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체인 시스템 통한 보관온도 유지가 백신 안정성의 핵심
‘적격성평가(Qualification)’와 ‘밸리데이션(Validation)’을 통한 콜드체인 시스템 검증은 필수적

보령바이오파마 진천공장.
보령바이오파마 진천공장.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 인프라 활용 mRNA 바이오벤처 컨소시엄’이 지난 9월 출범했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와 재단법인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보령바이오파마, 아이진, 진원생명과학, 큐라티스로 구성된 협력 모임으로, 보령바이오파마는 백산 대량생산이 가능한 자동화 시설과 의약품의 적정 보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콜드체인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이 컨소시엄의 생산 지원 역할을 맡았다. 

보령바이오파마는 1991년 설립 이후 △A형간염 △B형간염 △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 △인플루엔자 △뇌수막염 등 다양한 백신 품목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해 매출 1154억을 달성한 예방백신제제 생산 분야의 베테랑 업체다.

바야흐로 콜드체인 시대를 맞아 보령바이오파마 진천공장 최호근 생산본부장의 안내에 따라, 백신 생산부터 출하까지 어떤 설비와 과정이 요구되는 지 요모조모 살펴봤다.

 

"백신 안정성 위해 2~8℃ 유지가 중요"

진천 공장에 방문해 한 첫 질문은 “보령바이오파마는 mRNA 백신을 어떤 온도조건에서 보관할 계획인가?”였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백신은 냉장 보관을 원칙으로 하며, mRNA 백신은 실온에서 불안정해 초저온에서 보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최 본부장은 “2~8℃”라고 답했다. 그 이유는 “현재 시판 중인 코로나19 mRNA 백신의 초저온 보관 조건은 관리가 복잡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백신과 같이 보관 조건인 2~8℃ 온도 조건의 mRNA 백신을 개발해 생산 및 유통할 때 가장 이상적이다”는 것이다. 

또한, “물론 백신 제제의 특성에 따라 보관 조건도 다르고, 보관 조건을 벗어났을 때의 영향도 다를 수 있다”며 “각 제제에 맞는 보관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강조했다. 즉, 이 보관 온도 조건을 벗어나 일정시간 경과하는 경우 백신의 유효성을 보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 본부장은 “보령바이오파마는 대부분의 자사 백신 품목이 2~8℃의 보관 온도 조건을 가지고 있다”며, “이 조건 백신의 바이엘 및 프리필드 시린지 충진 및 포장 시설에 대한 GMP 인증도 받은 상태기 때문에 mRNA 백신 역시 취급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백신 보관 시설에 들어가서 처음 눈에 들어온 건 저온보관실 앞에 놓인 실시간 온도 표시기였다. 보관실 내부는 약 4~5℃ 정도로 1℃ 이내 오차로 유지되고 있었다. 저온보관실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3개의 펜에 대해 각각 실시간으로 온도를 표시하고 있었다.

저온보관실 외부에서 내부 냉장 펜의 온도를 확인할 수 있다.
저온보관실 외부에서 내부 냉장 펜의 온도를 확인할 수 있다.

저온보관실 내부는 생각보다 추워 ‘콜드체인’이라는 이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최 본부장은 저온보관실 내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장 팬이 생성하는 온도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찬 공기를 유지하는 동안 실외기가 꺼져 온도가 올라가거나, 영하로 내려가 백신이 동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냉장고 또는 냉장실 실외기는 프레온가스를 고압 증발시켜 온도를 내리는 원리로 보통 영하 15도까지 온도가 내려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경우 내부에성에가 껴 온도가 올라가거나 팬이 고장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령바이오파마는 브라인(brine)이라고 하는 염화나트륨, 염화칼륨 등을 포함한 수용액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브라인은 물보다 온도변화가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브라인을 저온으로 만들어 순환시켜 보관실 내부 온도조건을 유지한다.

최 본부장은 저온보관실 내부 온도변화가 클 곳(가장 열악한 곳)으로 예상되는 곳에 온도 센서를 부착한 뒤 온도 매핑(Mapping)을 실시해 미리 설정해둔 온도 범위 내로 유지되는지 검증한다며, 온도 매핑은 저온 보관실에 보관한 제품들이 적정 보관 온도 내에서 보관됐음을 증명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또한, 온도가 조정 범위 밖으로 벗어나려 하는 경우 경보 시스템이 작동해 담당 실무자에게 예비 알람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예비 알람은 수차례 반복되고, 시정되지 않을 시 당직자를 비롯해 여러 실무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대처할 수 있게 한다. 이 경보 시스템은 보관 의약품의 온도 일탈을 미연에 방지하고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의약품 충진과 포장은 실온 최소 노출 원칙"

백신의 경우 생산된 원액은 바이알 혹은 프리필드시린지에 충진 및 포장돼야 한다. 의약품 보관은 정해진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지만, 생산된 원액을 충진하고 포장하는 단계도 보관 온도를 유지해야 할까? 저온 보관실의 온도를 감안했을 때 해당 실무자들이 업무를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다.

