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기획 | 벤처의 안방마님을 만나다
구완성 지니너스 상무(CFO) "바이어마커 강자로 도약"

"정밀의료의 핵심은 진단과 치료입니다. 지니너스가 단순히 진단업체라고 생각했으면, 제가 여기 합류하지 않았겠죠."

"Druggable target의 고갈, 저는 데이터 사이언스가 접목된 신규 바이오마커 발굴이 그 해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암 유전체 진단기업 지니너스(대표 박웅양)의 안방마님 구완성 상무(CFO)는 △동아제약 연구기획팀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를 거쳐 올 2월 지니너스에 합류했다.

CFO 역할을 처음 맡으며 업계 선후배, 책, 인터넷 등에서 CFO의 역할을 스스로 정립해야 했던 그였지만 불과 6개월 남짓 지난 지금은 그의 첫 시험무대라 할 수 있는 IPO와 이후 공모자금 활용 및 IR, PR, 재무·회계를 아우르는 팔방미인이 되어 가고 있었다.

'쨍' 한 햇볕에 몸이 조금 녹은 것 같은 4일, 히트뉴스는 IPO라는 시험대에 오른 지니너스와 같이, 새로운 영역의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구완성 상무와 만나 지니너스와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니너스 구완성 상무
지니너스 구완성 상무

 

제약사 연구기획팀에서 투자증권 애널리스트로, 이제는 스타트업 CFO를 맡고 있습니다. 남다른 이력인데요.

"대학생 시절부터 뜻하는 바가 있어 대학원을 마친 후 제약회사(동아제약) 연구원으로 입사했습니다. 이후 연구기획팀에서 일을 하게 됐어요. 연구기획팀에 있으면서 목말랐던 부분은 연구물질에 대한 재무적인 관점이었습니다. 당시 팀 구성원이 대부분 연구원, 바이오 출신으로 기술 동향, 경쟁사 분석에는 능했으나 재무적 비교평가가 불가능하고, 가르쳐줄 사람도 없어서 저는 금융권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는 5년간 재무적 지식과 밸류에이션 개념을 공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산업계에서 다시 한 번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됐습니다. 지니너스에 합류할 기회가 찾아왔고 애널리스트 경력 중 당연하게 여기던 IPO를 직접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지니너스에 몸담게 됐습니다."

 

애널리스트의 관점에서 CFO는 어떤 일을 하나요?

"저도 처음 CFO 역할을 맡는 것이어서, 이곳저곳 찾아봤습니다. 심플하게, CFO란 ‘자금을 조달하고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특히 비상장 기업의 CFO의 경우 투자 유치를 통한 자금 조달 역량과 이 투자금을 어떻게 활용할 지, 자금 사용 계획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한 역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상장기업, 대기업의 CFO가 재무/회계적인 역량이 중요하다면, 바이오기업, 비상장 기업은 일반적으로 매출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전통적인 제조업 CFO의 역량 보다,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IR 역량과, 회계 감사 받을 때, 투자받은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판매 예측(Sales forecast)치를 제공하고, DCF(Discounted Cash Flow)를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 같은 면에서는 '애널리스트는 비상장기업 CFO에 적임자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IR, Valuation 등은 애널리스트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자질이고 충분한 훈련을 받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RCPS, DCF는 '한글'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DCF는 실제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바이오기업 등 비상장 기업을 평가하는 수단입니다. 쉽게 말하면 '특정 기술, 특정 상품이 향후 얼마의 수익을 올릴 것인가'를 예측하는 방식입니다.  지금은 마이너스(-)지만 몇 년 후 흑자전환해서 50억원, 100억원을 벌 것으로 예측했을 때, 여기 할인률을 적용해 현재 금전가치로 환산해 기업을 평가한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RCPS 가치 평가는 이와 연결할 수 있습니다. 수익이 없는 기업이 받은 시리즈A, 시리즈B 등 투자금 규모가 합당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과정인데 여기에 DCF 등 요소가 포함되는 것입니다."

