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거버넌스에서 인수합병이 어려운 점 많아
"비상장 바이오벤처 인수 방안이 가장 현실적" 지적

 기획 | M&A는 K제약바이오산업에 창의성을 높인다 

"일년에 코스닥 상장 기업이 대략 20개로 볼 때, 앞으로 20년 코스닥 상장 기업은 200여개 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바이오벤처는 약 1500~1600곳이 창업됐습니다. 이들 기업이 모두 기업공개(IPO)를 할 수 없습니다."(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지난 5년 간 창업한 1500~1600곳의 기업이 모두 IPO를 할 수 없다면, 그들의 선택지는 무엇이 있을까? 인수합병 담론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실현 가능할까? 히트뉴스가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쉽게 정리해 전달한다.

1. 프롤로그

우선, 인수합병(M&A)의 정확한 개념부터 짚어볼까요?

우선 인수(Acquisitions)라는 개념부터 짚어봅시다. 인수는 다른 기업(피인수기업이라고 부를게요)을 사려는 기업이 주식이나 자산을 취득하면서 경영권을 획득하는 것이에요. 이후 합병(Merge) 과정을 통해 두 개 이상의 기업이 법률적으로 하나의 기업의 되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죠. 합병을 위해선 해당 기업의 경영자 뿐만 아니라 상장 기업의 경우 주주들의 의견도 중요해요. 자세한 내용은 뒤에서 더 설명드릴게요.

예상하시겠지만 M&A 기본 목적은 해당 기업이 신규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시간과 자본 등을 줄이기 위함이겠지요? M&A는 주로 대상기업의 자산뿐 아니라 영업권 등의 포괄적 권리를 매수하는 '자산인수' 방식과 주식을 사들여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식인 '주식인수' 방식이 있어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M&A도 신규 사업 진출을 비롯해 사업 다각화가 기본 목표겠네요.

맞아요. 신약개발 영역만 한정해 말해 보자면, 다양한 단계를 거쳐야 하는 신약개발 주기에서 바이오벤처들은 자신들만의 특화된 영역이 있어요. 가령 원천기술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있고, 약을 개발하는 단계인 임상에 최적화된 곳도 있어요.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친숙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과 같이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최적화 된 곳도 있죠.

연구, 개발, 생산 등에서 각각 강점이 있는 기업들이 합쳐(M&A) 진다고 생각해 보세요. 신약개발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더 커지지 않을까요? 충분한 자본이 있다면 처음부터 연구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 기업을 사들이는(인수)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M&A 하면 되지…뭐가 문제인데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M&A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에요. 최근 CJ제일제당과 같은 대기업이 상장 바이오벤처 천랩을 인수한 사례도 있고요, 삼성전자도 2010년 의료기기 기업 메디슨과 치과용 엑스레이 장비업체 레이를 인수한 사례도 있어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제네릭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던 전통제약회사들도 인수합병에 나서기도 했어요. 대표적으로 녹십자홀딩스(GC)별도의 M&A 팀을 신설해 벤처기업 투자뿐만 아니라 인수에도 적극적인 모습입니다. 최근엔 헬스케어 데이터기업 유비케어를 인수 했습니다. 대화제약씨트리를, 차바이오텍핸슨바이오텍을 인수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M&A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보다 활발하게 M&A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 미국, 일본 등과 달리 이들의 인수합병을 통해서 크게 시너지가 나는 모양새는 아니라는 게 업계의 총평입니다. 이는 우리의 인수방식이 100% 인수 방식이 아니라, 부분인수에 그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그 속사정을 한번 자세히 살펴볼까요?

 

최대주주 지분율이 30%가 넘는 전통제약회사는 주식교환이 탐탁치 않은데…

최대주주(혹은 지배주주) 중심으로 경영이 이뤄지는 전통제약회사들은 M&A로 주식을 교환해 자신들의 지분이 희석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이럴 경우 지배주주가 경영 전반을 결정하는 권한이 축소될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풍부한 현금자산을 기반으로 해당 기업을 인수할 수도 있겠지만, 전통제약회사들의 현금흐름 역시 특정 기업을 현금으로만 인수할 만큼 풍부한 실정은 아닙니다.

지난해 기준 신약개발에 나선 상위 제약회사들의 최대주주 지분율을 살펴보면 유한양행과 동아에스티를 제외하고 모두 30%를 상회합니다. 풍부한 현금자산이 없다면 주식교환 방식으로 인수를 해야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지분율을 낮추면서까지 인수합병을 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지난해 기준 각 제약회사의 최대주주 지분율; 보령제약 57.2%, 대웅제약 54.55%, 녹십자 51%, 일동제약 47.07%, 한미약품 41.4%, 종근당 37.74%, 신풍제약 35.39%, 동아에스티 24.59%, 유한양행 15.66%

때문에 국내 기업은 100% 인수보다 자신들이 가진 현금 자산 한도 내에서 지분 희석을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인수 방식을 선호합니다. 이런 식으로 부분인수만 이뤄지다 보니, 미국 등 해외처럼 사업적 시너지를 일으킬만 한 M&A는 성사되지 않고, 단순 몸짓 불리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합니다.

