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에서 역진출하는 중국 글로벌 제약기업들
First-in-class, Best-in-class 파이프라인 앞세워

 기획  언제 이렇게 바뀌었지? 

넓은 면적과 많은 인구, 게다가 고령화된 사회, 세계 2위의 의약품시장인 중국은 이웃나라인 한국에게 기회의 땅이다. 더욱이 중국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과거 CFDA)이 2015년부터 실시한 정책개혁이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중국은 제약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다. 그런데 거꾸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있다. 안텐진과 베이진, 에베레스트 등 3개사다.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국내 진출을 선언하며 한국지사 세팅 단계에 있다. 그들은 왜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지, 파이프라인 면면은 어떠한지, 생존전략은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① 한국 진출하는 중국의 신생 제약바이오기업들
② 검증된 한국 시장에 선보일 제품은  

 중국 산업, 2015년 패러다임 전환  
'제네릭의 축소, 혁신신약의 확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제약산업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국의 제약산업 시장규모는 3695억 달러로 세계 시장 31.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 이은 2위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1498억 달러로 12.8%를 점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1억 달러(1.6%)로 13위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중국 제약시장을 기반으로 국내 진출을 선언한 중국 제약사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의 제약바이오 정책의 변화와 그것이 중국 제약산업에 미친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은 2015년 정책 개혁의 막이 오른 후 대폭 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중국은 자국의 산업보호 및 육성과 국민 복지, 소비자 후생 간 상반된 목표에서 갈등했다. 중국 제약기업들은 신약개발 능력이 부족했고, 1990년대 특허가 만료된 블록버스터 약물들은 제네릭 개발이 가능했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제네릭 육성에 편중된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자국 기업을 보호했다.

실제 글로벌 제약사의 중국 진출을 지연시키기 위해 중국 내 승인 과정을 까다롭게 하는 반면, 제네릭 승인은 빠르게 진행됐다. 이때까지 제네릭 만으로도 버틸만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등장한 항암신약 등으로 선진국과 중국 암 환자들의 치료율이 큰 차이를 보이자, 상황은 달라졌다. 자국민의 암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약 접근성을 개선해야 했던 것이다. 2015년 보험 약가를 인하했고, 신약에 우호적인 정책들을 쏟아냈다.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중국 기술마케팅 분야를 컨설팅하는 해외제약전문가로 활약했던 펑 타오(Feng Tao) 베이징 리웨이 바이오테크 부회장에 따르면, 2015년부터 정부가 의약품 심사업무에 많은 역량을 집중하면서 7~8년 소요되던 신약 승인 기간이 대폭 줄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오시머티닙은 접수부터 승인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7개월이었다. 2017년에는 전국의료보험 목록을 조정하면서 혁신신약을 협상 방식으로 보험목록에 편입시켰고 2017년과 2018년 사이 53개, 2019년 70여개 신약이 등재됐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중국 진출이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신약에 대한 중국의 소비력이 상승했다는 것과 함께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 제약사들도 신약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펑 타오 부회장은 지난 6월 보건산업진흥원이 개최한 '바이오코리아2021'에서 2009년을 중국 혁신신약 태동기, 2015년 전후를 중국 혁신신약 첫 번째 투자 성수기라고 정의했다. 그는 "헝루이제약, 푸싱제약 등 중국 기업들이 2009년 전후로 PD-1 단일클론항체(면역관문억제제), 항체약물 결합체(ADC) 등 혁신신약의 연구개발(R&D)을 시작한 후 2015년에는 다수의 제품이 후기임상에 진입했고, 10년이 지난 후 현재 수확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제약정책 변화로 자국의 제약기업이 글로벌 제약사를 바짝 뒤쫓고 있다고 자평하는 가운데, 혁신신약 개발을 목표로 신생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생겨났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베이진과 안텐진, 에베레스트메디신은 올해 초(2021년 기준)부터 한국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직은 낯설다. 누구냐 넌. 

미국과 홍콩주식 시장 상장사 '베이진'  

베이진(BeiGene)은 미국인 사업가 존 오일러(John V. Oyler)와 생화학자 샤오동 왕(Xiaodong Wang, Ph.D)이 2010년 공동 설립한 항암제 R&D 중심의 제약기업이다. 설립 10주년인 베이진은 전 세계 환자들의 치료 결과와 의약품 접근성을 개선시키기 위해 혁신적이고 지불가능한 의약품을 개발하는데 집중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현재 중국에서는 베이징과 상하이에 오피스가, 광저우와 쑤저우에 제조공장이 갖춰져 있으며 5개국, 23개의 오피스에서 7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베이진은 미국 뉴저지, 캠브리지, 샌프란시스코 등에 오피스를 두고, 2016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2018년 스위스 바젤에 첫 오피스를 설립하면서 유럽진출에 성공했고, 같은 해 홍콩주식 시장 상장을 마쳤다. 내년 상해주식 시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출처=베이진 홈페이지.
출처=베이진 홈페이지.

