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집행 45억 그쳐...매년 세금걷듯 납부만 계속
안전관리원, 교육-홍보 등 뚜렷한 활용방안 제시해야

Source : 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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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잔고에 쌓여있는 의약품부작용 피해구제 적립금이 145억에 달하지만 기금활용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은 설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히트뉴스가 의약품부작용 피해구제 업무를 담당하는 식약처 산하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원장 한순영) 질의를 통해 받은 답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10월 현재까지 제약회사들로부터 걷은 피해구제 기금은 총 190억이며 이중 약 24%인 45억만 피해구제 보상금 등으로 지급됐고 나머지 145억은 그대로 적립돼있다.

의약품부작용 피해구제 부담금 제도는 2014년 12월 19일 도입됐는데 기금은 병원이나 약국에 완제의약품을 공급하는 회사를 대상으로 공급실적과 품목별 계수(예=일반약 0.1, 전문약 1.0 등), 부과요율(0.027%)를 반영해 기본 부담금을 걷고 직전년도 피해구제 급여가 지출된 의약품 보유 회사에 대해서는 피해구제급여액에 25%를 곱한 금액을 추가부담금으로 거출한다.

피해구제 기금은 의약품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입증된 부작용 발생 건을 대상으로 하는데 초회년도(2015년) ‘사망’에 한정됐던 보상범위가 장애(2016년), 사망에 따른 장례비(2016년), 진료비(2017년) 등으로 확대됐다.

피해구제 신청은 제도도입 이후부터 올 6월까지 총 283건 접수됐고 이중 심의위원회에 상정된 사례는 약 76%인 215건이며 최종 보상금 지급은 약 59%인 168건이었다.

그러나 보상범위가 사망에서 진료비까지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상금 지급액수는 2015년 5.6억, 2016년 14.3억, 2017년 14.2억, 2018년 상반기까지 5.5억으로 제자리걸음했거나 올해에는 오히려 감소했다.

그러나 매년 20만건 이상의 부작용 보고가 접수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의약품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 입증 ▲장애 이상의 심각한 부작용 등 전제조건을 고려하더라도 의약품부작용 피해구제 제도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심의현황. 의약품안전관리원 자료.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심의현황. 의약품안전관리원 자료.

기금을 부담하는 제약업계 입장에서도 100억대의 적립금을 쌓아두고 매년 기금을 징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의약품안전관리원도 보상범위를 무작정 확대할 수는 없기 때문에 기금활용 방안과 관련한 뾰족한 대책은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약회사 소비자만족 업무를 담당했던 P씨는 “의약품 부작용과 관련한 사건이 발생하면 원칙은 인과관계 입증이지만 영업적 측면에서는 의사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방어하는게 1순위”라며 “그러다보니 환자들에게 은밀한 방법으로 보상해주고 사건을 종결시키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약품 부작용과 관련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제약회사는 물론이고 처방의사, 환자 등 이해당사자 대부분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옳은지 몰라 허둥지둥하게 되는데, 결국엔 리스크 방어 차원에서 대응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증언했다.

따라서 의약품부작용과 이에대한 구제방법 등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교육 활동을 안전관리원이 실시할 필요가 있고 이런 활동이 의약품 부작용과 관련한 이해당사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의약품부작용 피해구제 기금이 직접 보상에 국한해 사용된다는 점도 활성화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1980년 관련제도를 시행한 일본의 경우 부담금에서 피해구제급여 지급 외에 홍보비, 인건비 등을 일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홍보 및 교육활동을 위해 부담금 일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의약품부작용 보고업무를 담당했던 제약회사 관계자 N씨는 “홍보나 교육을 통해서 제도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이해당자사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는 이상 적립기금과 부담금 납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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