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물질 발굴을 위한 분석 센터와
최신 공유동물 실험시설까지 갖춘 신약개발 플랫폼"

**글=남미현 우정바이오 유효성센터장

남미현 센터장 (우정바이오 유효성센터)
남미현 센터장 (우정바이오 유효성센터)

젊은 시절의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집 차고(Garage)에서 최초의 애플 컴퓨터를 탄생시켰다는 이야기는 과장된 바가 없진 않지만, 공공연한 벤처 성공의 신화로 회자되고 있다. 창업 초기의 도전과 역경을 함축하면서, 입지전적으로 성공한 기업가 스토리를 완성하는데 '차고'만큼 극적인 요소도 없을 것이다. 차고에서 시작한 2인 기업 애플은 이제 명실상부한 글로벌 초대형 기업이 되었고, '차고'는 미래의 잡스를 꿈꾸는 앙트레프레뉴어(벤처 창업가)들의 도전 정신과 헝그리 정신을 상징하는 용어가되었다. 작년 한 해에만 우리나라에서 '차고 신화=Garage Myth'를 꿈꾸는 12만 개의 벤처가 생겨났다. 

제약 바이오 업계에서도 '차고 신화'의 주인공이 탄생할 수 있을까? 바이오 벤처 역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로부터 출발한 다는 점은 여느 벤처와 다르지 않다. 다만 그들은 자신들의 기술과 아이디어가 생체에 이롭게 작용한다는 것을 과학적이고 재현 가능한 방법으로 보여줘야 한다. 바이오 벤처의 사업화 과정 자체가 신약 연구 개발(R&D) 단계이며, 그들의 실적은 연구 데이터로 보여지게 된다. 연구 데이터는 엄격하게 통제된 환경에서 얻어져야 하는데, 이것이 바이오 벤처 창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바이오 벤처는 차고에서 시작할 수 없다'는 사실에 일찍이 주목하여 사업화로 연결시킨 사례가 바로 보스턴의 랩 센트럴이다. 랩 센트럴은 1만3000㎡(2000평) 규모 3층짜리 건물에 생명 과학 연구에 필요한 고가의 설비와 장비를 갖추어 놓고 창업 초기 벤처 기업에게 실험 공간을 공유해 주었다. 단순하지만, 이전에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아이디어가 보스턴을 세계 최대의 신약 개발 생태계로 만들었다 . 재미있는 점은, 전임상 시험 공간이 없는 랩 센트럴 주변에 공유 동물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 전임상 CRO 기업들이 속속 모여 들어 생태계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정바이오가 올해 9월 30일 경기도 동탄에 세운 우정바이오신약클러스터
우정바이오가 올해 9월 30일 경기도 동탄에 세운 우정바이오신약클러스터

 

왜 전임상 시험인가?

신약 개발 R&D의 과거와 현재는 판이하게 달라져 있다. 오늘날의 신약 후보 물질은 글로벌 제약회사 뿐만 아니라 대학 연구실, 바이오 벤처에서도 개발되고 있으며, 그 종류와 기전은 최첨단의 지식과 기술로 설명 되는 것들이 많다. 혁신 신약은 전통적인 GLP(비임상) 기관의 정형화된 시험 방식으로 평가하기 어렵고, 예비 실험 정도의 소규모 동물 실험을 통해 기업들은 자신들의 물질을 직접 평가하고 싶어 한다. 물론, 기술과 아이디어만 가진 버츄얼 기업은 초기 연구 개발 단계부터 아웃 소싱을 활용하는데, 신속하고 다양한 유효성 시험을 통해 신약 개발 전략을 수립했다가 수정하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해 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CRO를 찾게 된다. 

신약 개발 전주기를 놓고 보았을 때, 연구 개발 물질이 가장 많이 추려지는 구간이 전임상 시험 단계다. 이는 전임상 시험 단계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면 신약 개발 속도가 빨라진 다는 것이다.

코로나 19 팬데믹 사태를 겪으며 자국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절실했던 우리 정부가 내년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공공 기관이 주도하는 ‘국가전임상지원센터’를 운영하기로 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참고로, 정부는 지난 10월 열린 혁신 성장 BIG3 추진 회의에서 1000억 원의 예산을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에 투입하여 임상 시험 진입률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민간 신약 개발 플랫폼, 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우정바이오는 지난 9월 30일, 경기도 동탄에 국내 최초로 민간 주도의 신약 개발 클러스터를 준공했다. 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줄여서 우신클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보스턴의 랩 센트럴을 표방하면서도, 초기 물질 발굴을 위한 분석 센터와 최신의 공유 Vivarium(=동물실험시설)까지 갖추고 있는 한 차원 진화된 신약 개발 플랫폼이다.

입주 기업 및 공유 플랫폼 이용자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 까지 개방된 저층 공간에는 끊임없는 만남과 소소한 대화 속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융합 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13층에 위치한 스마트 오피스에서 임상 시험 컨설턴트, 벤처 투자자, 변리사 등의 신약 개발 전문가를 만나 연구 개발 전략부터 기술 거래와 사업화에 이르는 모든 것을 자문 받을 수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장은 우신클 준공식 축사에서, 국내 바이오 기업의 70%를 차지하는 벤처 스타트업이 겪는 어려움의 대부분이 연구 공간, 협력 공간, 인력 확보에 관한 것인데, 우신클은 바이오 벤처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DVC®의 원리 [출처] Automated mouse cages help reveal subtle disease signs (nature.com)
DVC®의 원리 [출처] Automated mouse cages help reveal subtle disease signs (nature.com)

 

우신클의 공유 동물실, VivaShare 

우신클이 제공하는 신약 개발 플랫폼 중 바이오 벤처에게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공유 동물실, VivaShare인 것 같다. 케이지 한 줄 단위부터 전용의 사육실까지 다양한 옵션의 동물실을 가질 수 있고, 고객은 연구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험동물의 매일 건강 확인과 케이지 위생, 물, 사료 점검은 물론 실험동물 사용에 관한 법적 제반 사항에 이르는 모든 것을 우정바이오의 전문 인력들이 전담하여 관리하고 있다.

