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홍성훈 전무(CFO)

디앤디파마텍 "임상개발에 전사적 역량 집중"
기술이전, 공동개발 통한 사업모델 다각화 추진

혁신치료제 개발 바이오텍을 추구하는 디앤디파마텍(대표 이슬기)은 스팩이 남다르다. 퇴행성 뇌질환을 타깃으로 하는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파이프 라인' 등 임상개발에 진입한 포트폴리오만 10개에, 투자 유치 금액이 2191억 원에 이르는 등 '상장기업'과 맞먹는다.

핵심 파이프라인 NLY01의 임상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디앤디파마텍은 창업의 시작점도 독특하다. 이슬기 대표의 아버지는 이강춘 성균관대 약대 석좌교수로, 디앤디파마텍의 NLY01, TLY012, DD01 등 세 가지 주력 치료 후보물질이 이 교수 연구실에서 나왔다. 아버지 이강춘 교수의 연구 성과를, 아들 이슬기 대표가 신약으로 개발하고 있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한데 따라 미국 현지에 전문 임상개발팀(35명)을 구축해 신약 임상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상개발뿐만 아니라 초기 연구부문 또한 대형제약회사들과 공동 연구 협력체계를 활발히 진행하며, 보유 파이프라인의 가능성도 입증했다.

히트뉴스는 지난 달 29일 판교 디앤디파마텍 본사에서 홍성훈 전무(CFO)를 만났다. 
 

디앤디파마텍 홍성훈 전무.
디앤디파마텍 홍성훈 전무.

 

디앤디파마텍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창업투자회사에서 심사역 업무도 맡아 일했습니다. 외국계 사모펀드에서도 투자업무를 하다 2018년 바이오 벤처 생태계에 CFO의 역할로 조인하게 됐습니다.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동구바이오제약에서 근무하셨죠?

이스트브릿지는 사모펀드(Private Equity) 성격이므로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를 거의 안 했고요. 솔직히 사회 생활 초기 바이오 분야에 큰 관심을 둘 계기가 없었어요. 그러다 동구바이오제약 CFO로 일하게 되면서 바이오 벤처 기업의 성장성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동구바이오제약에서 일하면서 디앤디파마텍 시리즈B 펀딩을 진행했고, 이를 계기로 디앤디파마텍으로 옮기게 됐습니다.

 

바이오벤처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버젯팅(Budgeting, 자금 조달)이라고 봅니다. 아시다시피 바이오 벤처는 차입이 안 되는 구조에요. 매출도, 이익도 없기 때문에 자본과 연계된 투자를 받아야 합니다. 연속 선상에서 어떠한 엑시트(Exit, 투자자의 입장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 플랜을 제공할지 투자자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협력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바이오 벤처는 매출이 없기 때문에 회계나 관리 부분보다 오히려 비용만 보는 경향이 크니 버젯팅을 통해 앞으로 사용될 자금을 예측하고, 자금 조달을 하는데 많은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임상비용이나 오퍼레이션 비용을 적시적소에 조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이오벤처가 3년 간 2200억 원을 투자받은 것은 이례적입니다.

시리즈A와 시리즈B를 통해 약 1600억 원을 투자 받았고, 최근 591억 원을 투자 받아 총 2191억원을 유치했습니다. 시리즈A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약물) 기전의 우수성과 글로벌 시장을 타깃해 미국에서 임상하고 있는 부분을 기관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였습니다. 2018년 3월, 국내 벤처캐피털 및 동구바이오제약을 포함한 총 7개의 투자자가 190억원을 투자했거든요.

1410억 원에 이르는 시리즈B 투자 유치가 의미가 있었던 점은 사업 발표를 진행할 때, 기존 투자자 이외의 투자자를 따로 만나지 않고, 기존 투자자 중 5개 팀을 대상으로 9개월 동안 (회사가) 어떤 업무를 수행했는지 중점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이같은 진행상황을 본 투자자들이 우리의 가치를 높이 인정해 예상보다 많은 투자를 해 주셨습니다.
 

이같은 성과에도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에서 미승인된 것은 예상 밖입니다.

회사 경영진은 바이오텍의 목표를 신약 개발이라고만 판단했기 때문에 임상 시험에 많은 부분을 투자했습니다. 되돌아 보니 기술 이전 등 사업적인 부분이 부족했던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의 진심과 열정을 객관화해 보여주지 못했던 셈입니다. 

다시 말해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술이전이나 대형 제약사와 협업 같은 것이 회사의 기술성 강화 측면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게 됐다는 것입니다. 거래소 입장에서 디앤디파마텍은 이런 역량이 부족한 곳으로 비쳐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회사 제품의 시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그걸 해소하고 다시 심사를 하는 게 맞다고 경영진이 판단했으며, 이를 보완한 후 최근 다시 기술성평가를 거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습니다.

