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터지면, 행정경찰처럼 빠른 액션만 몰두  
제약업계 "식약처와 과학적 소통 하고 싶어요"

기획 | 기본 외면하다 곪아터진 'K품질관리 시스템'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2021년 임의제조 파동은 '100년도 넘는다'는 제약산업계에 과연 기본은 지키고 있는 것이냐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히트뉴스가 구조적으로 굳어진 문제의 안팎을 들여다 보았다.

ⓛ 2021년 전통제약산업을 달군 임의제조 파동
② 제약회사 임의제조는 왜, 만성적 구조적인가
③ 행정경찰 역할로는 제약산업 리드 못한다 
④ 모범사례 | 창업주부터 이어진 기업문화 확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의 허가권한과 관리권한을 동시에 행사하는 대표적 규제기관이다. 허가한 의약품에서 문제가 생기면, 식약처는 이 권한을 제대로 행사했는지 사회적 시험대에 선다. 언론은 물론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는 책임을 따져 묻는다.

이같은 구조에서 식약처는 발생한 문제의 원인을 찾아 근본 대책을 세우기보다, 비판 여론을 신속하게 잠재우는데 몰두하는 양상을 띠어 왔다. 근래 식약처 규제행정의 일머리와 패턴은 정형화 되다시피 했다. 올해 상반기 이슈였던 제약회사 임의제조를 예로 들어보자.

바이넥스발 의약품 품질 문제가 언론에 보도됐을 때 식약처는 ① YTN 보도 후 이튿 날 곧바로 바이넥스 행정조사 실시 ② 관련 서류 은폐•폐기가 우려된다며 수사로 전환 ③ 몇몇 품목에 대한 '잠정 제조중지 및 판매중지 처분'과 회수 ④ 며칠 후 현황, 처벌강화 등 규제강화 내용을 담은 대대적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숨 돌릴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 제약회사를 몰아붙이는 식약처의 문제 해결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선명하게 각인되는 이미지란 ❶ 빠르게 일처리하는 식약처 ❷ 죄인처럼 몰리는 제약회사와 종사자 ❸ 국산 약=똥약 같은 것들이다. 자신들의 규제 대상인 제약산업을 들어다바쳐 무결점 행정기관 행세를 하는 식약처는 정말 일을 잘하는 곳인가. 
  
행정에 밝은 F씨는 "사건이 터지면 허구헌날 세계 수준으로 규제를 끌어 올린다잖아요? ICH, PIc/S에 가입돼 있고, 이들의 변화된 규제를 리얼 타임으로 우리 규제에 적용하는데, 뭘 또 바꿔요? 아마 좀 있으면 사람 부족하다고 할 걸요? 식약청 발족당시 300명이던 인력이 식약처가 돼 3000명 가까이나 됐잖아요. 나참."이라며 식약처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지원행정과 달리 규제행정이 제대로 구현되려면 3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3박자란 ① 무엇을 규제하는지, 무엇이 대상인지 규제기준이 명확해야 하고 ② 실행여건이 조성돼 목적과 시행간 괴리가 없어야 하며 ③ 제대로 작동되기 위한 적절한 지도감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약회사 임의제조에 대한 식약처의 조치는 과연 3박자에 부합하고 있나. 제약산업계의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면 식약처의 규제 관리행정은 불행히도 그렇지 못한 것같다.

'행정경찰 노릇을 즐겨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해 제약회사들은 한결같이 식약처와 '과학적 소통'이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대표 사례는 제약회사 제조시설을 우범지역으로 예단한 듯 설치한 '의약품 제조•품질 불법행위 클린 신고센터'다. 신고센터를 아예 백안시 할 수 없으나, 왜 임의제조같은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지 진상파악은 게을리하고 있다. E씨는 "백번 양보해 클린 센터설치 운용을 이해한다쳐도, 그러면 왜 제약회사 및 제조소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창구는 마련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실제 식약처는 '의약품 제조•품질 불법행위 클린 신고센터' 운영으로 접수한 제보를 '의약품 GMP 특별 기획점검단'이 조사해 조치한 결과를 국회에 설명하며 이같은 기구를 상시적으로 운용하려면 감시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주문서를 내밀었다. 행안부와 이야기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식약처의 GMP 관리 방향이 앞으로 더많은 내부고발 유도, 더많은 감시원 투입으로 '행정경찰 노릇을 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신속심사, 제품화지원 등 산업육성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지원행정을 홍보할만큼 산업계에게 싹싹한 식약처인데, 왜 제약산업계는 소통의 갈증을 외치고 있나. E씨는 "식약처의 규제 행정은 한마디로 말해 OX 체크리스트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완제의약품을 만드는 제조소 내부는 과학적 논의와 의사결정의 공간인데, 식약처 감시원은 과학적 설명에 귀 기울이지 않고 오로지 규정을 지켰으면 O, 안지켰으면 X로 표시할 뿐 현장에서 발생한 다양한 디테일은 무시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허가 받은 내용을 GMP로 어떻게 잘 녹여낼 것인지가 제품표준서이고, 제품표준서에 입각해 배치마다 근거로 남기는 것이 제조기록서잖아요. 감시원이라면, 이 둘 사이가 제대로 매치되는지 과학적 관점에서 잘 볼 수 있어야 하고 이야기도 귀담아 들어야하는데 무조건 일치시키라고만하면 현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디테일 한 것들은 다 무시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고 답답해 했다. 

