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필요
신약 개발의 핵심 키워드 '현장성'
인허가 성공 포인트 '평가과학'

 종합  바이오헬스 정책포럼 

"정부의 산업 정책을 나무와 비교하고 싶다. 나무를 잘 가꾸려면 산에 심어진 나무를 보는 게 아니고, 씨앗을 잘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각국 정부는 첨단 과학 분야에 대한 산업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글로벌 리더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바이오 산업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12일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바이오헬스 산업 글로벌 성장을 위한 핵심분야별 접근 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제1회 바이오헬스 정책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포럼에는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정윤택 대표 △SK바이오팜  신해인 부사장 △큐어세라퓨틱스 김태호 대표이사 △파미노젠 김영훈 대표 △동국대학교 약학대학 권경희 교수 등이 연사로 참여했다.

 

 정윤택 대표 

"정부, 생태계 육성을 위한 맞춤형 정책 마련 필요"

정윤택 대표 발표 모습. 사진=남대열 기자
정윤택 대표 발표 모습. 사진=남대열 기자

"과거 제약산업은 제네릭, 리베이트, 내수산업 등이 키워드였는데 그런 부분들이 점점 다른 형태의 성격으로 진화하고 있다. 바이오헬스 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정부의 역할에 따라서 좌우되는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과 지원에 따라 바이오산업이 발전해왔다. 잠재력은 있지만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한계점과 미래 도전 과제를 살펴보겠다."

바이오헬스 산업의 도전 과제를 언급하며 발표를 시작한 정윤택 대표. 정 대표는 "2008년 정부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10개 산업을 선정했는 데, 그중 바이오 산업이 속했다. 2019년, 바이오 산업은 소위 BIG3산업에 해당됐다"며 바이오헬스 산업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전 세계 제약회사 100대 기업 중 유럽과 미국 기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제약회사도 포진해 있고, 중국 기업의 등장도 눈에 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제약기업 중 전 세계 50대 기업은 아직 한군 데도 없다. 국내 제약회사는 50클럽에 아직 못 드는 게 현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R&D, 매출 분야를 이끄는 집단이 50대 기업이다. (국내 제약회사는) 기술 수출의 회수 이슈, 인력 문제, 가이드라인 선제적 대응 문제, 한국형 오픈 이노베이션의 정립이 아직 미흡하다."

정 대표는 국내 제약회사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작년 미국 FDA에서 허가된 품목들을 살펴보면 대다수가 백신 관련 신약과 희귀의약품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블록버스터 의약품(연 매출이 1조원이 넘는 제품)의 시대는 지나가고, (의약품) 인허가에 있어 혜택(benefit)을 받을 수 있는 게 신약이라는 것이다.

정 대표는 "산학연 중심의 관점에서 보면 미래 신사업 육성 과제를 발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기술 개발이다. 차기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 전체의 특색에 맞고, 생태계에 걸맞는 맞춤형 정책을 제공해야 한다. 그게 올바른 산업정책이다"고 결론 지었다.

 

신해인 부사장

"K-바이오, 신약 개발의 필수 덕목은 현장성"

신해인 부사장 발표 모습. 사진=남대열 기자
신해인 부사장 발표 모습. 사진=남대열 기자

신해인 부사장은 K-바이오 글로벌 진출현황에 대해 "2020년부터 2021년 8월까지 총 110건의 인수 및 라이선스 딜(License Deal, 기술 거래)이 있었다"며 "빈도수로 보면 1주일에 한 번꼴로 딜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 부사장은 발표 자료를 통해 "주요 라이선스 사례로 알테오젠, 한미약품, 보로노이, SK바이오팜 등이 있다"며 "질환으로 보면 항암제가 1등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부사장은 라이선스 딜의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 "지아이이노베이션, 유한양행이 서로 딜을 했고, 한미약품은 머크와 1조400억 원에 달하는 딜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신약 개발이 굉장히 낮은 문턱의 확률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전 단순한 기술 이전의 선택이 있었다면 현재는 서로 협업을 하고, 공동의 이익을 가지고 투자하는 방향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이 진화하고 있다."

신 부사장은 "글로벌 진출을 위한 대표 비즈니스 모델로 △라이선싱 △공동협업△신규 법인 설립 등이 있다"고 강조했다.

"먼저 라이선싱(Licensing-out, 기술 이전) 사례로는 한미약품이 머크에 기술 이전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유한양행과 존슨앤존슨의 레이저티닙 기술 이전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유한양행은 한국을 제외한 모든 판권을 존슨앤존슨에 넘겼다."