"M&A에 참여하는 두 회사가 대주주의 지분율과 상관없이 이사회 중심으로 돌아갈 때, 사업적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M&A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 대주주 지분율이 상장 요건에 있을 만큼 엄격하기 때문에, 지분율을 건드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M&A를 하려고 합니다. 때문에 부분인수로만 이뤄지는 실정입니다."

 

전통제약회사만 있어? 자본력이 풍부한 대기업도 있잖아?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이 국내 유망 바이오벤처를 인수하는 것도 역시 제약바이오 산업 저변을 넓히는데 매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 역시 한국 특유의 재벌 구조 내에서 부분인수를 선호합니다. 얼마 전 국내 대기업 역시 유망 바이오텍에 인수를 제안할 때, 부분인수 방식을 제안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최근 화제의 중심에 선 휴젤 인수전에서 대기업 중 유일하게 철회 의사를 밝히지 않은 GS 역시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부분인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은 사실상 지분 30%만 확보해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경영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내 대기업 거버넌스의 한계로 볼 수 있습니다. 30%의 지분으로 원하는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굳이 전량 인수를 할 필요가 없겠죠? 그래서 업계에서는 이런 말도 나옵니다.

"전량인수가 가능하기 위해선 결국 국내 기업의 거버넌스(governance)가 발달해야 합니다. 적은 지분으로 오너 일가라는 이유로 경영 전반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투명하게 이사회가 작동할 수 있는 기업 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해야 합니다."

결국 제약바이오 M&A 이슈는 국내 기업들의 거버넌스 구축과 맞닿아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기업도 어렵고, 전통제약회사도 어려우면…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M&A를 어떻게 해야해?

M&A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들의 다음 메트릭스로 표현해 볼게요. 1000억원 미만의 기업가치를 가진 비상장 바이오벤처가 피인수기업이 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입니다.

물론 자금력이 풍부한 상장 바이오벤처나 대기업의 경우 1000억원 이상의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간에 가치 산정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휴젤 인수전을 통해 대기업이 생각하는 국내 바이오텍의 가치 산정이 일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M&A가 이뤄지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현금이 풍부한 상장 바이오벤처나 비상장 전통제약회사가 비상장 바이오벤처를 인수하는 방식입니다.  
M&A가 이뤄지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현금이 풍부한 상장 바이오벤처나 비상장 전통제약회사가 비상장 바이오벤처를 인수하는 방식입니다.  

 

상장 바이오벤처가 파이프라인 및 플랫폼 다각화 측면에서 비상장 바이오기업을 사들이는 방식이 있습니다. 물론 요즘은 시리즈 C를 마친 바이오벤처의 경우 1000억원 이상 펀딩을 받기 때문에, 시리즈 A와 B인 비교적 초기 투자 단계에 인수가 현실적인 방안일 것입니다.

제네릭 사업모델로 현금 자산이 풍부한 전통제약회사들도 바이오벤처를 인수해 신약개발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동구바이오제약은 노바셀테크놀로지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활발한 투자와 함께 인수합병에도 적극적인 모습입니다.

업계 관계자가 M&A가 활발하게 일어나야 하는 이유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상장이 되지 못한 기업은 좀비기업으로 남아야 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기술력은 좋은데, 경영능력이 안 되는 회사는 경영 능력을 가진 회사가 인수하는 것이 합리적인 모델일 것입니다. 이런 과정이 활발히 이뤄져야 제약바이오 생태계도 성장할 것입니다."

 

사족, 미국의 상황이 궁금하다면 조금은 도움이 되는 정보들

미국 등 글로벌 제약회사가 취하는 M&A는 전량매수 방식이에요. 피인수 회사를 완전히 흡수해 그들의 가치를 온전히 자신들의 것으로 체화하는 것입니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국가는 부분인수를 하는 것에 법률적 이슈가 약간 있어요.

피인수 기업 입장에서 부분인수를 단행할 경우, 해당 회사의 가치(주식이나 기업가치) 떨어지게 될 수 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피인수 기업의 주주는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고, 해당 주주는 집단소송을 걸 수도 있어요. 미국과 유럽은 이런 리스크를 최소화 하고자 대부분은 100% 흡수합병 형식으로 M&A를 진행합니다.

조금은 긴 프롤로그를 읽으셨다면, 다음 편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의 가치평가(valuation) 내에서 왜 인수합병이 어려운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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