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주주에게 맞춰 산출된 시총, 인수기업이 동의하기 어려운 면 있어
자금력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M&A 외에 고려할 수 있는 방안 많아

기획 | M&A는 K제약바이오산업에 창의성을 높인다

"일년에 코스닥 상장 기업이 대략 20개로 볼 때, 앞으로 20년 코스닥 상장 기업은 200여개 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바이오벤처는 약 1500~1600곳이 창업됐습니다. 이들 기업이 모두 기업공개(IPO)를 할 수 없습니다."(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지난 5년 간 창업한 1500~1600곳의 기업이 모두 IPO를 할 수 없다면, 그들의 선택지는 무엇이 있을까? 인수합병 담론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실현 가능할까? 히트뉴스가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쉽게 정리해 전달한다.

1. 프롤로그

2. 국내 바이오텍의 가치평가 방식 하에서 M&A의 어려움

요즘 많이 회자되고 있는 GS 컨소시엄의 휴젤 인수전부터 살펴볼까요?

GS그룹이 4자 연합을 구성해 휴젤 입찰에 뛰어들었어요. GS그룹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인베스트먼트, 중국 PEF 운용사 CBC그룹(옛 C브릿지캐피탈), 중동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무바달라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 파트너십을 맺고 지난달 휴젤 본 입찰에 구속력 있는 제안서(바인딩 오퍼)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소수지분 투자 방식으로, 전량인수 방식은 아닙니다.

GS 컨소시엄은 베인캐피털이 보유한 휴젤 경영권 지분 44%를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고, 매각 초기 베인캐피털의 희망 가격은 2조2600억원입니다. GS가 휴젤의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베인캐피탈이 보유한 휴젤 지분의 절반인 약 2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GS는 약 1조원 내외의 현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갑자기 왜 GS의 휴젤 인수전 이야기를 꺼낸거야?

GS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는 점과 휴젤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약 1조원 정도의 현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짚어봅시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GS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8840억원입니다. 휴젤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GS의 현금사정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리스크가 온전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이유로 GS는 국내외 금융업계와 컨소시엄을 이뤄 인수전에 참여했을 것입니다.

결국 국내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GS 역시 휴젤의 기업가치 2조원 안팎의 가치를 모두 인정해 전량인수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런 상황으로 이번 GS의 인수가 바이오 산업 진출을 위한 전략적 투자(SI)라기보다 재무적 투자(FI)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휴젤과 같이 보톡스로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기업가치도, 대기업 혹은 인수기업 입장에서 2조원은 부담스러운 금액이구나.

통상적으로 쓰이는 가치산정 방식은 있지만, 인수대금은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간의 협상의 영역입니다. 때문에 휴젤의 기업가치 2조원을 두고는 제약바이오 사업개발 경험이 풍부한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합니다. 전통제약회사에서 신사업 발굴 업무를 봤던 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현재 휴젤의 시가총액(시총)이 3조원인데, 매출은 2000억원 수준입니다. 펀더멘탈 측면에서 휴젤은 국내 제약기업 약 10위권 수준입니다. 휴젤의 시총은 오버슈팅(overshooting) 됐다고 생각합니다. 외국 투자자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것이 한 요인이라고 봅니다. 휴젤의 미래 현금창출능력과 전문의약품 회사들과 비교해 추가로 출시될 아이템의 성장성도 크다고 보지 않습니다.

(한때 인수자로 거론됐던 대기업은) 아마도 오버슈팅 된 가치를 할인해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베인 측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가장 고점인 현 상황에서 빠른 시일 내 매각하려고 할 것이고요."

물론 휴젤의 가치가 통상적으로 쓰이는 가치산정에 따라 적정하게 평가됐다고 보는 쪽도 있습니다.

"매각 대상은 주식 전량(100%)이 아니라, 베인 캐피탈이 보유한 42.9% 지분에 대한 것입니다. 이는 시가총액 기준 1조3000억원 내외며, 흔히 (인수합병 시 가치산정으로 하자면) 30% 경영권에 프리미엄을 적용하면 약 1조6000억원~1조7000억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여기에 회사가 보유한 현금 6000억원을 더하면 매각 대금 2조3000억원~2조4000억원은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설명이 되는 금액입니다."

종합해 보자면, 현재의 시총에 평가를 인정할 지, 다소 과대평가 됐다고 볼지에 따라 휴젤의 기업가치 2조원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수자 입장에서 현재의 시총이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산출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거야?

인수자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봅시다. 최근 신약개발 기업 중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의 다양한 예측(forecast)에 근거한 시총이 3000~4000억원 수준입니다. 이 회사를 인수한다고 가정할 때, 시총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인수를 감행할 만한지에 대해 인수기업은 고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제품이 아니라 신약개발 파이프라인만 보유한 기업을 인수할 때, 감내해야 할 리스크는 더 크겠죠. 때문에 대기업의 경우 생산기반이 있거나, 휴젤과 같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매출이 있는 기업을 인수 기업으로 검토하는 것일 테고요.