실제 제약회사 제조소 관계자들은 제품표준서에 제품표준서와 일치하지 못하는 사유 등 가능한 많은 것들을 기재하는데, 식약처 감시원들은 무조건 일치하지 않으면 체크리스트에 규정위반이라고 X를 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FDA 실사요원들이라면 다를까? 제조소 실사 업무로 30년간 FDA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컨설턴트에게 cGMP 실사에 대비해 컨설팅을 받아봤다는 G씨는 "그들의 태도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식약처 감시원들은) 어떤 SOP를 만들고, 어떤 절차를 만들어 데이터를 잘 기록했느냐에 주안점을 둔다면, FDA 경력 컨설턴트는 의약품을 만들어 환자에게 이익을 제공하는데 있어 얼마만큼 그 활동들의 총합이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있는가에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것을 FDA철학, GMP 철학으로 받아들인다는 그는 "컨설턴트는 제조하며 행한 행위들이 한눈에 보이도록 자료를 정리하고, 대칭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ICH, FDA 가이드라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GMP 철학에 가이드라인을 접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래야 담당자가 바뀌고, 세월이 흘러도 회사는 합리적인 활동들을 일관성 있게 지켜 나갈 수 있다고 한 말에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G씨는 "식약처나 국내 제조소 관계자들은 GMP 문서나 결과물들은 모두 SOP 양식이나 승인된 양식으로 기록된 것들만 기록물로 인정하지만, FDA 실사관들은 형식보다 내용, 예를들어 변경이 있었다면 변경 원인과 사유를 뒷받침해주는 이메일, 회의자료 같은 합리적인 근거를 카피해 첨부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형식에 맞춰 작성하다보면, 디테일은 빠지고 오히려 형식에 맞는 몇가지 줄기만 남게된다는 의미다. 수학 문제를 예로 든다면, 식약처 감시원은 정답을 맞췄는지만 기계적으로 살피고, 미국 감시원은 정답을 도출해 가는 과정의 합리성을 중요시하는 셈이다. 

 

 의약품 제조는 단순 산수 아니라 사이언스 영역이라는 E씨의 논리 

일반적으로 의약품 제조순서는 ▶칭량(주원료)→▶혼합한 다음 결합액 넣고 연합(반죽)→▶건조→▶정립(타정하기 위한 과립화)→▶타정 또는 충진(캡술제)→▶검사→▶PTP/BL(1차포장)→▶박싱(2차 포장)까지다. 여러 디테일이 있지만 뼈대면 설명하면 이렇다.

한 배치가 30만정인데, 원료 중량(주원료+부형제)이 30kg이라고 가정하죠. 정립 과정에 이르게 되니 29kg이 나왔어요. 1kg은 로스죠. 정립이 끝나 타정을 하기위해 활택제를 넣어 혼합합니다. 다음이 타정이죠. 과립의 유동성을 위해 활택제를 넣는데 그 양을 어디에 맞춰야 할까요? 허가사항대로 30Kg? 아니면 29kg? 정답이 뭐죠? 29kg이죠. 허가에 활택제는 30mmg 넣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허가에 있는 30kg에 맞춰 30mmg을 투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29kg에 맞춰야 겠죠. 해서 29mmg을 넣었어요.

달리 가정해 보죠. 주원료 중량이 줄어 29mmg 넣어 타정했는데, 우기라 습도가 높아 유동성이 안좋을 것 같아 33mmg을 넣었다고 쳐봐요. 생산 목표가 30만정인데, 4mmg 더 넣은 거죠. 활택제 추가분을 정당으로 환산할 때 이게 그렇게 큰 차이인가요? 허가대로하면 제조가 안되죠. 감시원이 들이대는 체크리스트에 의하면 첨가제 추가겠죠. 허가와 다르니.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건 사이언스라구요. 약을 만들었다면 중요한 것이 주성분 함량이잖아요. 예를들면 95~110% 사이면 인정해 주겠다 했어요. 스펙이 결정됐을 때 완제품 시험해 봤더니 96% 나왔어요. 합격이죠. 자 그런데, 안정성 시험데이터를 보니 3년 후 10%가 떨어지는 제품이란 말이죠. 3년 후 주성분은 86% 잖아요. 이거 출하시켜도 되는 건가요? 당연히 출하시키면 안되죠. 이것 까지 봐줘야죠. 

