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홍기종 건국대학교 교수
"지원 제대로 되면 5년내 백신분야 한 축 담당도 가능"

"재조합백신 기술에 비해 우리가 mRNA 백신 분야에 있어 뒤쳐져 있는 것은 맞습니다. mRNA 백신을 보유해야 할 당위성은 충분합니다." 

홍기종 건국대학교 교수는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에서 보건연구관으로 일했고,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인터파크바이오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체 경험을 갖추고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에서 일본뇌염과 코로나19 백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정부, 기업, 학계에서 다양하게 백신 경험을 쌓은 홍 교수는 글로벌 백신 허브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거침없이 이어 나갔다. 

이미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국가가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mRNA 백신 확보가 의미가 있나요? 

재조합백신 기술에 비해 우리가 mRNA 백신 분야에 있어 뒤쳐져 있는 것은 맞습니다. mRNA 백신을 보유해야 할 당위성은 충분합니다. 이런 당위성에 맞춰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국립보건원 등)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컨소시엄과 별개로 mRNA 기술 확보에 나섰습니다. 

과기부는 전달체로 사용할 LNP기술과 항원안정화를 위한 캡 기술에 대한 원천기술 확보와 이들 기술의 개선형 융합 기술을 개발하는 쪽으로 지원해야할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실물 mRNA 백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지원을 늘려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실물 백신은 인플루엔자나 코로나, 일본뇌염 등 여러 감염병 백신이 대상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향후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mRNA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현재 안동과 화순에 있는 백신실증지원센터처럼 말이죠. 

mRNA 기반 백신실증지원센터가 플랫폼으로 구축되면, 연구자와 기업들이 다른 전염병에 대비해 빠른 속도로 mRNA 기반 백신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지원들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적어도 5년 내에는 우리나라도 mRNA 백신 분야에서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mRNA 백신은 재조합 백신을 대체할 기술인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백신은 종류별로 특징이 있습니다. 사실 효능만 놓고 보면 홀(whole) 백신이 가장 좋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홀백신은 안전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의 경우 10만명 중 1~2명만 사망해도 큰 문제가 되죠. 이런 상황에서 매우 낮은 확률이지만 증식의 가능성이 있는 홀백신을 중심으로 백신개발 방향을 유지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안전성(safety) 측면에서 재조합, mRNA 등 컴포넌트(component) 백신을 선호하게 된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예방률의 숫자를 개개인의 방어능으로 백신의 효능을 평가하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해석입니다. 가령 A 백신의 예방률이 90%라고 가정해 봅시다. 그럼 이 백신을 접종할 경우 100명 중 90명은 유효한 항체가 형성되고, 나머지 10명은 적절한 항체가 형성되지 않음을 수치로 나타낸 것입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어떤 백신을 접종하든 접종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였다면 항체가 발생할 확률은 100% 입니다. 접종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는 방어능이 0% 이고요.   

 

지난 6월 '글로벌 백신 허브화 전략'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관련 전략을 발표하셨습니다.

그 당시 제가 업계의 자문을 토대로 제시한 전략은 △생산시설 구축 △연구 인프라 구축 △인력 △소부장이었습니다. 이들 각 요소에 대해 이미 정부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중 우리가 가장 먼저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생산시설입니다.
 
생산시설은 자본과 시설만 있으면 됩니다. 설비 서비스는 1~2년 내에 자본력을 바탕으로 구축할 수 있고, 이미 우리가 일정 부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향후 2~3년 내에 우리가 글로벌 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연구 인프라도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합니다. 물론 연구 인프라는 생산시설 대비 오랜 기간이 걸릴 것입니다. cGMP부터 시작해,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들을 충분하게 확대, 구축하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한 감염병에 대한 임상시험을 보다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대학병원과의 네트워크도 구축해야 합니다. 1~2년 내에 이런 전문성(expertise)를 갖는 것은 쉽지않은 부분이므로 중장기 계획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백신 뿐만 아니라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있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자립화에 담론이 많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호주의 소태아혈청(FBS)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중국 등의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백신 공장을 살펴볼까요?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소부장이 외국계 기업의 제품입니다. 

장비의 AS는 인도회사가 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는 아직 그런 수준의 장비회사들도 없는 상황이죠. (극단적으로 표현해) 외국계 회사들이 소부장을 공급하지 않고, AS를 해 주지 않으면 국내기업들의 공장들이 당장 멈추게 될 수도 있죠. 

소부장 자립화는 연구 인프라만큼, 아니 연구 인프라 구축보다 더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배지, 일회용 실험기구, 기계설비 등을 생산할 수 있거나 개발하고자 하는 국내기업들과 이미 글로벌 수준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관련 외국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국내외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노하우나 국제적 인지도 등을 갖춰야 합니다. 당장 그들의 기술을 전수받을 수 없다면, 적어도 주력으로 사용되는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을 국내 생산하는 수준에서라도 시작해서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줘야 합니다. 

 

인력 양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단순히 석박사 수준의 연구인력을 늘리는 선에서의 인력양성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백신 개발과 생산 현장에서 실무를 할 수 있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많이 부족합니다. 국내 뿐만아니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 EMA, WHO PQ 등 인허가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수 있고, 해외 규제당국의 실사를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을 지금보다 훨씬 전문적으로 풍부하게 키워내야 합니다.

현장에서 설비나 공정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실무를 할 수 있는 인력도 훨씬 많이 양성해야 하고요. 최근 연세대학교를 비롯한 몇몇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보다 다양하고 직접적인 전문 교육 프로그램이 더 많이 생겨나야 합니다.

이 인터뷰는 히트뉴스 무크 정책잡지 <끝까지 히트 2>에 게재된 것입니다. 인터뷰는 10월 중 진행된 것이며, 홍숙 기자가 작성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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