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 소속 의사가 수 년간 의료기기 회사 사장과 직원에게 대리수술을 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이미 지난 9월 21일 신경외과 정모 과장이 의료기기 회사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켰다는 제보로 홍역을 치렀었다. 이런 가운데 정모 과장의 이런 행위가 수 년간 진행된 관행이라는 정황이 추가로 발견됐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에 따르면, 9월 21일 대리수술 의혹을 제기한 내부자 1인 외에 내부자 3인(의사 2명, 직원 1명)과 외부자 1인(의료기기 회사 관계자)이 입을 모아 정모과장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의료기기 회사인 L사의 사장과 직원에게 무려 42건이나 대리수술을 시켰다고 진술했다.

윤 의원은 5명의 진술 내용도 서로 일치하며, 굉장히 구체적이라고 했다. 가령 ‘척추성형술을 할 때 한 쪽은 정모과장이 하고, 반대쪽은 L사 사장이 한다’, ‘후방 요추체간 유합술을 할 때 L사 직원이 피부를 절개했.’, ‘(L사 직원이) 뼈에 스크류를 박으려고 망치질을 했다’ 등이 있다.

윤 의원은 2017년에 찍힌 대리수술 의혹 사진도 공개했다. 사진 제공자의 설명에 의하면 하늘색 모자를 쓴 정모과장과 분홍색 모자를 쓴 L사 직원이 미세수술에 쓰이는 현미경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L사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국립중앙의료원에 의료기기를 대여하거나 납품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국립중앙의료원의 수술장 방문 기록에 대리수술 의혹 날짜와 일치하는 L사 직원의 방문 기록이 17건이나 남아 있으며, 2016년 5월 30일에는 L사 사장이 수술장 방문 사유를 ‘시술’이라고 적었다.

또 L사 직원의 주차장 출입내역을 조회해보니 대리수술 의혹을 받는 날짜에 방문기록이 21건이나 됐고, 체류시간도 평균 4시간41분(281분)으로 길었다. 납품도 하지 않는 의료기기 회사 직원이 하필이면 대리수술 의혹이 있는 날마다 병원에 드나든 것은 매우 수상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립중앙의료원은 내부감사를 통해 9월 21일 대리수술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종결지었다. 감사 과정에서도 의료원 측이 내부고발자를 색출하려고 혈안이 돼있으며, 사건을 축소?은폐하려한다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의료원은 17일자로 정모과장을 보직해임했다.

윤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 국회의원이기 전에 30년을 넘게 진료한 신경외과 의사로서 이런 대리수술 의혹에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국립중앙의료원은 정모과장 감싸기에 급급하다. 더 이상 국립중앙의료원의 내부감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철저한 감사를 해야하고, 결과를 국민들에게 낱낱이 공개해야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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