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은 신속한 론치가능한 검증된 시장"
중 제약사의 경쟁력은 '합리적 가격과 제품력'

넓은 면적과 많은 인구, 게다가 고령화된 사회, 세계 2위의 의약품시장인 중국은 이웃나라인 한국에게 기회의 땅이다. 더욱이 중국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과거 CFDA)이 2015년부터 실시한 정책개혁이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중국은 제약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다. 그런데 거꾸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있다. 안텐진과 베이진, 에베레스트 등 3개사다.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국내 진출을 선언하며 한국지사 세팅 단계에 있다. 그들은 왜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지, 파이프라인 면면은 어떠한지, 생존전략은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① 한국 진출하는 중국의 신생 제약바이오기업들
② '검증된' 한국 시장에 선보일 제품은  

 

인수합병·합작사 아닌 직접 진출할만큼 한국은 검증된 시장

과거 글로벌 제약사들은 국내사들과 합작 형태로 한국에 진출했었다. 로컬 제약사들이 가진 자원과 정보, 네트워크 등을 활용할 수 있어 빠르고 손쉽게 안착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물론, 한국 법인을 설립하거나 국내 제약사를 인수하는 것보다 리스크도 낮았다. 그러나 베이진과 안텐진, 에베레스트메디신은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 진입을 위한 정공법을 택했다. 빠른 결정으로 신속한 제품 론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검증된 시장이라는 점도 확신을 더 한다. 

이들은 한국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공통된 목소리를 냈다. 베이진APAC 대표 아담 로치(Adam Roach/Head of Commercial APAC)는 "더 나은 치료법을 찾으려는 환자와 충족되지 않은 의학적 욕구가 있는 나라는 어디든 중요하다. 더욱이 한국은 혁신과 과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진화된 의료시스템과 인프라를 가진 곳이기 때문에 직접 진출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인에서 유병률이 높은 암종에 대한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한국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부연이다. 

아시아 태평양이 주 무대인 제약사들에게 한국 시장이 갖는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안텐진 김민영 대표는 "한국의 시장 크기, 의료와 임상 인프라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곳이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에게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크다"고 전했다. 실제 안텐진은 지난 10월 한국회사인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와 ADC(Antibody drug conjugate) 분야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해 국내사와 파트너십 기회를 넓히고 있다.

에베레스트메디신 박혜선 대표는 "중국은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시장이고, 한국은 이미 선진화된 시장으로 분류된다. 한국이 가진 선진 시스템과 매력적인 단일보험 체계, 많은 인구 등을 고려하면 한국은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다"고 밝혔다.

 

국내 선보일 제품은 퍼스트 또는 베스트 인 클라스

안텐진 김민영 대표.
안텐진 김민영 대표.

그렇다면, 전략적 요충지 중 하나인 한국을 공략할 무기는 무엇일까. 국내에서 가장 먼저 품목허가를 받은 곳은 안텐진이다. 안텐진은 앞서 언급한 재발 불응성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엑스포비오의 허가를 올해 8월 획득했다.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희귀의약품 지정에 이어 약 10개월 만이다. 엑스포비오는 단백질 엑스포틴1의 수송을 차단하는 작용으로 항암효과를 내는 SINE 계열 퍼스트-인-클라스로 현재 급여등재 과정을 밟고 있다. 안텐진이 준비하는 두 번째 약물은 간세포암에 임상을 진행 중인 오나타서팁이다. 

에베레스트메디신은 유방암 치료제 트로델비(성분명 sacituzumab govitecan)를 한국 진출 첫 약물로 꼽았다. 트로델비는 여러 일반적인 상피암에서 과발현되는 세포막 항원인 TROP-2를 겨냥한 최초의 항체-약물 결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다. 유방암 중에서도 예후가 나쁘고, 재발률도 높으며 미충족 수요가 있는 삼중음성 유방암 타깃이다. 올해 4월 식약처가 희귀의약품 및 신속심사를 지정해 승인리뷰가 진행 중이다.

사실 한국과 가장 먼저 인연이 닿은 곳은 베이진이다. 베이진은 지난 2015년부터 국내에서 18건의 임상을 승인, 진행해왔다. 그러다 올해 6월 처음으로 베이진코리아가 직접 항-TIGIT 항체 후보 옥시퍼리맙과 티스렐리주맙을 병용해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비교하는 3상을 승인받았다. 하지만 베이진의 1호 약물은 티스렐리주맙은 아니다. 자체개발 신약인 브루킨사가 한국에서 첫 번째 제품이 될 전망이다.

