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현 상황에선 발전 한계 곧 닥쳐
신사업과 기존사업 확장을 위해 IPO 필요

히트뉴스가 지난달 26일 집계한 올해 바이오벤처들의 IPO(Initial Public Offering, 신규 상장 혹은 기업공개) 현황을 보면 SK바이오사이언스, 네오이뮨텍, 차백신연구소, HK이노엔 등 19곳이 상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까지 상장한 바이오벤처는 92곳 내외며, 상장을 위한 바이오벤처들의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전통 제약회사들도 1962년 유한양행을 필두로 현재 74곳 안팎이 기업공개를 했다. 반면 의약품 도매유통업계의 경우 2020년 기준 연간 매출액이 4조원(연결)~5000억 원대 대형 유통업체들이 8곳이나 포진돼 있는 데도 IPO 업체가 한 곳도 없다. 

왜 그럴까? IPO는 신규 상장을 뜻한다. 이를 흔히 기업공개와 혼용하기도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상장'과 '기업공개'는 같은 개념이 아니다. '기업공개'를 원활하게 하도록 '상장'이라는 수단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공개가 목적이라면 상장은 그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상장(IPO)을 하면 사업에 소요되는 대규모 자금을 용이하게 조달받을 수 있다.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투자 받아 필요한 자금을 만들고 이를 통해 사업을 계획대로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 상장으로 조달된 자금은 원금 상환과 이자 비용 부담이라는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조달된 돈으로 이익을 만들어 배당을 하면 된다.

IPO를 위한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치고 기업체의 재무제표와 영업실적 등 정보자료가 적나라하게 공개됨으로써 기업에 대한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주변 사회의 신뢰와 평판 등을 높일 수 있다.

주식 상장을 통해 소유권이 분산되고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예컨대 스톡옵션 등으로 회사 임ㆍ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우수 인력 채용에도 유리하게 된다.

주주는 보유지분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자본 투자에 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주가가 오를 경우 주주는 보다 훨씬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이같은 IPO의 유익함에도 불구하고 왜 의약품 도매유통업체들은 이제까지 IPO를 행한 곳이 한 곳도 없을까. 혹시 어렵다고 하면서도 속으로 여유 자금이 충분해 그러는 걸까. 아니면 기업에 대한 신뢰성과 투명성 및 평판 등의 요소가 의약품도매유통업 경영에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일까.

이도 아니라면, 혹여 IPO 때문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다음과 같은 사안 등에 대한 두려움이 크거나 IPO 과정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까다롭게 생각되기 때문일까?

대주주가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지 않을 경우, 주주총회나 이사회 등에서 대주주의 회사에 대한 절대적인 지배권이 약화되는 상황이 발생될 수 있다.

기업운영이 투명하지 않을 경우, 대주주의 횡포를 막고 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상법 제542조의6은 예컨대 발행 주식 총수의 1% 이상 지분을 소유한 소수주주(소수주주들의 지분을 합하거나 위임을 받아 1% 이상 되어도 됨)에게 소(訴)의 제기를 청구할 수 있고, 3%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소수주주에게는 임시주총소집청구권, 이사해임청구권, 회계장부열람권 및 회사업무와 재산상태 조사를 위한 감사인의 선임청구권을 부여하는 등, 소수주주들에게 각종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상장(IPO)을 하지 않으면 대부분 가족이나 지인 등의 주주로 구성되어 있어 소수주주의 권리행사 가능성이 없지만 말이다.

외부감사 대상(자산규모 100억 원 이상) 업체의 경우, 재무제표와 주석을 금감원DART에 1년에 한 번씩만 공시하면 되지만, 상장(IPO) 기업이 되면 증권 내용이나 기업재산 및 주요 경영상태 등 기업의 주요 정보를 정기(1년에 4번씩)ㆍ수시로 공시해야 하므로 그 와중에 아주 중요한 기업정보가 누출될 가능성이 있다.

상장을 하려면 '△주관 증권사 선정→△실사 및 내부정비→△상장 주식의 적정성 검토를 받기 위한 예비상장심사청구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심사 완료→△상장심사위원회의 심의→△심의 결과를 상장 신청인과 금융위원회에 통지→△공모(공개모집, 일반모집)→△청약 및 납입→△증권 신고서 제출→△주식 매매 개시'라는 복잡다단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줄잡아 1년~1년6개월 정도 걸린다.

이들 중에 틀림없이 적어도 하나 이상, 도매유통업체들이 IPO를 행하지 않거나 못하는 이유가 되는 속사정이 들어 있지 않을까?

물론 'IPO를 하거나 하지 않거나'는 오로지 의약품 도매유통업체들이 판단할 과제며 권한이다. 하지만 다음 두 가지는 염두에 둬야 한다.

첫째, 의약품 도매유통업계가 현재의 시장적ㆍ제도적인 환경과, 요양기관 및 제약업계와의 역학 관계, 그리고 업계 내의 경쟁관계 및 업체 내의 인적ㆍ물적인 자원과 재정 및 경영성과 등을 감안할 때, 오늘의 상태에서 변하지 않은 채 서로 지지고 볶으면서 지속적으로 발전을 기대하기는 아주 어려울 것 같다.      

기존 사업을 확장하거나, 건강기능식품ㆍ의료기기ㆍOEM의약품 개발 및 요양기관 소요물품 유통 등과 같은 신규 사업을 개척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본격적인 콜드체인(Cold Chain)확보 과제까지 풀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규 투자를 위한 대규모 자금을 현재 내부유보(이익잉여금 및 자본잉여금 등)나 빚으로 조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IPO(신규 상장)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이용할 가치가 충분한 것이다. 의약품 도매유통업계도 투명한 경영 세계로 발돋움하고 과감하게 구각(舊殼)을 벗을 때가 됐다.

둘째, IPO의 결점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제약업계는 지금 최하 185곳 이상의 업체가 IPO(상장)를 했다. 그런데도, IPO의 결점으로 인해 경영이 파탄 났다는 소문을 들어 본 일이 없다. 신약 파이프라인 몇 개를 가진 신생 바이오벤처도 미래가치 확장을 위해 IPO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당국에 아우성치는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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