 

직접 경험하고 있는 CFO는 어떤 모습인가요?

"지니너스 합류 당시 이미 시리즈 B 펀딩이 끝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게있어 첫 자금 조달 시험대는 IPO가 될 것입니다. 그 이후 공모자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도 저의 책무 중 하나고요. 처음 조인할 당시엔 IPO 총괄, IR/PR, 재무/회계 등이 주요 업무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IPO 관련 업무만으로 1년이란 시간을 충분히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널리스트로 활동할 당시엔 100곳 이상의 바이오 기업을 탐방 다니고, 매년 20개 이상 바이오기업이 상장하는 것을 목격하다 보니 IPO를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벤처에겐 상장이란 이벤트가 상당이 크다는 것을 여기와서 직접 체감하고 있습니다. 상장 과정에서 기업 다운 면모를 갖춰간다고 할까요? 상장을 하려면 지정감사를 반드시 받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국제회계기준(IFRS) 전환을 합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도 갖춰야 하고, 노사협의회, 이사회 등도 이전과는 다른 형식과 구성을 갖추게 되고요. 즉 비상장 시절엔 ‘개인 소유의 사기업’ 성격이 강했다면, 상장사로 가는 과정에서 좀더 투명해지고, 시스템을 갖춰가는 것 같습니다. 투자자들에게 분기 실적도 공시해야 하고, 사업적 주요 계약 관련한 내용도, 변경 사항도 좋건 싫건 의무적으로 오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밖에도 상장 직후엔 IR/PR 등이 주 업무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열심히 하는 만큼 대표님께서 신뢰를 보내주셔서 최근엔 인사, 자금, 운영까지 업무 범위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사람 성향에 따라 대기업이 적합한 사람이 있고, 스타트업이 적합한 사람이 있는데요, 저처럼 업무 영역이 광범위해지고, 일이 많아질수록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 스타트업에 적합한 것 같습니다."

 

지니너스 이야기를 해보죠. 지니너스, 어떤 회사인가요?

"지니너스는 암 유전체 진단 회사입니다. 일반적인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업체와 달리 건강한 사람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암 환자의 유전자를 검사하고 적절한 항암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패널을 개발했죠. 

삼성서울병원 스핀오프 벤처로 2018년 설립됐고, 그 이전에 이미 2015년에 version 1 제품을 상용화해 랩지노믹스에 기술이전한 이력이 있습니다. △국내 유일 NGS 기반 허가용 액체생검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싱글셀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업체입니다. 박웅양 대표이사를 비롯한 핵심 연구진은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 출신 인력이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시퀀싱과 싱글셀도 설명해 주시죠.

"흔히 X, Y염색체는 들어 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이것을 지놈, 게놈이라 부릅니다. 염색체는 수많은 유전자 서열의 이중나선 형태입니다. 이것의 일부를 확대해서 보면, 우리 유전자는 알파벳 네개의 암호코드(A, T, G, C)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중나선 형태(출처 : 클립아트 코리아)

이중나선 일부를 떼 보면 반드시 매칭 돼야하는 구조가 있습니다. 유전자가 아미노산 구성을 만들고 아미노산이 뭉치면 단백질이 됩니다. 유전자 정보를 유전형이라 부르고 단백질 정보를 표현형이라 부릅니다. 유전적으로 키가 크고 작고 하는 것이 유전정보고 이것이 표현형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NGS는 염색체 23쌍 염색체를 분석하는 것이며 이를 읽어들이는 과정을 '시퀀싱(sequencing)'이라 부릅니다. 별개로 휴먼게놈 프로젝트가 시작된 2003년 한 사람의 염색체 분석에는 약 3조원이 들어갔습니다. 2017년대 와서는 기술개발로 10만원대로 가능합니다.