파이프라인을 살펴보면, 베이진은 혈액암과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에 집중하고 있다. 전임상 단계에서 50개 이상, 임상 단계 30개 이상, 상업화 단계 10개 이상을 포함해 100여개에 달하는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베이진이 개발 및 집중하고 있는 품목은 3가지다. BTK(Bruton's tyrosine kinase) 억제제인 '브루킨사(성분명 zanubrutinib)'와 항 PD-1 항체인 티스렐리주맙, PARP(poly ADP ribose polymeras) 억제제 파미파립 등이다. 브루킨사는 미국과 중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이미 허가됐으며 티스렐리주맙은 중국에서 허가를 획득했다. 올해 1월 노바티스와 북미, 유럽, 일본에서의 티스렐리주맙 상용화를 위한 협업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는 허가와 메디칼, Market Access(MA) 부서의 인력이 구성됐으며 26명이 근무하고 있다. CRO 전담팀까지 더하면 총 56명으로, 베이진코리아를 이끌어갈 수장을 물색 중이다. 

 

짧은 역사, 역동적인 행보 '안텐진'

안텐진(Antengene)은 2017년 설립된 제약 바이오 기업이다. 신생회사지만 행보는 여느 회사 못지않게 역동적이다. 시리즈 ABC 투자를 거쳐서 3년 만에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홍콩에 오피스를, 샤오징에 제조공장을 갖추고 있다. R&D 인력만 300명이다. 

종양학 혁신신약 개발과 공급이 목표인 회사는 설립이래 16건의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고, 아시아 태평양 국가에서 6건의 신약 허가신청(NDA)을 한 상태다.

안텐진의 1호 약물은 재발 불응성 다발성골수종 및 재발 불응성 미만성 거대B세포림프종(DLBCL) 치료제 '엑스포비오(성분명 selinexor)'다. 핵외수송 선택적 억제제(selective inhibitor of nuclear export, SINE) 계열 First-in-class로,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출시된 상태다.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을 위한 협업을 선택하듯 안텐진은 중화권과 호주, 뉴질랜드, 한국 및 아시아에서 상업화를 위해 케리오팜(Karyoharm Therapeutics)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두 번째 상용화를 예상하는 신약은 mTOR kinase inhibitor인 ‘ATG-008’(성분명 Onatasertib)으로 간세포암 임상이 진행 중이다. ATG-008의 임상과 제조, 상업화 파트너사는 BMS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myelodysplastic syn-drome; MDS) 치료제 'ATG-016(성분명 Eltanexor)'과 항바이러스제 'ATG527(성분명 verdinexor)' 등도 활발한 임상이 진행 중이다. 이처럼 안텐진은 파트너십과 자체 신약 개발을 활용해 8개의 글로벌 판권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시장 판권 5개 등 총 13개의 임상 및 전임상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의약품 허가와 등재, 세일즈까지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안텐진코리아 수장은 김민영 대표로, 서울대 약대를 졸업해 서울대병원, 아이큐비아, 릴리, 입센코리아 등에서 다양한 경력과 리더십을 쌓았다. 메디칼과 MA 등의 조직을 세팅 중이다. 

출처=안텐진 홈페이지
출처=안텐진 홈페이지

 

아시아태평양 3대 제약사 목표 '에베레스트메디신'

에베레스트메디신(Everest Medicines)은 미충족 의학적 수요(unmet medical needs)가 높은 질환에 대해 잠재적으로 새롭거나 차별화된 치료법을 발견하고, 라이선스, 임상 개발, 상업화 및 제조를 아우르는 제약사를 표방한다. 2017년에 설립된 회사는 상하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베이징, 뉴욕, 보스턴, 샌디에이고, 파리, 서울, 싱가포르 및 대만에 진출해 있다.

에베레스트메디신이 눈에 띄는 점은 중화권, 한국,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시장에서 미충족 의학적 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라는 것이다. 종양, 면역질환, 심혈관 및 신장 질환, 감염성 질환에 걸쳐 10개의 임상 단계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했고, 17개 이상의 적응증에 대해 임상이 진행 중이다. 그 중 10개의 적응증은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했고, 3개의 적응증은 미국, 유럽 등에서 허가를 받았다.

유방암 치료제 ‘트로델비’와 장내감염 항생제 '제라바' 등이 FDA 허가를 득한 제품이다. 트로델비는 미국 바이오 기업 이뮤노메딕스(Immunomedics)가 개발했으며, 지난해 길리어드가 이뮤노메딕스를 약 210억 달러에 인수하며 확보한 자산이다. 에베레스트메디신은 최근 캐나다의 제약사인 프로비던스로부터 5억 달러에 m-RNA 백신 생산 및 판권을 사들였다. 지난해 홍콩주식 시장에 상장한 회사는 2030년까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3대 제약 회사가 되는 것이 중단기 목표다.

에베레스트메디신 한국 법인은 지난 7월 설립이 완료됐으며 1호 입사자는 박혜선 대표다.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바이엘코리아, 한국애보트, 화이자 등에서 사업 경험과 조직경영 경력을 쌓았다. 현재 허가, 메디칼, 마케팅, MA, HR 등의 조직이 갖춰졌다.

출처=에베레스트메디신 홈페이지.
출처=에베레스트메디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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