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력 만랩인 비브라운 코리아 정진용 이사와 캠핑해보니...

캠핑족 700만 시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캠핑인구는 10년새 10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 길이 막히고 실내 모임이 어려워지자 야외에서 먹고, 자고, 즐길 수 있는 캠핑에 눈을 돌리는 추세다. 

풀벌레 소리가 정겹기는 커녕 벌레 공포증이 있는 기자는 캠핑보다 호캉스를 선호하지만, 대세에 뒤쳐지는 것은 싫으니 이쯤되면 캠핑을 경험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초보자들끼리 떠나는 캠핑은, 순화한 표현을 빌리자면 자진해서 고생문을 열고 들어가는 격이다.

그렇다면 캠린이를 이끌어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주위를 둘러보니 적임자가 떠올랐다. 풍부한 리더십과 십여년간 경험을 쌓은 캠핑력 만랩인 비브라운코리아 '정진용 이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고위자과정을 함께 들으며 인연이 닿은 정 이사와 2명의 동기들을 더 섭외해 총 4명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 강원도 영월로 캠핑을 떠났다. 참고로 캠핑 참여자 모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서울에서 출발해 2시간 30분 남짓 달려 도착한 강원도 영월군 무릉도원면 무릉법흥로 한 캠핑장이 나의 로망을 실현시켜 줄 곳이다. 약 5000평 규모의 탁 트인 캠핑장은 글램핑존과 텐트존이 같이 있어 캠핑 초보자들도 즐길 수 있겠다 싶다. 

하지만 캠핑에 필요한 짐을 내리는 그 순간, 로망은 곧 현실이 된다. 짐은 차 한 가득인데다 텐트를 치는 일은 서늘한 날씨에도 땀을 한 바가지 쏟게 한다. 그 뿐인가 펼쳐 놨으면 다시 치워야지. 문득 캠핑은 번거로움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정 이사는 그 번거로움을 즐겼다. 6~7명은 옹기종기 잘 수 있는 텐트도 순식간에 뚝딱, 낯선 캠핑장비 정리는 물론 사소한 요리도구 세팅까지 능숙하게 완료한 정 이사에게 물었다. 도대체 캠핑이 왜 좋은지.

무료 캠핑권으로 우연찮게 캠핑을 시작했어요.

"우연찮은 기회에 캠핑을 시작하게 됐어요. 2010년쯤인가, 차를 바꿨는데 해수욕장 무료 캠핑권을 주는 거에요. ‘티켓을 썩힐 수 없으니 한번 가볼까’ 라고 생각하면서 캠핑을 갔는데 그때부터 캠핑 재미에 빠져든 거죠. 저는 사실 여름휴가도 온천을 가는 사람이에요. ‘이열치열’을 실천하는 게 아니라, 그저 사람 많은 것이 싫어서 더운 여름날 사람들이 피하는 온천으로 휴가를 가는 거죠. 캠핑도 독립된 공간에서 가족들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제가 가족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것도 좋고요."

유년시절 아버지를 따라 낚시터에 다녔던 좋은 기억도 그를 캠핑족으로 이끌었다.

"제가 4남매 중 막내에요. 어렸을 때 아버지 따라 낚시터에 많이 다녔는데 부자지간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좋았던 것 같아요. 많은 말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의 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는 아들만 둘인데 캠핑을 통해 그런 정서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첫째가 10살, 둘째가 7살에 캠핑을 시작해서 한달에 2~3번은 갔던 것 같아요. 애들이 크면서는 3부자만 캠핑을 갔는데, 아내에게도 휴식시간을 줬다고 생각해요."

"캠핑을 통해 무엇보다 아이들 사회성이 좋아졌어요. 일단 캠핑장에 도착하면 아이들은 시찰을 나가요. 캠핑장을 한 바퀴 휙 돌면서 또래들을 파악하는 거죠. 처음 만나도 어느새 친구가 되어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녀요. 그러다 배가 고파지면이곳 가서 맛있는 음식을 얻어먹고, 저곳 가서 시원한 음료수도 마시고, 놀다 지쳐서 돌아오는 거죠. 지금보면 사교성도 있고 낯선 환경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아요."

