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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기기 지원하자 vs 혁신기기 어떻게 정하나.
제약·의료기기 산업 정책과 실무 간 시각차 현격

혁신형 기업 육성을 위한 보험수가제도 개선이 예고됐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유관부처가 협력해 혁신의료기기에 대한 수가지급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부처가 30일 발표한 '제약·의료기기 등혁신형 바이오기업 육성방안' 중 의료기기 수가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면, 의료기기에 지급할 수가 모델로 '혁신수가'를 언급하고 있으며 이름에 걸맞게 수가 지급 대상은 혁신의료기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간 수가지급 필요성을 제기해 온 의료기기 분야는 △AI 영상진단·병리 △디지털치료기기 △전자약 등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축적되는 데이터에 따라 소프트웨어가 고도화 될 수 있다는 부분에서였다.

발표자료를 살펴보면 혁신수가 지급 사업은 △디지털헬스 기반 혁신의료기기 보급 지원 △제도개선 협의체 운영 두개 트랙으로 진행되며, 이중 혁신의료기기 보급 지원은 3단계로 운영될 전망이다.

1단계 사용자 평가의 목표는 혁신의료기기 성능개선이다. 별도사업으로 진행되며 2~3단계 운영 과정 중 지속적으로 진행된다. 2단계는 시범 보급으로 보건의료기관에 보급해 근거를 창출하며 3단계 근거기반 재평가 및 고도화로 이어진다.

보급은 지자체 시범사업 및 정부주도 '닥터앤서 클리닉', 상급종병 등 여러 기관들이 참여 예정이며 복지부, 보건산업진흥원, 심평원, 보의연(NECA), 식약처 등 유관기관은 '의료기기산업 종합지원센터 임상설계 컨설팅'역할로 참여할 예정이다.

눈여겨 볼 부분은 제도개선 방향과 시행시기다. 정부는 제도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된 경우 일정기간 건강보험 등재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혁신의료기기 보급을 통한 수가 근거 축적을 2022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혁신의료기기=혁신수가?

첫 번째 주목할 부분은 혁신의료기기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식약처 공고에 따르면 현재까지(2일) 지정된 혁신의료기기는 총 14개다. 식약처는 혁신의료기기 지정 절차와 기준 가이드라인에 따라 혁신의료기기를 지정해 왔다.

혁신의료기기 지정 기준은 크게 4개다.

혁신의료기기 평가 기준

1. 기술집약도가 높고 혁신속도가 빠른 첨단기술이 적용된 분야
2. 안전성·유효성이 현저히 개선됐거나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
3. 의료기기에 적용된 핵심기술의 개발이 시급한 분야
4. 희귀·난치성 질환 진단과 치료 등에 사용되는 의료기기로서 대체 의료기기가 없거나 국내 수급이 어려운 분야

안전하고 효과가 혁신적인 의료기기는 혁신의료기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것이 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하려면 재정 효율성을 따져야 한다.

'의료기기 산업 발전이 곧 국민건강 증대'라는 관점보다는 새로운 수가를 지급할 행위가 적어도 기존 보다는 나은 치료결과(혹은 효율)를 낳아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심평원 관계자는 "혁신수가 기준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합의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혁신의료기기가 혁신의료기술을 창출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NECA 홈페이지에 따르면 혁신의료기술은 안전성은 인정됐지만 유효성에 관한 근거가 부족한 기술 중 잠재성( 잠재적 가치, potential value)이 인정된 의료기술이다. 

복지부장관이이 따로 정해 고시하는 사용기간, 사용목적, 사용대상 및 시술(검사)방법 등에 대한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임상에서 사용 가능한 의료기술을 의미한다.

여기 선정된 기술을 보면 △방사선 피폭 위험이 존재하고 전 연령에 적용되지 못하는 기존 유방촬영술을 대체할 수 있는 '유방암 선별용 혈액검사' △개두술이 필요한 환자를 위한 3차원 뇌혈관 모델 시뮬레이션 제작 시스템 등이 포함돼 있다.

 

새 기준이 나온다면 기존 혁신의료기기들은?

혁신의료기기가 혁신의료기술로 이어져야한다는 공감대가 제도로 명문화 된다면 기존 식약처가 지정한 혁신의료기기의 지위도 흔들릴 수 있다.

뛰어난 기술이 기존 등재된 의료행위이거나 기존 의료행위와 비교해 뛰어난 결과를 낳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러의미에서 혁신 의료기기들이 허가 당시와는 상황이 달라진 것으로 확인되고있다.

업계 관계자는 "혁신의료기기의 특성에 따라 지정 당시와 달라진 부분들이 있을 것"이라며 "누적된 사용에 따라 보완되면서 고도화된 기술이 있다면 기존 의료와 경쟁해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것이 식약처가 잘못된 결정을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와 같은 고민은 이미 미국 MCIT 제동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MCIT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지정한 혁신의료기기(Breakthrough Divece)에 대한 4년간 수가를 지급하겠다는 파격적인 제도였다. 

혁신 기술에 수가를 지급하고 4년이 지난 후 미국 보험청(CMS)가 그간 확보한 안전성·유효성 근거를 바탕으로 필요성을 평가해 수가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MCIT는 정책시행 직전인 올 3월 제동이 걸렸는데, 정치적 이슈(트럼프 정권 정책)는 차치하고 △기존 수가체계와 충돌 우려 △기존 복지정책과 충돌 우려 △혁신의료기기 수 예측 오류 등이 원인이 됐다.

우리나라 보건당국, 보험당국, 허가당국이 머리를 맞댄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시행착오를 확인한 만큼 신중한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국가 주도로 진행하는 사업이 2022년도를 겨냥하고 있다면 어떤식으로든 답은 내야 한다. 혁신수가 구체적인 내용완성을 묻는 질문에 대한 심평원 관계자 답변을 그대로 옮기자면 "연내에는 돼야죠"였다. 관계부처가 느낄 막중한 책임감이 좋은 결실을 맺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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