우신클 Vivairum은 입주 기업 뿐만 아니라, 동물실을 필요로 하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인프라다. 1200평 규모의 최첨단 시설에는 앞서 말한 풀 서비스 관리가 제공되는 공유 사육실 VivaShare 공간 뿐만 아니라, 유전자변형마우스의 번식을 위한 청정 사육실도 운영되고 있다. 이 곳에는 알츠하이머 병, 파킨슨 병, 효소 결핍 선천성 희귀 질환 등의 다양한 마우스들이 식약처 ‘실험동물 미생물 품질관리 안내서’ 중 최고 수준의 검사를 받으며 사육되고 있다. 특화된 유효성 연구를 위한 행동평가실, 무균사육실, ABSL-3 시설도 갖추게 될 것이다. 연구자의 편의를 고려한 공유 오피스, 샤워실, 라커룸도 마련되어 있다.

우신클 Vivarium은 보여 지기 위해 설계되었다. Vivarium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전면 통창 너머로 전자동 로봇 팔이 쉴 새 없이 케이지를 비우고 터널형 세척기로 옮기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머지 않은 장래에는 자동 물류 로봇이 케이지를 운반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자동화 시스템은 미지의 물질로부터 작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우정바이오의 통 큰 배려다.

자작나무 계단이 있는 아늑한 로비 공간은 단체 방문객의 투어 시작 코스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Vivarium 안 실험실과 사육실은 스마트 유리를 통해 바깥에서 직접 들여 다 볼 수 있도록 계획 되었다. (※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의 우신클 방문을 언제든 환영한다.

 

우정바이오에서 국내 최초로 도입한 DVC® [출처] Monitoring mice to improve reproducibility (nature.com)
우정바이오에서 국내 최초로 도입한 DVC® [출처] Monitoring mice to improve reproducibility (nature.com)

 

우정바이오만의 특화된 유효성 평가 플랫폼, DVC

DVC는 국내 처음으로 우신클에 도입된 장비다. 우신클 Vivarium을 방문하면 스마트 유리 너머로 DVC 랙이 도열한 장관을 직접 볼 수 있다.

DVC는 디지털화 된 케이지를 줄여서 만든 상품명이지만, 직접 DVC를 경험한 필자는 이것을 케이지로 분류하기 보다는 첨단 실험 장비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DVC에는 2가지 타입의 센서가 장착되어 있다. 하나는 근적외선 센서다. 이 센서는 사료와 케이지가 일정 수준 이하가 될 때 알람을 보내 주기 때문에 동물의 사육 관리에 활용된다.

나머지 하나의 센서는 케이지 바닥이 닿는 면에 설치된 전자기장 센서다. 가로 3개, 세로 4개 총 12개의 센서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떠한 물체가 자기장 내에 들어오면 자기장이 왜곡되는데, 이것을 '1'이라는 디지털 신호로 전환한다. 이렇게 24시간 수집된 디지털 신호는 히트맵 방식으로 활동량을 표현해 준다. DVC의 데이터 분석 UI(User Interface)는 매우 직관적이고 사용자 편의적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데이터를 연구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가공할 수 있게 해 준다. 12개 개별 센서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이동 경로와 속도를 확인할 수 있고, 낮과 밤의 활동량을 분리하여 얻을 수도 있다.

또한 케이지 바닥을 구획화 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구역에서의 활동량을 볼 수 있다. DVC는 뇌신경계 연구 뿐만 아니라, 운동량 변화를 임상 증상으로 하는 질환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아토피, 관절염, 자폐증, 수면 장애와 같은 질환들이다. 루게릭병이라고 불리는 ALS의 마우스 모델에서 임상 증상 발현 시기를 DVC로 확인하는 논문이 발표되었는데, 이 논문에서 DVC 데이터 상의 특이한 변화 양상을 'Digital Biomarker'라고 명명하였다. 앞으로 다양한 질환 모델에서 Digital Biomarker가 발굴될 것이라고 예상해 본다. 

DVC는 후보 물질의 독성을 초기에 스크리닝 하는 용도로도 사용되고 있다. DVC 제조사가 공개한 자료에서 사노피가 항암 물질의 독성 스크리닝에 DVC를 사용한 사례가 소개되었으며, 실제 미국과 유럽의 많은 대형 제약회사가 이 장비를 도입하였다고 한다.

무엇보다 훌륭한 점은 DVC가 24 시간 쉬지 않고 생성한 데이터를 비대면 방식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비대면 전임상 시험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코로나 19를 비롯한 감염병 연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요즘에 가장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는 혁신 시험 장비가 아닌가 싶다. 

우신클은 바이오벤처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준비해 놓은 차고로, 우신클의 새로운 차고에서 탄생할 신화의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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