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처방 뚫을 대책, 시판후조사, 디지털바이어마커 개발 등 해결과제 산적

2021년 12월 6일 미국의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 업체인 Pear therapeutics가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하여 나스닥에 상장하였다. Pear therapeutics 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디지털 치료제를 저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 바이오 의약품(biologics), 세포유전자 치료제(gene and cell therapy)에 이은 다음 세대 신약으로 홍보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김준환 교수
서울아산병원 김준환 교수

한국에서도 디지털 치료제는 코로나 19 판데믹 시기인 2020년과 2021년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투자계의 키워드 중 하나였다. 특히 기존 바이오텍에 주로 투자하였던 VC(벤처 캐피탈)에서도 또다른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인식하여 디지털 치료제 업체를 검토 및 투자하는 케이스들이 늘어났다. 또한 대한디지털치료학회가 출범하는 등 학회 차원의 움직임들도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정부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2020년 8월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2021년 12월에는 불면증, 알코올 사용장애, 니코틴 사용장애라는 세 적응증에 대하여 디지털 치료기기 안전성/성능 평가 및 임상시험계획서 작성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디지털 치료제와 디지털 치료기기는 동일하게 사용되는 용어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의료기기에 더 초점을 두어서 디지털 치료기기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식약처 정의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기기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 Software As a Medical Device)이다.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는 디지털 치료기기에만 사용되는 용어는 아니고 의료 인공지능(AI)등에도 사용되는 용어로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고 의료기기의 사용목적에 부합하는 기능을 가지며 독립적인 형태의 소프트웨어만으로 이루어진 의료기기로 정의된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이다 보니 작용원리, 적응증, 대상 등에서 웰니스 제품과 구분되어 진다. 또한 의료기기이다 보니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승인서(IND, Investigational New Drug Application)를 제출 후 승인이 되어야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 업체들과 식약처, 학회에서는 디지털 치료기기 임상시험 기간은 기존 의약품보다 단축되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을 디지털 치료기기 장점 중의 하나로 들고 있다.

SaMD 모식도 (출처: 최윤섭의 헬스케어이노베이션)
SaMD 모식도 (출처: 최윤섭의 헬스케어이노베이션)

현재 한국에서는 2021년 12월 기준 8건의 디지털 치료기기 임상시험 계획이 승인을 받았다.

각각 2019년에 뇌손상 환자들의 시야 장애 치료 1건, 2021년에 소아 근시 환자의 근시 진행 억제 1건, 호흡재활 치료 1건, 불면증 환자의 불면증 치료 2건, 만성 뇌졸증 환자의 상지 재활치료 1건, 알코올 중독 환자의 중독 장애 개선 1건, 니코틴 중독 환자의 중독 장애 개선 1건이다.

 

2022년 디지털치료기기 1호 승인 기대감

임상연구 기반 확보, 의사처방 등 과제 많아

관련 디지털 치료기기 업체들은 2022년에 디지털 치료기기 1호 승인 업체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향후 기존 제약 산업처럼 자리를 잡기 위해서 해결되어야 될 과제들도 있다.

먼저 분업화되고 밸류 체인이 잘 확립된 기존 제약 산업과는 달리 디지털 치료기기는 아직 산업 초입 단계라서 임상 연구 디자인에서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존 제약 산업쪽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임상시험수탁기관) 업체들도 디지털 치료기기 임상 진행은 이제 시작인 단계라 절대적인 경험 및 시간이 필요한 상태이다.

특히 이중 맹검 디자인에서 필요한 디지털 위약(Digital placebo, sham)은 디지털 치료기기의 핵심 작용 기전은 제거하면서 대조군과 치료군을 알 수 없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이 경우 이러한 설계가 앱(app) 형태에서도 가능할지 디지털 위약 설계에 따른 비용대비 효과가 있을지도 눈여겨 봐야 하는 항목이다.

다만 현재 확증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디지털 치료기기 업체들이 성공적으로 식약처 승인을 받는다면 이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제약 산업처럼 디지털 치료기기 전문 CRO 및 CDMO(위탁개발생산, 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 업체들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는 처방권을 가진 의사들이 아직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인식이 적다는 점이다. 2021년 한국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한 의료인 디지털 헬스케어 수요 및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한 인식은 12.7%에 불과했다.

수가 등의 디지털 치료기기 보상체계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이 부분이 해결이 되지 않으면 디지털 치료기기는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 물론 디지털 치료기기 업체들은 임상에서의 unmet needs를 해결한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동안의 제약 산업의 역사를 보았을 때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성에 대한 객관화된 자료 및 논문들이 학술대회, 디테일링, 마케팅을 통하여 전달되어야 한다. 이 부분은 이러한 마케팅 경험이 충분한 기존 제약회사와의 협업이 필요한 부분이며 이에 따른 비용 증가를 디지털 치료기기 업체들은 미리 고려해야 한다.

특히 같은 적응증에 대한 디지털 치료기기 제품이 늘어나게 되고 해외 디지털 치료기기 제품이 국내 허가 승인을 받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는데 이 경우 마케팅 경쟁은 더 치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전에 디지털 치료기기 작용기전에 대한 특허 보호 전략이 필요하며 반대로 특허 회피 전략도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현재는 정신건강의학 분야, 만성질환에 한정되어 있는 디지털 치료기기 적응증을 늘리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하여 기존 약물 치료제와 병합하여 치료 효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시도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로 처방권을 가진 의사 입장에서 최대한 디지털 치료기기 처방이 쉽도록 되어야 한다. 처방까지 가는 단계들이 길고 복잡할수록 의사들은 디지털 치료기기 처방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즉 일부 과의 일부 의사들만 처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디지털 치료기기 특성상 처방 이후 비대면 / 대면으로 환자 데이터 확인 및 피드백이 필요한데 이 과정이 최대한 편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전자의무기록(EMR)과의 연동이 가능할 수록 의사들은 이 과정을 편하게 느낄 수 있으므로 EMR 업체들과의 사전 협업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치료기기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이다 보니 보안(cybersecurity)에 대한 대응, 국제 표준에 대한 고민들이 필요하다. 해킹을 통하여 보안 문제가 생기면 환자 데이터 유출 뿐만 아니라 환자 안전 문제, 비용과 시간을 들여 개발한 디지털 치료기기의 무단 복제 등의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가 임상 현장에 출시되는 순간부터가 또다른 시작이 될 것이다. 리얼월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시판후조사 (post-marketing surveillance , PMS)가 진행되어야 하며 디지털 치료기기를 통한 최대의 효과를 보일 수 있는 환자를 찾기 위한 디지털 바이오 마커 개발도 같이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이용하는 특정 세대에서의 디지털 문맹(Digital literacy)을 해결하기 위한 관련 연구들도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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