를 얻는 합리적 방법이 필요할 때

바이오 투자가가 정보를 얻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큰 비중은 언론 기사가 아닐까 싶다. 더불어 증권사 리서치 센터에서 발간하는 다양한 리포트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바이오 투자 관련 유튜브 채널이 많이 생겼고 여러 SNS를 중심으로 특정 회사 투자가들의 모임도 활발하다. 유튜브 채널과 SNS 커뮤니티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여 정보를 공유한다.

또한 관련 논문과 포스터 등을 탐독하고 글로벌 회사의 IR 자료를 살펴보며 경쟁 환경을 파악하는 분들도 많이 생겼다. 이러한 정보에 무차별하게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기에 우리 손에는 많은 raw material이 있다. 문제는 이것을 해석하여 판단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일선 매체에서 기사화되는 내용 중 상당수는 회사의 보도자료다. 주로 R&D와 관련된 진행 상황이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된다. 회사에서 작성한 보도자료은 언론에 전달되고 언론은 그대로 전한다(물론 일부 가감은 있음). 현재 상황만 본다면, 언론은 바이오 회사의 여러 소식을 '전달'하는 '플랫폼'인 것이다.

상당수 투자가는 회사 보도자료와 대동소이한 내용을 기사를 통해 접한다. 보도자료 중 의미 있는 내용이 있다면, 증권사 리포트와 일부 바이오 전문 매체를 통해 심층적인 분석이 가미되기도 한다. 하지만, 보도자료의 양적 수준에 비해 그 빈도는 많지 않은 편이다.

그렇다 보니, 유튜브 채널 혹은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의견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바이오 분야 특성상, 관련 지식을 학습하지 않았다면 기본적인 용어조차도 낯설 수밖에 없다. 개념 이해가 부족하면, 회사의 보도자료와 IR 슬라이드를 이해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바이오 투자는 하고 싶지만, 직접 해석할 수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말과 글에 의존하게 되고 때로는 맹신하게 된다. 결국, 그들이 제시하는 결론에 구속된다.

이렇게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유튜브 채널이나 커뮤니티 등에서 활용하는 자료는 어떤 것일까? 상당수 언론사 기사, 증권사 리포트라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간혹 논문을 가져와 설명하는 경우도 있음. 하지만 전문이 아닌, 초록의 일부 내용을 번역하는 수준). 자료 활용의 적절성은 차치하더라도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잘못 해석하거나 그저 주가 흐름에 편승하여 투자가들의 '멘탈 관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들이 외신에서 보도했다며 인용하는 자료의 출처가 상당수 GlobeNewswire 혹은 Business Wire(PR 전문 플랫폼)라는 점을 고려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결국, 회사가 최초 생산한 보도자료가 서로 다른 이름을 갖고 유통될 뿐이다.

 

 

어떤 방향이 이상적일까?

회사에서 보도자료를 낼 때는 대부분 근거가 있다. 예컨대, 임상시험에 관한 소식이라면, 관련 데이터가 있을 것이고 해당 데이터는 포스터 혹은 논문의 형태로 발표되었을 것이다. 물론 출판되기 전 예비 데이터, 중간 데이터, 탑라인 발표 등의 형식을 취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역할은 연구 결과를 가감없이 발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물론 미국처럼 데이터 발표 후, 컨퍼런스 콜을 통해 부연 설명을 하고 투자가와 Q&A를 주고받는다면 금상첨화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 바이오 회사 중 이러한 회사는 거의 없다.

'가감없이 발표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간단히 말해서 임상 연구의 목표와 목표 달성 여부, 다음 단계를 설명하는 것이다. 데이터에 대한 가치 판단은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 물론 미국 회사들도 'interesting’, ‘promising'등의 수식어를 종종 구사하지만, 가치 판단은 거의 하지 않는다. 또한 경쟁 약물의 다른 임상 데이터와 비교하는 것도 자제하는 편이다(요즘은 경쟁 약물과 제한적인 비교를 하는 회사도 있음).

회사가 지극히 건조하게 보도자료를 발표하면, 평가와 해석은 시장의 몫이고 이 과정에서 언론과 분석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더불어 개별 투자가들은 이러한 해석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현실은 소위 '분석가의 역할'이 부족하다 보니 보도자료에 대한 해석을 회사에게 요구한다. 물론 나스닥 상장사의 컨퍼런스 콜에서도 기관 투자가들은 회사 내면(?)의 생각을 듣기 위해 여우 같이 질문하지만, 회사는 곰처럼 답변한다. 곰처럼 답변하지 않고 과장해서 답변하면, 엄청난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 목마른 투자가들이 많은 상황에서 회사가 불필요한 말을 한다면, 이러한 코멘트는 다양한 경로로 전파, 유통된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더해지거나 왜곡되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회사가 담백한 보도자료를 발표하면, 시장에 있는 다양한 언론사와 분석가들은 합리적인 근거에 기반하여 자신들의 생각을 표출하고 '토론의 장'이 펼쳐지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은 다소 요원해 보이지만,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서는 매우 중요하다.

가속 페달을 밟고 무한 질주하는 것은 무척 짜릿한 일이다. 더불어 특정 질주 구간에 동참했다는 것을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다. 무한 질주는 판타지일 뿐, 적절한 시점에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브레이크는 사고가 나기 전에 여유 있게 밟아야만, 대처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브레이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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