 

시장성 해소를 위한 디앤디파마텍의 비즈니스 협력 모델은 만드셨나요?

바이오텍의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기술이전에 있다고 봅니다만, 단순 기술이전보다 계약체결 이후에도 임상개발에 일정 부분 참여하는 공동개발 형태 또한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기술이전은 기본적인 빌드업을 진행한 다음 사업 모델을 키울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게 필요합니다. 궁극적으로 대형 제약사와 파트너링이 필요한 것인데, 올해 6월 대웅제약과 경구용 펩타이드·단백질 의약품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죠. 중국의 선전 살루브리스 제약과도 DD01이라는 대사성질환 후보물질에 대한 기술이전을 체결했습니다.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데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력은 어떤가요? 이 파이프라인이 중국 제약사와 협력하는 것이죠?

네 맞습니다. 비만 치료제 분야는 노보 노디스크가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노보 노디스크가 GLP-1 계열만 활용하는 반면, 우리는 GLP-1뿐만 아니라 글루카곤을 같이 건드리는 듀얼 아고니스트(agonist)로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GLP-1이 혈당을 조절하고 식욕 억제 역할을 하는데, 글루카곤 아고니스트까지 추가하게 되면 에너지 대사가 활발해 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체중 감량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얻었죠.

DD01 치료 후보물질은 동물실험(전임상)에서도 경쟁제품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고, 그 결과 중국 살루브리스 제약과 기술이전을 체결했습니다. 이런 사례가 있기 때문에 비만 치료제 분야에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DD01 작용기전.
DD01 작용기전.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에 집중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디앤디파마텍 이슬기 대표(왼쪽)와 Ted Dawson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
디앤디파마텍 이슬기 대표(왼쪽)와 Ted Dawson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

NLY01 후보물질을 바탕으로 논문 작업을 진행했고, 파킨슨병 분야의 세계 석학 중 한명인 Ted Dawson 교수가 기존 GLP-1계열의 약물이 신경염증을 억제해 뇌신경세포를 보호하는 기전을 밝혀 2017년 네이처에 관련 논문이 게재됐습니다.

당시 이슬기 대표가 Ted Dawson 교수 연구진과 공동개발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해당 기전을 바탕으로 2018년 디앤디파마텍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NLY01을 가지고 수행한 성공적인 연구 결과가 임팩트 팩터(Impact factor, 영향력 지수)가 높은 네이처 메디슨에 게재됐습니다.

비록 조건부 승인이지만 아주 오랜만에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상품명 아두헬름)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만큼 CNS(Central Nervous System, 중추신경계) 치료제 분야가 어려운 영역이지만, 역설적으로 시장도 무궁무진하고 신약 개발에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이 분야를 최우선순위로 두고 임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NLY01 작용기전.
NLY01 작용기전.

 

미국에 있는 5개 브랜치의 역할은 뭔가요?

디앤디파마텍 미국 자회사 전경.
디앤디파마텍 미국 자회사 전경.

현재 한국 본사에 30명, 미국 자회사에 60명의 임직원이 있는데, 주목할 점은 미국에 있는 임직원의 절반 이상인 35명이 임상전문 인력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는 대부분 국내 바이오 벤처 기업들이 미국 CRO(임상시험수탁기관)에게 임상시험을 의존하고 있는 것과 다른 점입니다.

저희는 미국 자회사의 임상전문인력이 현지 CRO를 관리하면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직접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FDA(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승인을 받아야 해서 미국 임상인력들은 FDA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디앤디파마텍은 어떤 회사로 성장해 나갈 것인지 궁금합니다.

디앤디파마텍은 다양한 임상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회사로, 하나의 임상이 실패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체력이 있는 회사의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임상이 진행되는 현지에 임상 전문가를 직접 채용해 임상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둔 회사라는 것이죠.

파킨슨병 임상 2상과 관련해 240명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현재 180명의 임상시험이 종료됐거나 진행 중입니다. 2022년 말이면 투약이 끝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성과를 내면 다국적 제약사 등으로부터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우리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바이오텍, 성공적인 임상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바이오텍, 퇴행성 뇌질환 분야에 있어 치료뿐만 아니라, 분석과 진단까지 수행하고 있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한국 바이오텍이 이루지 못한 부분을 해보고 싶다는 비전에 동의하고 열정을 다하고 있습니다. 

디앤디파마텍 파이프라인. 출처=회사 소개 자료집
디앤디파마텍 파이프라인. 출처=회사 소개 자료집

 

CFO로서 전무님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영속적인 기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이오텍에서 자금 조달이 굉장히 중요한데, 성과를 통해 자금이 선순환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CFO 본연의 업무인 버젯팅이 제일 중요하고, 사업이 선순환되도록 새 먹거리를 계속해 찾아내야 하고, R&D나 BD(사업개발) 측면에서 라이선스 아웃만 할 게 아니라 라이선스 인도 진행해 새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것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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