품질관리에는 ① 공정관리 규격 ② 제품시험 규격 ③ 안정성(stability) 고려 규격이 각각 있어야 되죠. 기본적으로 어떻게 설정하냐면 처음에 좁게 설정하고, 완제품 시험, 안정성 시험 이런 식으로 넓혀 주게됩니다. 모든 의약품을 일반화시켜 이야기 하려는 것은 절대로 아니에요. 제품의 특성에 따라 제조과정은 과학적으로,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거에요. 제품표준서와 제조기록서가 과학적 관점에서 제대로 매칭되는지 살펴야하는 까닭이에요. 

의약품제조소가 해법을 알고 정답을 맞추도록 유도하려면 의약품 제조과정을 충분히 이해하며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의약품 품질담당 공무원과 약사감시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부연하자면, 정답만 알고 있는 공무원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을 채우려면 제조 과정을 꿰뚫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식약처가 10월 국정감사에서 지방청에 분산돼 있는 약사감시원 만으로는 부족해 증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10월 25일 'GMP 위반 방지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제약산업에서 전문성을 익힌 '비공무원 약사감시원'의 존재를 법제화하는 것으로 GMP 관리·감독을 더 정교하게 하자는 것이 취지다. GMP 조사관들의 교육과 훈련 의무를 명시한 것도 진전이지만, 그래도 숙제는 남는다.

숙제는 바로 허가사항과 스케일 업 제조과정의 간극을 어떻게 메꿀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는 철저히 식약처 의약품 품질에 관한 방향성의 문제다. ICH 가이드라인 등의 명문화 규정으로부터 추출한 'OX 체크리스트'를 제조현장에 들이대면서도 FDA 조사관처럼 제조과정의 합리성을 함께 보려는 방향성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품질검사가 완료되기 전에 선 출하를 해놓고 작업일자나 제조기일 등 날짜를 조작하는 파렴치한 행태는 따질 것도 없이 적발 사항이다. 이런 행태는 내년 1월21일 시행되는 약사법에 따라 과징금을 물도록 해야 한다. 예를들어 미생물 품질검사 전에 선출하하게되면 당연히 품질검사는 적합으로 조작할 수 밖에 없다. 이는 GMP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인데, 이런 제약회사에 관용을 베풀수는 없다.  

모두 그렇다고 하는 것은 아니나 임의제조와 관련해 식약처가 위반사항이라고 꼽은 ➊ 첨가제를 변경허가 받지 않고 임의 사용 ➋ 제조기록서 거짓 이중 작성 ➌ 제조방법 미변경 ❹ 원료 사용량 임의 증감 등은 OX에 기반한 식약처 체크리스트와 실제 제조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조화를 피하기 위해 꾸며진 이중삼중의 거짓행위들이다.

임의제조 제조과정에서 허가사항과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 하지만 사이언스 측면에서 다뤄볼만한 내용들은 제조소에게 방향성을 지도하며 해소할 수 있다고  E씨는 주장한다. "예를들어, 이것은 제법 변경을 신청하세요, 이것은 변경관리 기준내로 인정하겠습니다, 제품표준서에 기재만하고 바꾸면 됩니다처럼 명확하게 말해 줄 공무원이 있으면 해결될 사안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체인지 콘트롤이라해도 어떤 게 메이저고, 어떤 게 마이너인지, 메이저는 어떻게 하고, 마이너는 어떻게 하라는 가이드라인이 없어 자의적으로 해석하게 해놓고 단속만하면 제약회사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항변했다. 그러면서도 "품질관리를 위해 마땅히 해야할 시험 등을 하지 않거나, 한것처럼 속이는 일은 가차없이 적발해 처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G씨는 "적법하게 변경 관리를 하고, 변경 후 행위를 하면되는데 제약사들이 매번 다 그렇게 못하는 이유는 변경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시간이 너무 오래걸리기 때문입니다. 변경허가를 절차대로 다 하다보면 진짜 현업을 못하고 사업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제약회사 마음대로 하자는 건 절대 아니에요. 중요한 것들은 굉장히 까다롭게 가고, 사소한 변경들은 자율로 한 뒤 나중 확인가능하도록 문서로 기록을 남기도록 해야합니다. 그리고 주기적이든, 비주기적이든 확인하면 됩니다. FDA처럼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PIC/S에 가입돼 거의 모든 행정처분이 공유되는 마당에 허가와 관리 권한을 동시에 가진 식약처는 언제까지 문제 유발요인들은 꼭꼭 덮어둔채 문제가 터질때마다 채찍만 휘두를 것인가.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신속심사, 제품화지원 등등 미래를 위한 지원행정은 발벗고 나서면서 과거로부터 발목잡혀 있는 임의제조의 원천은 왜 그대로 방치할까? 

