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경험 풍부한 SK, 계열사와 투자활동으로 다각화
CJ제일제당, 천랩 인수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도전

국내 대기업들이 벤처캐피탈(VC) 설립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바이오의약품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미 헬스케어 경험이 있는 SK와 CJ는 적극적 투자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항체 의약품 생산 역량이 뛰어난 삼성과 셀트리온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벤처 기업 인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휴젤 인수전에서 언급됐던 신세계는 벤처캐피탈을 통해 유망한 바이오벤처를 물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바이오 산업 진출을 놓고 바이오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관련 전문가 영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K케미칼,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로 이미 신약개발 경험이 풍부한 SK는 투자를 통해 바이오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SK㈜는 올해 바이오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바이오센터' 인력 충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SK 바이오센터는 이동훈이 센터장을 주축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센터장은 삼정KPMG, 동아에스티에서 글로벌 사업 총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9년 12월 SK에 합류해 바이오 투자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 김기일 전 엔에스인베스트먼트 대표와 조아련 전 미래에셋벤처투자 이사도 합류했다.

SK는 2019년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회사 스탠다임, 항체 신약 개발 기업 하버바이오메드 등에 투자했다. 지난해 12월엔 로이반트에 22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인수한 프랑스 유전자∙세포 치료제 위탁제조기관(CMO) 이포스케시(Yposkesi)가 증설에 나서며, 신약개발부터 생산까지 전주기에 거쳐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포스케시는 지난 6월 14일 SK로부터 약 5800만 유로(약 800억원)을 투자를 받아, 생산 시설을 갖춘 유전자∙세포 치료제 제 2 생산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를 개발해 판매까지 하는 SK바이오팜은 지난해 10월 미국 헬스케어 전문투자회사 ‘라이프사이벤처파트너스(LifeSci Venture Partners)에 약 43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SK는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신약 발굴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백신 3상에 진입한 SK바이오사이언스도 SK케미컬로부터 독립해 백신 분야 전문성 강화에 나섰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그동안 축적한 백신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폐렴구균 백신 등 고가 백신 생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주목받고 있는 mRNA 기반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관련 부서를 신설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7월 약 983억원 규모로 천랩을 인수하고 '마이크로바이옴'으로 다시 신약개발 기술에 뛰어들었다.

CJ제일제당이 갖고 있는 미생물‧균주‧발효 기술에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석‧물질발굴 역량과 빅데이터를 접목해 차세대 신약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유용한 마이크로바이옴은 향후 진단‧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등의 분야로 확장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J는 최근 건강사업을 독립조직(CIC)으로 구성하면서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외부 투자와 협업을 지속해 왔다. 2019년에는 마이크로바이옴 벤처기업 고바이오랩에 투자했고, 올해 상반기에 천랩‧아주대의료원‧마이크로바이오틱스와 공동연구개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항체 의약품 생산 역량이 풍부한 삼성셀트리온은 국내외 기업 인수 및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생산 역량이 풍부한 삼성은 아직 신약 연구 및 개발(R&D)에는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유망한 신약개발 벤처를 물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초기 기업의 인수하 파이프라인과 인력을 흡수하는 모델로 신약개발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유망 해외 바이오벤처 지분 인수 방식으로 신약개발 분야에 진출한다. 항체 생산 역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로 진출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6월 영국 ADC 개발사 '익수다 테라퓨틱스'(Iksuda Therapeutics)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셀트리온은 미래에셋그룹과 함께 총 4700만 달러(약 530억원)를 투입해 익수다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셀트리온 외에도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벤처투자, 미래에셋증권, 프리미어파트너스 등이 기관 투자자로 참여했다.

앞서 셀트리온은 새로운 사업 분야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 미레에셋그룹과 1500억원 규모의 '미래에셋셀트리온신성장투자조합1호'를 조성했다.

롯데는 롯데지주 경영혁신실 산하 헬스케어팀과 바이오팀을 신설해, 관련 전문가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바이오팀은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긴밀히 업무를 했던 이원직 상무가 팀장을 맡아 팀을 주도한다. 헬스케어팀을 이끄는 우웅조 상무는 삼성전자에서 헬스 서비스를 담당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  벤처캐피탈(VC) 회사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설립해 바이오를 비롯한 헬스케어 신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지난해 7월 설립된 VC로 △신세계인터내셔널 50% △신세계백화점 30% △센트럴시티가 20%를 출자했다. 현재까지 투자한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패션 △이커머스 △부동산 등으로 집중돼 있다. 하지만 바이오 영역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것이라는 업계 관측이 나온다. 현재 헬스케어 분야는 인공지능이 결합된 부정맥 진단 의료기기 '휴이노'가 대표적이다.

17일 상장을 앞두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현대 그룹 내 아산병원과 함께 바이오산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헬스케어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자본력과 사업 확장 능력이 있고, 인재 영입이 유리하다"며 "국내 바이오 기업과 산업의 시스템을 정립하는데, 세계화(globalization) 확대 도움이 되고, 생태계 측면에선 또다른 회수 시장이 열린다는 측면이 우호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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