시총은 제약바이오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주식을 사는 불특정 다수의 주주들 입장에서는 어느정도 합당한 가치산정 방식일 것입니다. 그러나 기업을 사들이는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추정치라고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아직까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이 미국이나 유럽같이 성숙하지 못 한 측면도 있고요.

비상장사도 마찬가지입니더. RANPV(Risk Adjust Net Present Value)라는 개념으로 가치평가 시리즈A 단계부터 백억단위 투자가 이뤄지는 가치를 대기업이 감내할까요? 차라리 자회사 형태로 좋은 인력을 뽑아 신사업으로 진출하는 것이 오히려 접근하기 더 용이한 방식은 아닐까요? 자회사 외에도 파이프라인만 사이들이는 방식이 업프론트를 기반으로 마일스톤을 지불해 가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이 아닌, M&A를 할 동인을 있을까요?

 

아무리 불특정 다수인 주주를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지만, 시총은 시장에 의해 형성된 가치 아니야?

물론 제약바이오는 신약개발은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변수가 많은 산업입니다.(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그래서 가치평가에 있어 가정과 예측이 너무 많습니다. 현재 기업공개(IPO)를 하기 위해서 통용되는 상대가치평가 방식은 'PER'입니다. 유사기업으로 선정한 회사 대비 몇 배수인지 정해 성장성과 영업활동의 위험성 등의 총체적으로 보는 것입니다. 신약개발 기업의 가치산정 방식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이고, PER 배수는 대략 30배 내외로 맞춰져 있습니다.

 

PER 30배수, 무슨 의미야?

신약개발을 하는 유사회사를 임의로 정합니다. 물론 임의라고 해서, 아무런 기준없이 정하는 것은 아니고, 비슷하게 신약개발을 하는 회사들이 포함됩니다. 유사회사를 정하면 우리회사의 위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 비교한 뒤, 3~5년 기술이전 수익료 등으로 매출이 발생하겠다고 가정한 뒤, PER 배수를 적용합니다.

가령 연매출이 300억이라는 계산이 나오면, PER 30배를 적용해 5년 뒤 매출을 9000억원이 됩니다. 여기에 할인율은 30%(이것도 유사기업과 비교를 통해 산출해)를 적용해 6300억원이 공모가 밴드가 됩니다. 과연 증권신고서 제출시 제시한 공모가밴드 금액을 3~5년뒤 달성했는지 보면, 현재 가치평가 방식이 어떤지 알수 있을 것입니다.

PER 배수는 모두 긍정적인 전망만 수치에 담겨 있습니다. 3~5년 뒤에는 기술이전이 돼 매출이 발생한다는 것이 대전제입니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성공적인 기술이전을 통해 수익을 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당장 증권신고서에 PER 배수에 의해 산정된 영업이익 예측치와 실제 영업이익만 비교하더라도 얼마나 오차가 큰지 알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예측이 100% 맞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정도의 유사성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특히 현재 바이오텍의 PER 예측치와 현재 매출액 및 영업이익은 바이오텍 대부분이 매칭이 되지 않습니다. 과연 이렇게 생성된 벨류를 기반으로 M&A가 이뤄질 수 있을지 고민해 볼 만한 지점은 있습니다.

 

너무 인수기업 입장에서만 이야기 하는 거 아니야? 피인수 기업들 생각은 어때?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은 기업공개(IPO)로 엑시트(EXIT)를 하지만 바이오벤처 대표는 EXIT 방법이 없다는 말도 나와요. 바이오벤처 대표들 입장에서는 인수합병(M&A)를 통해 엑시트를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기술특례상장제도 등으로 이전에 비해 상장 요건이 다소 완화(물론 이 문구에 대해서는 업계에 이견이 있을 수 있어요)되면서 벤처들은 상장을 주요하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의 마무리는 금융업계에 몸 담았던 관계자의 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기술특례상장을 위해 기술성평가를 비롯해 거래소의 다양한 심사를 받는 것과 M&A를 하는 것 중 어느 쪽이 용이할까요? 개념입증(POC)을 마치고, 1상 정도를 진행하고 기술이전 실적 1~2건만 있으면 상장에 도전해 볼 수 있는데, 어려운 실사와 협상을 거쳐야 하는 M&A를 고려할까요? 과연 현 상장제도 요건이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이나 글로벌제약회사 등)이 인수합병(M&A)을 고려할 만한 정도의 수준과 동일한가요?

현재의 가치평가 방식의 정확도를 논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이 추정에는 합리적인 근거에 입각해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가치 추정치는 장미빛 미래(기술이전 계약, 성공적인 임상 완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인수합병에서 이 가치산정 방식이 작동하지 않는 한, 인수합병의 첫 단계도 밟지 못 할 것입니다."

이번 기사를 정리해 보면, 사는 쪽(인수 기업)과 팔고자 하는 쪽(피인수 기업) 모두 가치산정(매각 대금)에 대한 합의(consensus)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듯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M&A는 이뤄졌습니다. 다음편에서는 국내 M&A 케이스를 통해 현실적인 M&A 방안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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