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임의제조, 징벌적 과징금 규제까지 불러

 기획 | 기본 외면하다 곪아터진 'K품질관리 시스템'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2021년 임의제조 파동은 '100년도 넘는다'는 제약산업계에 과연 기본은 지키고 있는 것이냐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히트뉴스가 구조적으로 굳어진 문제의 안팎을 들여다 보았다.

ⓛ 2021년 전통제약산업을 달군 임의제조 파동
② 제약회사 임의제조는 왜, 만성적 구조적인가
③ 행정경찰 역할로는 신업리드 못한다 
④ 모범사례| 창업주부터 이어진 기업문화 확보

2021년 3월 9일 YTN 보도화면.
2021년 3월 9일 YTN 보도화면.

판도라 상자에 갇혀있던 국산 완 제의약품 품질에 관한 불편한 진실의 일단이 세상에 드러나 국내 전통 제약회사들의 품질 경영은 정말 괜찮은 것이냐 묻고 있다. 

2021년 3월 8일, YTN은 '바이넥스가 당 뇨약 주성분을 임의로 10분의 1만 투입해 완제의약품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매우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냐'며 제약업계가 어리둥절하는 사이 YTN은 이튿날 보도에서 내용을 수정했다. 2주 가량 지나 식약처도 "위반행위가 확인된 제품을 수거해 직접 검사한 결과 함량 등은 시험기준 내 있어 인체 위해는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주성분을 10%만 썼다는 혐의는 벗었지만, 다른 문제들이 불거졌다.

첫 보도에 기반해 모든 언론이 이 문제를 대대적으로 다루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 월 9일 문제가 된 바이넥스를 상대로 행정 조사를 실시하고, 바이넥스 6개 품목과 24개 제약회사에서 수탁한 32개 품목에 대해 '잠정 제조·판매중지 및 회수 조치'를 했다. 

행정조사를 실시한 다음 날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을 투입해 바이넥스를 압수 수색 했다. 탄력을 받은 식약처와 위해사범중앙 조사단은 15일 비보존제약에 대해 행정조사와 함께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16일 비보존제약 9개 품목을 '잠정 제조·판매중지 및 회수 조치'했다. 24일 59개 위탁사에 대해 서도 특별점검했다.

식약처가 전광석화처럼 움직이자 제약 업계는 개별 제약사들의 문제가 국내 완제 의약품 품질에 대한 시비로 번질까 질겁하며 선제 조치에 나섰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18일 바이넥스와 비보존제약 문제를 윤리위원회서 다루고, 25일 식약처가 행정 조사결과를 발표하자 두 회사에 대해 제약 바이오협회원 자격정지처분을 내렸다. 산업계의 자정 노력과 실천의지에 대한 대외적 메시지였다.

 

판도라 상자를 개봉한 식약처 행정조사 결과

식약처는 25일 '바이넥스·비보존제약 및 30개 제약회사 행정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YTN 최초 보도처럼 '주성분을 10분의 1만 쓴 치명적이고 중대한 약사법 위반 사항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위반 내용들이 무시해도 좋을 만큼 가벼운 것도 아니었다. 위반 행태들은 국민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의약품을 복용할 수 있도록 제조단계의 품질 안정성을 담보하는 '의약품제조 및 품질 관리기준(GMP)'의 근본 정신과 규정에 맞지 않는 것들이었다.

위반 사항은 ➊ 첨가제를 변경허가 받 지 않고 임의 사용 ➋ 제조기록서 거짓 이 중 작성 ➌ 제조방법 미변경 ❹ 원료 사용 량 임의 증감 등이었다. 위반사항은 ‘인간 은 믿을 수 없다(일명 성악설), 모든 것은 문서로 기록되고 보관돼 추적 관찰이 가능 해야 한다’는 GMP 기본 정신에서 벗어난 일탈이었다.

식약처는 '➋ 제조기록서 거짓 이중 작성'에 대해 추가로 설명했는데, 설명 내용은 이렇다. "식약처의 점검에 대비하여 원료 칭량부터 제조완료까지 모든 공정을 허가받은 사항과 동일한 양식의 제조기록서를 사용하여 거짓으로 작성하고, 실제 제조에 사용한 기록 등은 제조 후 폐기했다." 이는 '허가사항대로 만들지 않고, 제멋대로 의약품을 제조한 뒤 관련 자료를 은폐했다' 는 말과 같은 뜻으로, 1977년 도입한 GMP 제도가 과연 바르게 작동되어 온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에 부족함이 없는 위반 내용이었다.