뉘엿뉘엿 저무는 해와 함께 영월에서 시간도 흘러간다. 자연에 한껏 취한 나와는 달리 정 이사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계속 분주하다. 캠핑의 꽃 ‘요리’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양고기 시즈닝도 척척, 돼지고기 목살을 넣은 김치찜도 주부 9단마냥 너끈히 해낸다. 틈틈이 와인으로 목을 축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캠핑요리는 곧 잘 해요.

"집에서는 부엌 근처도 안가요. 글쎄요, 가부장적인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집에서는 요리를 안 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밖에 나왔을 때는 제가 다 해요. 캠핑요리는 곧 잘 해요.” 

프라이팬에 바지락과 다진 마늘 듬뿍, 올리브기름, 청양고추를 휘뚜루마뚜루 넣고 익히기만 하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바지락 찜을 완성할 수 있다면서 자신 있는 캠핑요리를 슬쩍 공개한다. 집에 가서 해먹어 봐야지 속으로 생각하며 요리비법을 메모하는 사이 캠핑 에피소드가 끝 없이 이어진다.
 

"7~8년 전쯤 일 거에요. 3월 중순에 캠핑을 갔는데 텐트를 치고 한숨 돌릴 즈음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더라고요. 그러다가 함박눈이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아내와 텐트 안에서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봤어요. 캠핑하면 그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별다른 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 시간, 그 감성을 같이 느낀 거죠. 그리고 언젠가 가평으로 캠핑을 갔을 때도 생각나요. 옆에 초보 캠퍼가 온 거에요. 갓난아기를 데리고 온 세 식구였는데, 딱 보기에도 텐트가 부실해 보였죠. 비가 많이 내리자 아니나다를까 텐트에 물이 새기 시작하는 거에요.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아기와 엄마를 우리 텐트로 데려와 쉬도록 했어요. 그 사이에 아이 아빠는 비 맞으면서 짐을 정리하더니 가버렸어요. 캠핑에 대한 기억이 좋아야 계속 하고 싶어지는데, 그 뒤로 캠핑을 그만 두지 않았을까요?” 

캠핑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인 ‘불멍’ 타임이다. 와인에 취해 붉어진 얼굴은 장작불 자연조명까지 더해져 활활 타오른다.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 하늘이 영월 캠핑장의 자랑이라고 했는데, 은하수는 온데간데 없고 별 구경도 쉽지 않아 아쉬움이 더해진다. 

지치지 않고 건강하게 회사생활 하려면, 캠핑 추천합니다.

"작년인가, 캠핑용품을 정리하고 있는데 아내가 와서 한마디 툭 던지는거에요. ‘덕분에 우리 애들 잘 키웠네’라고. 마음에 울림이 있더라고요. 제가 좋은 아빠일 수는 있지만 좋은 남편은 아닌 것 같아서 그 점은 아쉬워요."

"회사생활이 벌써 20년을 훌쩍 넘었어요.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죠. 하지만 스트레스를 잘 푸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건강하게 일을 할 수 있으려면요. 그런 의미에서 캠핑 추천합니다. 자연과 어울리면서 가족들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지친 심신이 위로가 되거든요. 언제까지 할 수 있겠냐고요? 글쎄요, 텐트 칠 힘이 없을 때쯤 그만두지 않을까요."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가 운전에, 요리에, 초보 캠린이들 인솔로 지쳐 있는 정 이사 몸으로 알코올 기운이 퍼지며 캠핑은 마무리됐다. 다음날 바로 현실에 복귀하면서 캠핑감성은 빠르게 사라졌지만,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요리를 나눠 먹고, 7080 감성의 BGM을 들으며 속 깊은 얘기를 할 수 있었던 시간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맛에 캠핑을 하는구나. 

 

*<내 삶의 쉼표>는 개인 삶에 활력을 주는 취미활동 등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을 위한 코너입니다. 참여하고 싶거나 추천하고 싶은 분은 hahaha@hitnews.co.kr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헬스케어 분야 종사자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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