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쉼표
반달 눈웃음이 포인트인 반전매력을 가진 키움증권 허혜민 책임연구원

SNS에 올라온 사진. 이 사진 한장이 인터뷰로 연결될 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제공=허혜민 연구원

"오빠 달려! 빠라바라바라밤"이라는 유행어가 대히트한 적 있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한다면 당신은 최소 30대 후반일 것이다.) 해당 유행어와는 두팔을 만세하듯 높이 들어올리고 뻥 뚫린 도로를 달리는 바이크가 마치 한 세트처럼 연상된다.

발단은 SNS에 올라온 사진 한장이었다. 가죽자켓을 입고 바이크에 멋지게 앉아있는 사진이 유년시절 향수를 자극했던 걸까,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무작정 일면식도 없는 키움증권 허혜민 책임연구원에게 메일을 보냈다. <내삶의 쉼표> 코너를 위해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흔쾌히 응해준 허 연구원을 만난 곳은 빽빽한 빌딩이 가득한 여의도 중심가였지만 얘기를 나누는 그 순간만큼은 나도, 스피드를 즐기다 문득 도로위에 잠시 주저앉아 수다를 떠는 바이크족이었다.  

 

바이크는 언제부터 탔나요?

"한 5~6년정도 된 것 같아요. 예전 RA(Research Assistant)였을때 딱히 취미가 없었어요. 쳇바퀴도는 듯한 업무, 반복되는 야근, 지루한 일상에 지친 어느날 문득 여가시간이 나면 열심히 놀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나의 삶이 너무 퍽퍽해지는게 아닌가', '잠만 자다 인생이 끝나면 어쩌나'라는 생각이 든거죠. 결심과 함께 바이크 면허를 땄어요. 신랑이 바이크를 탔기 때문에 취미를 공유할 수 있어서 더 좋겠다라는 마음도 있었죠. 신랑 뒷좌석에 앉아 촬영을 했는데,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쳤다 사라졌다하는 거에요. 직접 바이크를 운전하며 넓은 시야로 자연을 보고싶다는 마음도 들었구요. 바이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할리 데이비슨인데, 저도 처음에는 할리로 입문했다가 지금은 클래식 바이크로 넘어왔어요. 바람을 느끼고 배경을 보면서 여유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아요."

 

바람을 가르는 희열이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 가을인데, 청량한 하늘과 황금들판이 펼쳐지는 도로를 달리다보면 그동안 찌들었던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보통 6시간정도 바이크를 타요. 비교적 한적한 도로를 많이 가는데, 중간중간 바이크를 세우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길멍'하는 재미도 있고, 달리면서 하는 명상도 좋아요. 저는 불나방처럼 '오늘만 살자'주의에요. 그래서 죽기 전에 주마등처럼 스쳐갈 것 같은 명장면을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아, 신혼여행가서도 할리를 대여해 산타모니카 해변을 달렸어요. 추억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죠."   

신랑과 함께 드라이빙을 즐긴다는 허 연구원. 그녀는 파란하늘과 황금들판을 볼 수 있는 가을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 제공=허혜민 연구원

 

바이크의 또 다른 매력이 있다면요.  

"음...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거요. 바이크족들은 드라이빙 나가 기 전 공기압 체크 등을 하러 들리는 곳이 있는데, 일종의 아지트같은 곳이죠.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벙개처럼 같이 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보통 신랑이랑 저를 포함해 3~4명인데, 대열이 커지면 자유롭지 못한 단점이 있어요. 업무하면서 마주친 사람들은 펀드, 주식, 금융, 신약, 라이선스 등에 대해서만 얘기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직업이 다르니 주제도 다양하고, 공통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야기도 잘 통해요.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바이크를 즐기는 여성분들이 극히 드물기 때문에 저도 같이 '아재미'를 장착하게 되죠. 아재화가 업무하는데도 도움이 많이 돼요."   

"즐거운 드라이빙의 조건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맛집'이에요. 멀리는 못가고 주로 철원쪽으로 드라이브를 가는데, 차도 많이 없어서 한적한데다 한탄강쪽에 맛집이 즐비해요." 

 

원래 스릴을 즐기는 편인가요.

"네, 스릴을 즐기는거 같아요. 영종도에 차로 트렉체험을 할 수 있는 BMW 드라이빙센터가 있어요. 리버스턴, 드리프트 등에 대해 교육받고 체험을 하는데 처음에는 무섭고 용기가 안났지만 자꾸 하다보니 어느새 즐기고 있더라구요. 한번만 더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무한긍정주의자라 스릴도 즐기기 시작하니까, 일도 즐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야, 스피드를 즐길 줄 아는 사람." 제공=허혜민 연구원

 

반전 이미지에요.

"제 외모가 쎈 캐릭터는 아니어서 바이크를 탄다고 하면, 반전 이미지라는 얘기를 많이 하세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반전매력이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 같구요. 일종의 정신승리인데, 저를 각인시키는 취미가 있다는 것도 좋은 것 아닐까요."   

 

코로나19 때문에 답답한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정적인 취미도 있어요. 직소퍼즐을 즐겨합니다. 퍼즐 한 조각씩 끼워 맞춰질때 희열을 느껴요. 직소퍼즐 팁은 가장자리부터 맞춰서 들어가는 거에요. 다 완성하면 유약을 발라 집안 곳곳에 걸어놓아요.

사실 배우고 싶은 것들은 많아요. 코로나와 시간적인 제약이 있어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죠. 지금은 유튜브를 보면서 커피 내리는 걸 독학하고 있어요. 기타도 배우고 싶고, 얼마전 올림픽 싱크로나이즈드 금메달리스트가 뜨개질하는 것을 보고서는 뜨개질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그냥 흘러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깝잖아요. 그래도 곧 가을이 오면, 바이크를 타고 신나게 달려야죠. 스트레스를 날리고 싶은 분들, 바이크 강추합니다."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드라이빙. 제공= 허혜민 연구원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드라이빙. 제공= 허혜민 연구원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드라이빙. 제공= 허혜민 연구원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드라이빙. 제공= 허혜민 연구원

 

나에게 바이크란?

"저에게 바이크란 한마디로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내 삶의 쉼표>는 개인 삶에 활력을 주는 취미활동 등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을 위한 코너입니다. 참여하고 싶거나 추천하고 싶은 분은 hahaha@hitnews.co.kr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헬스케어 분야 종사자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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