GMP의 적격 승인과 사후 관리의 주체 인 식약처는 부랴부랴 재발 방지 대책을 함 께 내놓았다. 고의적인 제조‧품질관리기준 위반행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① 의약품 GMP 특별 기획점검단을 신설, 불시 점검을 상시적 실시하고 ② 위반행위 등에 대한 ‘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하며 ③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고 관련 허가 제도의 구조개선 등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에 대한 점검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GMP 특별 기획점검단 활동과 결과

3년 주기의 의약품 제조소 정기 감시 외 연중 불시 점검 체계를 가동해 제조업체의 제조·품질관리 기준 준수 여부를 정밀 점검하기 위해 출범한 '의약품 GMP 특별 기 획점검단'은 곧바로 성과를 냈다. 사후 관리 주체인 식약처가 체면을 구겼다고 여겼는지 4월부터 '연중 특별감시' 체계로 바꿔 4월5일부터 21일까지 대형 제약회사가 포함된 4개 업체를 점검하고 21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산업계는 물론 식약처는 대형 제약회사 대상 점검이라서 '허가사항 위배 제조(임의제조) 행태'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종근당이 적발됐다.

종근당의 약사법 위반사항은 바이넥스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식약처는 '잠정 제조‧판매 중지' 처분을 내렸다. 

'미생물 한도시험에 사용하는 배지의 성능시험 미실시 등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위반이 확인된 1개 업체에 대해서도 행정처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연중 불시 점검체계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의약품 제조·품질 불법 행위 클린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모든 국민이 손쉽게 익명으로 고의‧불법 행위를 제보할 수 있도록 핫라인(식약처 홈페이지, 전화, 이메일)을 4월부터 운영했다. 내부 고발을 유도한 클린 신고센터 6개월 치 운영 결과는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됐다.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클린 신고센터 접수 및 조치사항을 질의한데 대해, 식약처는 "(신고된) 15건 중 12건(9개 제약사)에 대해 위반사항을 확인해 수사 의뢰 하거나 행정처분을 진행했고, 3건(3개 제 약사)의 경우 점검결과 위반사항이 없었다"고 답변했다. 기획 점검단은 올해 12월 까지 한시 운용되기로 했었는데, 식약처는 인원을 늘려 상시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국정감사에서 입장을 밝혔다.
 
식약처는 3월 25일 행정조사 결과 발표에서 '고의적 제조방법 임의변경 제조 및 허위‧이중 기록 작성’ 등 위법 행위에 대해 GMP 적합판정을 취소하고, 해당 위반행위 를 통해 얻은 부당한 이익에 대해서는 징벌적 과징금 부과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위·수탁업체들의 품질 확보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위·수탁자 준수사항의 미준수에 따른 행정처분 양형의 상향 조정 방안도 발표했었다.식약처 및 제조업체의 GMP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등 보완방안을 마련하고, 제조소 현장과 소통을 강화(제조소-식약처 간 정례회의 등)해 GMP 운영이나 기술적 어려움에 대한 상호 협의 창구 마련도 약속했다. 

  징벌적 과징금제 2022년 1월 21일 시행 

식약처의 임의제조 등 위법을 근절하기 위한 여러 대책 가운데 징벌적 과징금 부과와 관련한 법체계는 완성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관련한 약사법과 약사법 시행령은 2022년 1월21일부터 시행된다.

식약처는 2021년 7월20일 약사법 제81조의2(위해 의약품 제조 등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 ①항을 개정했다. ①항은 허가의 취소처분, 위탁제조판매업소ㆍ영업소의 폐쇄명령, 3개월 이상의 업무 전부 정지명령 또는 6개월 이상의 업무 일부정지명령을 받은 의약품 제조업자, 품목허가를 받은 자 또는 수입자에 대하여 그가 해당 품목을 판매한 금액의 2배 이하의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과징금 산정 방법과 금액을 규정한 약사법 시행령 일부 개정은 10월19일 대통령령으로 공포됐다. 시행령 제34조의3(위해 의약품 제조 등에 대한 과징금의 부과기준) ①항이다. ①항에 따르면 약사법 제81조의2제1항에 따라 부과하는 과징금의 금액은 위반 품목의 판매량에 판매가격을 곱한 금액의 2배로 한다. 이 경우 판매기간 중 판매가격이 변동된 경우에는 판매가격이 변동된 판매기간별로 각각 산정하여 합산한 금액을 과징금 금액으로 한다.

