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약품 불법 유통,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전문의약품,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불법 거래 가능
식약처, "전문의약품 불법 구매자에게 과태료 부과 약사법 개정 추진"

"펜타닐 구매가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용도가?"

"통증 치료에 쓰려고요."

"(펜타닐이) 모르핀의 80배, 100배인 건 아시고 구매하시는 거에요? 위험해서 그래요."

"일단 참고하겠습니다. 사실 구매가 무섭기도 하고요."

"구매 자체는 안전하고 걱정하실 게 없습니다. 재고 체크하니 100μg 20장 남았네요. 10장부터 30만원에 판매합니다. 퀵 배송 가능하니 주문하실거면 (주소) 알려주세요."

펜타닐 패치 불법 판매업자와 이야기를 나눴던 SNS 메신저 내용의 일부다. 현행법상 의사의 처방전 없이 전문의약품을 구매하는 건 불법행위다. 

'의약품 온라인 판매광고 유형별 적발 현황'(식품의약품안전처, 2015년~2020년 8월) 자료에 따르면, 약 15만 건의 의약품이 불법 유통된 것으로 나타났다. 발기부전 치료제, 각성·흥분제, 피부질환 치료제, 스테로이드 등의 제품이 주로 불법 유통됐다

의약품 온라인 판매광고 유형별 적발현황(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
의약품 온라인 판매광고 유형별 적발현황(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

히트뉴스는 전문의약품 불법 유통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SNS 채널을 통해 불법 판매업자와 접촉했다. 텔레그램 메신저, 전문의약품 불법 유통 사이트에 접속한 후, 불법 판매업자와 의약품 거래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비만치료제' 삭센다,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패치, '남성 호르몬 보충제' 네비도,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등의 제품을 불법으로 유통하고 있는 판매업자와 대화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삭센다펜주, 듀로제식디트랜스패취. 사진=약학정보원 제공
(왼쪽부터) 삭센다펜주, 듀로제식디트랜스패취. 사진=약학정보원 제공

3년 전,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불법으로 유통됐던 삭센다 주사는 여전히 불법 경로를 통해 손쉽게 구매가 가능했다.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불법 판매업자와 대화를 할 수 있었고, 퀵 배송을 통해 제품을 쉽게 받아보는 것이 가능하다.

삭센다 주사 불법 유통 판매업자와의 메신저 내용 캡처
삭센다 주사 불법 유통 판매업자와의 메신저 내용 캡처.

삭센다 주사를 유통 대행하는 쥴릭파마코리아 관계자는 "일단 병·의원 같은 경우에는 주로 직거래를 통해 삭센다 주사를 구매하고 있다"며 "유통 대행업체는 불법 유통이 이뤄지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불법유통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해 노보 노디스크제약은 "보건의료전문가를 대상으로 올바른 의약품 유통과 처방에 대한 지속적인 안내와 함께 모니터링, 비만 치료를 위한 교육 및 캠페인 등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펜타닐 패치 불법 유통 판매업자와의 메신저 내용 캡처.
펜타닐 패치 불법 유통 판매업자와의 메신저 내용 캡처.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도 텔레그램을 통해 거래가 가능했다. 국내에서 한국얀센의 듀로제식디트랜스패취(펜타닐 성분)가 주로 판매되고 있다. 약학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얀센의 펜타닐 패치 가격은 1매에 14,724원이다(공시 약가). 한국얀센 펜타닐 100㎍/h 패치의 10매 가격은 불법 유통 과정에서 보통 30만원 선에 거래가 진행되고 있었다.

2013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자료에 따르면 펜타닐은 모르핀보다 적어도 80배의 효능이 있는 마약성 진통제로 평가되고 있다.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는 구역질, 어지러움, 구토, 피로, 두통, 변비, 빈혈 등이 있다. 펜타닐 부작용의 심각성을 고려한다면 믿기 어려운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또한 미국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는 "펜타닐을 비롯한 합성 마약성 진통제는 현재 미국에서 약물 과다복용 사망에 관여하는 가장 흔한 약물이다1)"면서 "2017년에 마약성 진통제와 관련된 사망의 59.8%가 펜타닐과 관련되어 있다2)"고 강조했다. 즉 펜타닐 복용의 위험성을 경고한 셈이다.

1) Synthetic opioids, including fentanyl, are now the most common drugs involved in drug overdose deaths in the United States. 

2)  In 2017, 59.8 percent of opioid-related deaths involved fentanyl compared to 14.3 percent in 2010.

 

 원문  https://www.drugabuse.gov/publications/drugfacts/fentanyl

 

펜타닐 패치 불법 유통에 대해 한국얀센 관계자는 "저희 제품 같은 경우에는 마약 취급 허가를 받은 의료 도매상, 약국 및 병원으로 납품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마약성 진통제는 국가 차원에서 관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시리얼 넘버가 다 있다. 의료 도매상에서 판매를 하거나 약국에서 조제할 때, 판매 기록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불법으로 판매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아그라 불법 유통 사이트, 상담 내용 캡처.
비아그라 불법 유통 사이트, 상담 내용 캡처.

의사의 처방전이 반드시 필요한 네비도 주사(성분명 테스토스테론운데카노에이트) 역시 SNS 메신저를 통해 너무나도 손쉽게 구하는 것이 가능했다. 비아그라는 메신저뿐만 아니라 불법 판매 사이트를 통해 구매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화이자의 비아그라 100mg 32정 제품의 경우, 15만원대의 가격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

전문의약품 불법 유통에 대해 최헌수 대한약사회 대외협력실장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불법으로) 거래되는 전문의약품을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며 "(텔레그램 같은) SNS 채널 단속을 하는 데 있어 식약처, 약사회,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상호 협력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약사법령에는 의약품의 온라인 판매 광고 및 알선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전문의약품 불법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현재 식약처는 사이버조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사이버조사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약사법 위반 사이트(URL) 차단요청, 관세청에 해당 물품 통관 차단 조치, 위반자에 대한 수사 의뢰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편, 식약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SNS를 통한 불법 유통에 대해 "(식약처는) 의약품 불법 유통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해 대국민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며 "약사법령에서 정하는 전문의약품을 불법 구매한 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약사법이 개정돼 내년 7월 21일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법의 효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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