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 교수

그가 청중석에 앉아 있었다면 분명 손을 높이 들고 '이의있습니다'라고 외쳤을 것이다.

하지만 토론회 주제발표를 맡아 '이의제기' 대신 울분을 토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사선을 넘나드는 환자들을 무겁게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빠르고, 격앙되고, 거친 말들이었다.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이 주최한 한 토론회에서 만난 김기현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의 모습이었다. 기자는 그로부터 두달 뒤인 지난 26일 김 교수와 다시 이야기 할 기회를 만들었다. 소재는 역시 다발골수종치료제 다잘렉스(다라투무맙)였다.

김 교수는 "그 때는 좀 격했었다"며 짧게 웃었다. 스스로 다혈질적인 성향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는데, 그만큼 환자를 대하는 임상의사의 진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기자는 오는 31일 예정된 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가 의견진술 기회를 달라는 다발골수종 전문의의 요청을 수용하지 않을 걸 이해할 수 없었다. 김 교수와 연락을 다시 취했던 것도 이 부분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김 교수 역시 갑갑해하고 있는 대목이었다.

"예전에는 치료제가 복잡하지 않고 '개발텀'이 더뎠다. 그래서 이런 전문가 회의에서 충분히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혈액종양내과 분야만 봐도 약이 많아지고 투약도 복잡해졌다. 저도 폐암 얘기하면 잘 모른다. 위원회에 계시는 선생님들께서 여러 경로로 많이 알아보셨겠지만 다발골수종을 치료하는 임상전문가들 의견을 직접 들어보시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치료환경이 복잡해진 상황에서 지금 중요한 건 더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서로 의견을 구하는 프로세스를 만들고 활용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의외로 담담했다. 그러면서도 "진술기회를 주시면 당연히 나갈 의향이 있다. 저보다 더 차분히 설명하실 분이 자원하시면 양보하겠지만"이라고 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일문일답

-응급상황사용승인으로 국내에 도입된 약제인데도 급여 등재가 지연되고 있다. 급여등재 지연으로 인해 진료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어려움이 있다면 설명해 달라.
 
=다행히 제약사가 동정적 프로그램으로 제품을 필요한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어서 당장 어려움은 없다. 문제는 이게 계속 지속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서둘러 보험이 적용돼야 한다. 제약사 측도 조기 등재를 기대하고 무상공급을 시작했다가 지연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잘렉스가 필요한 국내 환자 수는 어느 정도로 추정되고 있나.

=매년 1400~1500명이 새로 진단받는다. 그중에서 돌아가시는 분도 적지 않다. 대략 300명이 이 약의 등재를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급여 투약비용은 얼마 정도인가.

=이 약제는 투약방식이 좀 복잡하다. 처음 두 달은 일주일에 한번 꼴, 그 다음부터는 한달에 한번 꼴로 투여한다. 그래서 처음 1개월에 투약비용이 높다. 미국 등의 사례를 보면 첫달 1000만원정도 소요될 것이다.

-투약경험이 많을텐데 임상적 가치를 평가한다면.

=항암제에서 효과는 절대적인 게 없다. 일찍 시작하면 비교적 잘 듣고 뒤로 갈 수록 반응률이 떨어진다. 4차 치료제로 비교약제가 없는데도 이 약제는 30%에게 반응이 나타난다. 기적의 약 수준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다른 항암제와 비교하면 생존률이 상대적으로 긴 편이다.

-잘 아시겠지만 암질환심의위원회에 두 번 올라갔는데, 한 번은 단일군 임상자료로는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고 현재 진행 중인 병용요법 임상결과가 기대되니 좀 더 기다려보자는 이유로, 두번째는 얀센이 임상근거를 보완하기 위해 제출한 다발골수종연구회의 응급상황사용승인 연구 내부결과를 공식발표 자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보나.

=답답한 심정이다. 혈액종양내과에서도 임상의사들이 전문적으로 보는 질환마다 차이가 크다. 경험이 달라서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이 약에 3상 연구가 없는 건 미 FDA가 2상 연구로 허가를 내줬기 때문인데, 당연히 그 때 3상 연구를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FDA는 3상연구를 위해 대조군을 설정하는 게 윤리적으로 좋지 않다면서 3상 연구를 하지 말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터가 없다거나 유용성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건 온당치 않다.