기준을 강화하고, 처분 강도를 높여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 식약처와 제약회사 간 과학적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되는 것은 되고,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명확하게 선을 긋고 넘어가는 것이야말로 허가권한을 가진 식약처의 위상에 맞는 사후관리라는 것이다.      

 히트뉴스의 제언 
식약처와 제약업계, 함께 '왜왜 분석' 하자 

여러차례 언급한대로 식약처가 찾아낸 대표적인 문제점은 ❶ 첨가제를 변경허가 받지 않고 임의사용 ❷ 제조기록서 거짓 이중 작성 ❸ 허가대로 제조하지 않고 제조방법 미 변경 ❹ 원료 사용량 임의 증감 등 4가지였다.

제약업계 등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제(일탈)에 대한 원인 조사를 할 때 사용하는 툴(tool)들 가운데 '왜왜(Know-Why) 분석'이란 것이 있다. 드러난 현상으로부터 '왜'를 계속하며 인과 관계를 밝혀줄 결정적 원인을 찾아가는 프로세스다.

그렇다면 '허가대로 제조하지 않음'에서 '왜왜 분석'을 출발해 보자. 물론 식약처도 이같은 툴을 사용해 원인 분석을 할 것이라고 예상은 하지만 말이다.

통상 허가 내용은 CTD, 기술 이전, 3 로트(Lot) 공정 밸리데이션 등 여러 검증을 거쳐 결정된 내용으로 구성되는데도, 실제로 완벽하지 않은 점이 있어 실제 제조 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현행 허가를 내주는 절차(문서 확인, 현장 감사 등)에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이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최근 QbD(설계기반품질고도화)를 통한 제조공정을 디자인해 다각적으로 연구한 다음 제조 방법을 결정하도록 ICH(국제조화회의)에서 제안됐다. 이름하여 ICH Q8 규정이다.

QbD가 제안되는 것처럼 허가 내용은 더는 손볼 곳 없이 완벽한 것이 아니므로, 반드시 변경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제조업체들은 왜 변경 절차를 잘 활용하지 않았을까? 

왜왜 분석에서 해법의 가닥을 찾아 보자. 여기에서 ❶은 제조업체의 사정이 많이 관련되어 있으므로 설명을 생략하고 ❷에는 다음과 같은 원인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먼저 식약처의 변경 절차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ICH Q12가 나온 배경에는  허가 이후 변경의 중요성이 자리잡고 있다. GMP를 도입하고, 잘 감시하고 있는데도 의약품 사고는 끊임 없이 나오는 까닭에 시판 후 사후관리(변경관리)가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ICH Q12도 나왔다.
   
우리 나라는 '의약품 동등성 시험 기준(고시)'에 '별표 2 원료약품 및 그 분량 변경수준 및 제출자료 범위' '별표 3 제조방법의 변경 수준 및 제출자료 범위' '별표 4 제조소의 변경 수준 및 제출자료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으며, 현재 개정 예고 중이다.

변경절차를 밟지 않는 또다른 원인은, 변경의 수준(위험 영향도)을 정하기 위해서는 Quality Risk Management(품질위해관리) 기법을 활용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식약처도, 제약업체도 모두 이 기법에 대한 지식과 사람, 시간 등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부차적 원인들도 거론된다. 제약회사가 허가변경을 시도하려 했지만, 식약처 실무자 선에서 꺼려했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예를들어 오리지널 회사(허가를 잘못 받음)의 허가내용과 다르게 허가변경을 신청할 수 없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제약계 관계자들은 "식약처 공무원의 고집이거나, 그들이 적합하다고 내준 허가내용에 대해 오류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허가 및 사후관리 권한을 가진 식약처는 GMP 기준의 준수여부를 가리기 위한 감시활동을 하면서도 제약업계가 공통적으로 곤란을 겪는 사안들에 대해 깊숙한 원인분석에도 업계와 소통하며 공동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이의 비뚤어진 행동의 원인 규명은 하지 않고 매만 든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제약회사들이 무엇인가 뒤로 숨기도록하지 않고, 문제를 드러내 근본적으로 풀어내도록 이끄는 것이 규제행정에서 진정한 의미의 사후관리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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