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거 교수

"네이처에 첫 논문 내고 의기양양 했으나
얼마 안돼 모든 과학자들이 연구에 의문제기"

"mRNA, 감염병 백신 뿐 아니라 암, 심장병 등
희귀질환 치료제의 새 모달리티 가능성 높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 '제2회 온라인 석학과의 대담' 

1974년 당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화학공학자로(chemical engineer) 박사 학위를 받은  이들이 향하는 곳은 석유 회사(oil company)였다. 모더나의 공동 창업자로 잘 알려진 로버트 랭거(Robert Langer) 역시 다른 동료들과 다르지 않게 화학공학자로 석유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다양한 화학적 도구(chmical tool)로 약물이 전달되는 연구를 수행하며, 그는 약물 전달 분야에 흥미를 갖게 됐다. 

그는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me)을 연구하며, 약 1500편의 논문을 출판하고, 1400개의 특허를 등록했다. 논문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논문 인용수가 역사상 네 번째로 많고, 울프상, 미국 국가과학상, 미국국가기술혁신상 등 수많은 수상을 했다. 그가 이끄는 MIT 랭거연구소는 세계에서 가장 큰 생명공학연구실이다. 뿐만 아니라 40여곳의 바이오벤처를 창업한 그는 산업계에서도 인정 받은 인물이다. 

11월 3일 오후 10시 30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주최한 '제2회 온라인 석학과의 대담'에 참가한 로버트 랭거 교수는 '약물 전달의 진보(advnaces in drug delivery)'를 주제로 온라인 강연을 했다. 오유경 서울대 약대 교수와 이혁진 이화여대 약대 교수가 대담자로 참여했다. 로버트 랭거 교수의 강연 내용을 대담 형식으로 각색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11월3일 오후 10시 30분 주최한 '제2회 온라인 석학과 대담'에서 로버트 랭거 교수는 ‘약물 전달의 진보(advnaces in drug delivery)’를 주제로 온라인 강연을 했다. 이혁진 이화여대 교수(왼쪽)와 오유경 서울대 교수가 진행했다. [사진출처=한국과학기술한림원 공식 유튜브 채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11월3일 오후 10시 30분 주최한 '제2회 온라인 석학과 대담'에서 로버트 랭거 교수는 ‘약물 전달의 진보(advnaces in drug delivery)’를 주제로 온라인 강연을 했다. 이혁진 이화여대 교수(왼쪽)와 오유경 서울대 교수가 진행했다. [사진출처=한국과학기술한림원 공식 유튜브 채널]

 

1976년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중요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고 들었습니다. 

1976년이면 제가 스물 일곱입니다. 호기롭게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모든 크기의 분자를 몸 안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발표했죠. 이 내용을 모든 재료공학자들이 본다고 생각하니 더욱 자신감에 찼죠. 이런 저의 자신감이 무너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모든 과학자들이 제 연구결과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하더군요. 당시만 하더라도 매우 작은 분자(molecule) 정도는 몸 안으로 전달할 수 있어도, 단백질, 심지어 핵산(DNA, RNA)과 같은 물질은 여러 유기용매에 의해서 파괴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거든요.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대학 9곳에 낸 교수 지원도 모두 탈락하는 지경에 이르렀죠. 다행히도 약물전달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던 네빈 스크림쇼 MIT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할 기회를 얻게 됐어요. 

 

약물전달시스템에서 수많은 논문과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시잖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무엇인가요?

먹는(마시는) 인슐린을 구현할 수 있는 '소마(SOMA; Self-Orienting Millimeter-scale Applicator)' 기술을 개발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비교적 큰 분자량을 갖는 단백질인 인슐린은 먹는 제형일 경우, 소화 과정에서 다양한 효소(enzyme)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에,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요. 때문에 피하주사제형이 일반적이죠. 하지만 주사제형의 경우 환자들이 불편함을 겪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자기지향 밀리미터 작동장치(Self-Orienting Millimeter-Scale Actuator, SOMA)를 캡슐형태로 개발한 것입니다. 환자가 SOMA를 삼키게 되면 그대로 뱃속으로 내려가 위벽의 최상층에 인슐린이 주입됩니다. 

이 기술은 육지거북이(Stigmochelys pardalis)를 참고했는데요, 육지거북이가 뒤집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행동을 보며, 이런 형상처럼 SOMA도 굴러가도 상하가 올바르게 되고, 내장돼 있는 바늘이 위벽으로 올바르게 달라붙을 수 있습니다. SOMA 기술을 적용하면, 기존 고분자(Polymer) 기반 약물전달시스템을 활용한 인슐린보다 4배 이상 안정적이고, 효과 또한 기존 피하주사와 동등한 수준입니다. 

로버트랭거 교수의 제자로 알려진 이혁진 이화여대 약대 교수(왼쪽)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로버트랭거 교수의 제자로 알려진 이혁진 이화여대 약대 교수(왼쪽)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모더나 공동창업자로 유명한데요, 모더나는 어떻게 창업하게 됐나요? 

2010년 동료 생화학자들과 핵산(DNA, RNA)을 활용해 단백질을 합성하는 과정을 의약품에 적용하는 기술로 모더나를 창업했습니다. 이미 단백질 기반 항체의약품이 전 세계 제약시장에서 큰 성장을 거두고 있는 시기였지만, 단백질 의약품은 (저분자화합물 대비) 생산 기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어요. mRNA를 비롯한 핵산을 활용해 세포 내부로 약물을 전달해 효능을 높이고 생산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컴퓨터로 비유하자면, △DNA는 하드 드라이브 △mRNA는 소프트웨어 △단백질은 하드웨어입니다. 항원(antigen, 단백질 성분)을 직접 제작하려면 수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한 반면, mRNA를 활용하면 필요한 항원을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해, 이를 통해 개발 기간을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하드웨어를 직접 만들지 않고,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중국 연구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밝혀낸 지 불과 이틀만에 모더나는 mRNA기반 백신 디자인을 마쳤어요. 이어 두 달 만인 3월 임상시험 첫 환자 투여를 시작했죠. 

 

지금도 완전히 해결된 문제는 아니지만, mRNA는 불안정(unstable)해서 원하는 타깃까지 전달하는 데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고 들었어요. LNP 기술도 아직 더 개발해야 부분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창업 초창기에도 mRNA 의약품 개발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은 것이 '체내 전달'이었어요. 지질나노입자(LNP; Lipid Nano Particle)로 알려진 폴리글리콜에틸렌으로 구성된 나노입자로 mRNA를 감싸는 구조를 만들어 원하는 타깃까지 전달되도록 했어요. 현재 코로나19 백신 역시 이러한 LNP 기술이 적용된 것입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이후 mRNA 회사들은 항암백신 개발에 더욱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더나의 앞으로 개발 전략은 무엇인가요?

mRNA는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에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단 감염병 백신뿐 아니라 암, 심장병, 낭포성섬유증, 희귀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모달리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모더나에서는 새로운 약물전달시스템을 활용해 주사가 아닌 경구제로도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이 연구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 드리자면, 신경이 거의 없고 조직이 빠르게 재생되는 위(stomach)에 캡슐이 들어가 미세한 침을 통해 위벽으로 약물을 주입하는 기술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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