"두 번째, 공동협업(Co-development)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SK바이오팜이 일본 오노약품공업에 기술 이전을 진행한 사례를 들 수 있다. 현재 SK바이오팜은 아시아 임상 3상을 주도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한국, 중국, 일본을 위주로 한 아시아 임상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오노약품공업은 주로 허가, 산업화를 담당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규 법인 설립이다. 제넥신과 네오이뮨텍이 대표적인 사례다. 네오이뮨텍은 제넥신에서 스핀오프(Spin-off, 회사 분할)한 다음에 항암제를 개발했다."

신 부사장은 터미네이션(Termination, 계약 종료)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K-바이오가 터미네이션을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며 "개발 전략, 세팅 준비 등 여러가지 요소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부사장은 "신약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현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끊임없는 업데이트, 네트워크 유지를 하는 노력을 통해 현장성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매뉴얼을 보고 모든 걸 알 수 없다. 신약 개발은 매뉴얼이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신약 개발은 기회 비용과 많은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SK바이오팜이 가지고 있는 경험들을 K-바이오 산업체와 함께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태호 대표 

"항암제 개발, 새로운 접근방식 필요"

김태호 대표이사 발표 모습. 사진=남대열 기자
김태호 대표이사 발표 모습. 사진=남대열 기자

"미충족 의료수요에 대해 시장에서 필요한 약을 개발하는 것이 현재 기업들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라이선싱 딜 분야에서 항암제가 가장 많다. 저희 회사도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지만 과거의 (암 치료에 대한) 접근 방식을 지양하고, 항암제 분야에 대해 전체적으로 새롭게 살펴볼 필요성을 느꼈다."

김태호 대표는 "연구동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접근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면역세포가 종양부위로 가야하고, 미세종양 부위에 침투를 해야한다"며 "암세포가 사멸돼서 재발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항암면역세포치료제의 접근성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첨단 바이오 분야는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이고, 시장의 관련 이슈들을 어떻게 비즈니스에 담아낼지 고민하고 있다. 이런 고민들이 여러분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고, 같이 바이오 산업에서 일해보는 기회가 생겼으면 합니다."
 

김영훈 대표

"AI 활용 신약 개발의 키워드는 데이터"

김영훈 대표 발표 모습. 사진=남대열 기자
김영훈 대표 발표 모습. 사진=남대열 기자

김영훈 대표는 "AI(인공지능) 관련 회사와 협력을 해서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약허가물질 발굴 같은 최적화 부분에 대한 이슈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해외 같은 경우도 굉장히 많은 협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해외 150개 이상의 제약사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환자 모니터링에 대한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AI 도입의 이유로 △신약개발 속도 증가 △개발비용의 절감 △실패확률의 최소화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IT 기술을 보유한 약학 전문가들이 있어야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일단 BT(바이오테크놀로지) 기술이 융합된 후 생물, 화학, 통계, 약학 등을 고루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저희 회사에서 활용하고 있는 신약 개발 플랫폼 AI 기술로는 4000억 개의 데이터를 보유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3개월 이내에 끝내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관련 연구원들을 양성하고, 그런 인재를 지속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결국 모델링 분야를 완성하는 것이 필요하고,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경희 교수 

"인허가 성공 포인트, 평가과학 시스템 구축"

권경희 교수 발표 모습. 사진=남대열 기자
권경희 교수 발표 모습. 사진=남대열 기자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여러분이 만드는 의약품이 판매가 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규제당국의 시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오늘날 국내에서 전임상, 임상 1상 연구를 많이 진행하고 있는 데, 정작 시판 허가에 필요한 자료들이 많이 부족하다고 평가된다. 전 세계 시장에 우리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FDA, EMA(유럽 의약품청) 같은 규제당국 관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고, 평가과학이 매우 중요하다."

권경희 교수는 "그동안 국내 제약회사들은 제네릭, 개량신약 연구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며 "신약 개발은 레퍼런스(Reference, 참고 대상) 자료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우리가 남이 한번도 만들어 보지 못한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불순물이 없고, 얼마나 안전한 지에 대해 규제당국을 설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야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의약품) 인허가 선진화 전략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평가과학 기반 구축이다. 우리나라는 RWD(Real-World Data, 실제임상자료)와 RWE(Real-World, 실제임상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청구 데이터를 실제 의약품 데이터에 반영하는 데 있어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의약품의 빅데이터라고 할 수 있는 청구 데이터를 실질적으로 와닿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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