최 본부장은 2~8℃에서 실무자들이 해당 업무를 지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외부 온도 노출 최소화’를 원칙으로 작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각 백신 품목은 외부 온도에 노출됐을 때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간을 미리 검증해 놓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효율적인 공정 시스템을 구성해 외부 온도 노출을 최소화될 수 있게 충진 및 포장 그리고 출하를 진행하는 것이다.

최 본부장은 “각 작업소에는 간이 저온 보관실이 존재해 현재 수행할 수 있는 범위의 제품을 제외하고는 임시로 보관해 외부 온도 노출을 피할 수 있게 했다”며 “원액 충진부터 라벨링, 소포장, 의약품 바코드 확인까지 한 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는 자동화 시설을 설비해 대략 7명의 직원으로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소포장된 의약품들은 간이 냉장시설에 보관됐다가 수송용 컨테이너에 적재하기 위해 이동된다. 

 

"PCM을 활용한 특수 패시브 컨테이너로 배송 시에도 온도 유지"

출하를 위한 최종 포장 단계는 해당 의약품이 포장된 카톤 박스를 단열 소재로 만들어진 수송용 패시브 컨테이너(Passive container)에 넣는 것이다. 보령바이오파마는 기존 스티로폼 단열 소재로 구성된 컨테이너를 사용하다가 최근 특수 단열 소재로 구성된 컨테이너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내구성이 약해 파손 위험이 있고,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역할이 떨어지던 기존 소재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컨테이너라고 설명했다.

또한, 패시브 컨테이너는 내부에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매를 넣어 운송에 사용한다. 

이 역시 기존에는 아이스팩을 넣었지만 최근에는 특수소재인 PCM(상변이 물질, Phase Change Material)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CM은 열저장능력이 월등해 주위의 열을 흡수해 고체에서 액체로 변화하며 외부 온도변화로부터 효과적으로 의약품을 보호할 수 있다.

또한, 여름과 겨울은 평균 온도가 다르고, 운송 경로에 따라 온도 편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컨테이너 속에 삽입되는 PCM의 수와 배열도 검증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이렇게 동봉된 컨테이너들은 저온보관실에서 외부 출하 통로까지 이동되며, 냉장 운송차량에 실려 배송지로 출하된다. 

 

"핵심은 역시 검증(Qualification & Validation)"

백신을 취급하기 위한 콜드체인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뭐냐는 질문에 최 본부장은 “콜드체인 시설 및 설비의 적격성 평가(Qualification)와 각 취급 과정의 밸리데이션(Validation)”을 핵심으로 꼽았다.

식약처에서 발간한 ‘완제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가이던스’에는 ‘적격성평가(Qualification)’는 기계·설비가 설계한 대로 제작, 설치되고 목적한 대로 작동하여 원하는 결과가 얻어진다는 것을 증명하고 이를 문서화 하는 것을 의미하고, ‘밸리데이션(Validation)’은 특정한 공정, 방법, 기계설비 또는 시스템이 미리 설정되어 있는 판정기준에 맞는 결과를 일관되게 도출한 다는 것을 검증하고 이를 문서화하는 것을 
말한다. 콜드체인 시스템을 유지하고, 유지됨을 보증하기 위해 검증은 필수적이다. 

 

최 본부장은 계절별로 내부 보관시설 및 설비 그리고 컨테이너 및 운송 차량, 보관 및 운송 과정에 대한 적격성평가와 밸리데이션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상청의 1년간 지역별 온도 통계 자료 등을 참고해 온도 센서를 컨테이너 내에 넣고 시뮬레이션을 통한 검증을 거친다고 덧붙였다. 이 모든 검증 결과는 서류철로 만들어 지속적으로 관리 및 보관한다. 

또한, 검증뿐만 아니라 콜드체인 시설 내 직원들에 대한 교육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
문에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1월 17일부터 ‘생물학적 제제의 제조·판매 관리규칙’ 개정으로 의약품 도매상은 자동온도기록장치가 설치된 냉장/냉동고를 보유해야 하며, 주기적으로 자동온도기록장치를 검·교정하고 보관해야 하는 등 생물학적 제제 보관 및 수송에 관한 사항이 강화된다.

의약품 도매상 또한 콜드체인 관리가 강화되는 상황에 대해 최 본부장은 “제약업계에서 시작된 검증의 개념이 이제 의약품 유통업체에서도 필요로 하고 요구되고 있다”며 “의약품 유통업체들은 콜드체인 유통 전반에 걸친 프로토콜 구성과 검증에 더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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