FDA는 브루킨사를 이전에 최소 하나 이상의 치료를 받은 성인 환자의 외투세포 림프종(MCL) 치료제, 성인 발덴스트롬 마크로 글로불린혈증(WM) 환자의 치료제로 허가한데 이어 지난 9월 재발성 또는 불응성 변연부 림프종(MZL) 치료제로 추가 승인했다. 3개사의 첫 번째 약물의 공통점은 선진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아 검증을 거쳐 국내 출시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생존전략, 약값? 제품력?

중국 제약사들이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 중 하나는 '합리적인 가격'이다. 급여등재에 또는 급여기준 확대에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쏟으며 정부와 상호 간 '적정한' 가격을 찾기 위해 줄다리기를 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부러워할 만한 요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약값은 비급여일 때 경쟁력이 있지만 급여권에 진입했을 때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급여등재된 항암제는 본인부담률이 5%이기 때문에 가격보다는 제품력에 좌우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서울 한 종합병원의 종양내과 교수는 "항암제 처방 시 고려사항은 치료효과는 기본이고,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임상 결과가 풍부한 글로벌 신약을 사용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시쳇말로 팩트 폭력을 날리자면 Made in China에 대한 선입견을 극복하는 것이 숙제라는 것이다. 

에베레스트메디신 박혜선 대표.
에베레스트메디신 박혜선 대표.

이들 회사는 제품력에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에서의 임상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에베레스트메디신 박혜선 대표는 "회사가 가진 파이프라인은 미충족 의학적 수요가 높은 질환을 타깃하고 있다. 미충족 수요가 높다는 것은 지금의 약제들로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에 차별화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충분히 가능성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생회사다 보니 의료진들은 물론 이해관계자들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에서 임상이 적극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할 예정이다. 본사에서도 긍정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영업은 유연성을 갖고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와 협업이 필요하다면 고려할 수 있다"고도 전했다. 베이진코리아 관계자는 "약제가 혁신적이라도 환자가 약값을 감당하지 못하면 외면받을 것이다. 또 베스트-인-클라스(Best in Class)라고 해도 비슷한 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임상적 유용성이 개선됐거나 적응증을 추가 타깃해 신약을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의약품 품질 이슈도 기우라는 입장이다.  김민영 대표는 "안텐진은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지 CDMO에서 제품을 생산해서 공급하는 유통망이 갖춰져 있다. 엑스포비오의 경우 미국 뉴저지 소재의 CDMO에서 제조를 한 후 전 세계적으로 공급된다. 의약품은 각 나라의 규제당국이 제조소를 포함해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허가를 해주기 때문에 해당 기준을 통과해 승인이 이뤄졌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제약사 아닌 차세대 글로벌 제약사

중국에 본사를 둔 회사다보니, 중국 제약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공통적인 당부는 미국 제약사, 유럽 제약사 등으로 구분하지 않는 것처럼 중국 제약사보다는 글로벌 제약사로 봤으면 한다는 점이다. 그 바탕에는 퍼스트-인-클라스 또는 베스트-인-클라스 신약을 보유한 제약사라는 점을 강조한다. 글로벌 제약사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은 물론 유명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받아 안정적인 기반도 갖췄다.

안텐진 김 대표는 "미국의 투자회사 피델리티(fiderity)와 제약사인 BMS 등의 튼튼한 투자사가 있고 무엇보다 파이프라인에 자신 있다.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제를 제공하고 환자를 먼저 생각한다는 회사의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만큼 다른 글로벌 제약사와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베이진 APAC 아담로치 대표
베이진 APAC 아담로치 대표

베이진APAC 아담 로치 대표는 "회사는 2021년 10월 기준 업계 최대 규모인 230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글로벌 R&D 팀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자체 개발한 의약품에 대한 자신도 있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이며 최신 기술을 채택하고 열정적인 기업이다. 신약이 나왔을 때 전세계 환자들이 빠르고 합리적인 가격에 치료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이 같은 점에서 베이진이 차세대 글로벌 회사다"라고 말했다.

에베레스트메디신 박 대표는 "종양, 면역질환, 심혈관 및 신장질환, 감염질환을 타깃한 강력한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C-Bridge Capital, Blackrock, RA Capital, GIC 등 글로벌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또 트로델비는 계획한 일정보다 6개월 앞당겨 Biologics license application(BLA)을 제출하는 등 발빠른 실행 능력도 갖췄다. 신생 기업이지만 조직, 역량, 파이프라인 등 3박자는 여느 글로벌 제약사 못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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