다만, 판매량은 판매기간 중 출하량에서 회수ㆍ반품ㆍ검사 등의 사유로 실제로 판매되지 않은 양을 제외한 수량으로 한다.

과징금 금액은 약사법 제81조의2제②항에 적시된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횟수 △ 위반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이익의 규모 등을 고려, 판매액X2로 산정된 과징금 금액의 2분의 1의 범위에서 그 금액을 줄일 수 있다. 예를들어 그간 판매금액이 총 50억원이라면 100억원까지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으나 위반행위 내용, 정도, 기간, 횟수, 이익규모 등을 감안해 50억원까지 감경이 가능하다. 주목할 점은 그렇다해도 50억원의 판매금액 만큼은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제약회사들이 징벌을 체감할 정도라고 산업계는 보고 있다.

FDA가 4가지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면... 바로 블랙볼 레터

국내 제약회사들의 허가사항 위반(임의제조)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약사법에 따라 내린 조치는 대략 '잠정 제조·판매중지 및 회수 조치'였다. 위반 품목에 대해 통상 3개월 간 제조와 판매 행위를 중지시키는 것은 '엄중 행정처분'으로 보이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솜방망이 처분'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가 어려운 품목에 대해서는 '시험결과 인체에 무해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시중에 유통중인 의약품 사용을 허용하고, 시장에서 영향력이 낮은 품목 위주로 처분을 유지해 '처분의 효능감'은 실상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식약처는 매번 발생한 문제의 본질에 다가서기 위해 무엇부터 잘못됐을까를 탐구하기보다, 허가를 내주고 관리해야하는 자신들의 입지를 우선 고려한 듯 제약회사들을 범죄자처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세우며 사회적 질타와 책임의 원죄로부터 벗어나려 애쓴다. 쇼처럼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4가지 위반사항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게 적발됐다면 FDA는 어떤 조치를 했을까? 의약품 등록제인 FDA와 허가(신고)제인 식품의약품안전처 시스템 사이에 차이가 있지만, 발생한 문제를 인식하고 처리하는 데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FDA는 발생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매우 평온한 듯하가 추상같은 조치를 취하는데 비해, 식약처는 문제 해결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요란법석 조사를 한 뒤 보잘 것 없는 조치로 마무리를 짓는 방식에 가깝다.

FDA 사정에 밝은 미국 거주 한 인사에게 ➊ 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첨가제 임의 사용 ➋ 제조기록서 거짓 이중작성·폐기 ➌ 제조방법 미변경 ❹ 원료 사용량 임의 증감 등 4가지 위반사항을 알려준 뒤 FDA 같으면 어떤 조치를 내렸겠냐고 물었더니, 대뜸 "공장폐쇄(Blackball letter of order to close the factory)와 (해당 품목에 대한) 영구 허가취소"라고 말했다. 

'거짓은 또다른 거짓을 잉태한다'고 믿는 FDA는 데이터를 숨기는 공장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의약품 제조의 전 과정을 문서로 기록해 보관하는 것은, 제조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인위적 거짓을 배제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근본 원인을 찾아 정상적인 제조기능을 원상회복시키는데 있어 핵심 열쇠기 때문이다. 

일본의 일처리 방식도 우리와 현격히 다르다.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를 찾아내는데 주력하고, 다음 조치를 조용하게 발표하는 일처리 기전을 갖고 있다. 컨트롤 타워로 등장해 검찰이 수사지휘하듯 일사분란하게 뒤집어 엎은 다음 행정처분, 감시•규제 강화라는 '패키지 대책'을 던져놓고 마치 아무일 없었다는 듯 제약산업 육성과 지원책을 말하는 식품의약품안천처의 태도와 다른 것이다. 

일본 사정에 밝은 국내 제약회사 관계자는 "일본은 우리와 유사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PMDA가 문제의 원인을 조사해 찾아낸 뒤 개선 대책과 회수 등 의 조치를 제약회사에게 통보하고, 제약회사가 이를 발표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고 말했다. 사회적 논란으로 확대시켜 제약산업과 국산 의약품에 대한 불신을 키우지 않고 최대한 과학적 영역에서 해법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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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제조 #GMP #F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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