병용요법 임상의 경우 자칫 또다른 급여 허들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약은 단일투여로도 충분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다발골수종연구회 소속인가? 응급상황사용승인 연구내부결과가 대한내과학회지에 발표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지연되고 있는데 이유가 있나. 정해졌다면 발표시기는?

=다발골수종연구회 소속이다. 이 부분도 안타깝다. 학회지 게재를 위해 연구결과를 보냈는데 거절됐다. 논문을 리뷰한 교수님들이 이 질환과 치료제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신 게 아닌 지 생각하고 있다. 폐암과 같은 다른 암의 경우 논문도 많고 피험자 수도 많다. 하지만 이번 논문은 응급상황사용이라는 제한적인 상황에서 만들어졌다. 숫자가 많지 않아 신뢰하기 어려워 보일 수도 있지만 치료제 특성을 감안한다면 이해했을 것이라고 본다.

-응급상황사용승인 연구 환자 수는 몇 명이나 되나.

=20명 정도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다발골수종을 보는 임상전문의들은 충분히 효과를 경험했다. 현재 다른 학술지를 알아보고 있는데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오는 31일 암질환심의위원회가 열린다. 다발골수종 치료 임상전문의의 진술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는데 수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만약 위원회가 진술기회를 준다면 직접 나설 의향은 있나.

=예전에는 치료제가 복잡하지 않고 개발텀이 더뎠다. 그래서 이런 전문가 회의에서 충분히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혈액종양내과 분야만 봐도 약이 많아지고 투약도 복잡해졌다. 저도 폐암 얘기하면 잘 모른다. 위원회에 계시는 선생님들께서 여러 경로로 많이 알아보셨겠지만 다발골수종을 치료하는 임상전문가들 의견을 직접 들어보시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치료환경이 복잡해진 상황에서 지금 중요한 건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서로 의견을 구하는 프로세스를 만들고 활용하는 것이다.

진술기회를 주시면 당연히 나갈 의향이 있다. 저보다 더 차분히 설명하실 분이 자원하시면 양보하겠지만.

-만약 진술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핵심만 정리해 달라.

=다잘렉스는 기존치료제와 완전히 작용기전이 다른 약이다. 면역요법이다. 말기환자에게 투약할 때 부작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난다. 단독으로 써도 반응률은 30%로 비교적 높다. 보통 단독으로 썼을 때 15~20%를 투약여부 기준으로 판단한다. 30%면 좋은 편이다. 대조군은 없지만 전체 생존도 뛰어나다. 재발 불응환자 생존율이 평균 1년이 넘는다. 요즘 폐암 등 항암제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말기환자에게 투여해서 1년 이상 사는 경우는 흔하지 않을 것이다.

다발골수종 고가약이 최근 몇년 사이 등재된 게 상대적으로 많아서 형평성 이야기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치료제가 순서를 기달려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일단 좋은 약이 나왔으면 환자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본다.

-고가약제여서 정부도 꼼꼼히 들여다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새로 도입된 제도를 활용해 접근할 수 있는 툴이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반응있는 환자만큼만 제약사에게 환급해 주고 그렇지 않은 환자분은 약값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버짓 문제는 얼마든지 협상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데 암질환심의위원회 단계에서 막혀 이 것조차 못한다니 말이 안된다.

-끝으로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다른 치료제도 그렇겠지만 다발골수종치료제는 특히 각각의 장점이 있고 환자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선택 가능한 옵션이 있으면 당연히 쓸 수 있도록 열어줘야지 급여기준으로 가로 막는 건 최선의 진료를 막는 것이다. 정부가 전문의들을 좀 더 신뢰해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제약사들에게 뇌물을 받아서 필요없는 약을 더 쓰거나 엉뚱하게 쓰지는 않지 않나.

다시 말하지만 각각의 임상전문가들과 더 커뮤니케이션하고, 전문가들의 판단과 능력을 믿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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