이 시퀀싱을 하는 기기를 시퀀서(sequencer)라 부릅니다. 미국의 일루미나(Illumina)가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나스닥 시장을 보면 이 일루미나를 위협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텐엑스지노믹스(10xgenomics)'로 2018년 싱글셀 기기를 개발합니다.

싱글셀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을 때 구완성 상무는 "혹시 문과 출신이신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는 대답에 구 상무는 '애널리스트 특성 상 문과생 용 설명이 따로 있다'며 보드마카 하나를 쥐고 화이트보드 앞으로 나아갔다.

설명을 위해 다시 유전자로 돌아가면, 유전자는 인체 조직에서 채취합니다. 조직을 깨뜨려서 유전자가 나오면 그것을 추출해서 시퀀서에 넣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 조직 내 세포는 섞여있습니다. 대장암 환자 조직으로 예를 들면 1/3은 정상세포, 1/3음 암세포, 1/3은 면역세포입니다.

조직을 깨서 유전자 시퀀싱을 하지만 거기에는 암세포, 정상세포, 면역세포가 섞여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단일 세포로 쪼개는 영역이 싱글셀입니다. 암환자 유전자검사를 해서 항암제 선택을 돕는다는 것이 유전체 시퀀싱에서의 지니너스 포지션이라면 싱글셀은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관계, '면역세포는 어떤 요소를 갖고 있나'를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최근 면역 항암제 등 '면역반응'과 연결됩니다. 어떤 이는 면역항암제 임상 시험에서 면역 반응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어떤 이는 그렇지 못합니다. 싱글셀 기술은 이 면역세포 시퀀싱으로 차이를 분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NGS, 싱글셀 등 특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지니너스의 단기적, 장기적 목표는 뭔가요?

"지니너스는 작년 34억원, 올해 상반기 32억원의 매출이 나는 회사입니다. 단기적으론 매출 증대가 핵심목표입니다. 기존 사업인 암 환자의 유전자 검사, 싱글셀 분석 서비스 등 service provider로서 지니너스의 입지를 다지는 것입니다. 일례로 작년에 67억원 규모 싱글셀 관련 국가과제를 수주한 데 이어, 후속으로 올해 47억원 규모 과제가 공고되었는데, 참가기업이 지니너스가 유일할 정도로 싱글셀 분야에서는 국내 경쟁사가 없다고 자부합니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지가 중장기 방향성 설정에 중요할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정밀의료의 핵심은 진단과 치료입니다. 지니너스가 단순히 진단업체라고 생각했으면, 제가 여기 합류하지 않았겠죠. 

애널리스트를 하면서 전통적인 신약개발 기업을 수도 없이 봐 왔습니다만,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끝으로 블록버스터가 나올 수 있는 약물 타깃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Druggable target의 고갈, 저는 데이터 사이언스가 접목된 신규 바이오마커 발굴이 그 해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장기적으로 지니너스는 BI 전문가를 계속 충원해 biomarker discovery 분야의 강자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싱글셀 기반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도 내부적으로 계속 연구개발 할 것입니다."

 

지니너스 목표 안에서 상무님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게 될까요?

"제가 애널리스트로 있던 5년간 자본시장에서 바이오 섹터에 대한 평가는 확연히 바뀌었습니다. 2015년엔 단기적 버블, 테마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바이오시밀러, CMO, 코로나진단키트 등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하나의 산업 인프라가 형성됐습니다. 벤처 입장에선 IPO가 끝이 아니라 상장 이후 자금조달 수단, 기회가 풍부졌음을 5년의 시간 동안 몸소 체험했습니다. 펀드 성격에 따라 상장 기업의 메자닌 투자만 전문적으로 하는 자금들도 있습니다. 

투자자의 니즈(?)가 충분하기 때문에 성장성을 갖춘 기업이라면 상장 이후에도 얼마든지 대규모 투자유치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알테오젠, 레고켐바이오 등이 그 선례를 보여줬습니다. 지니너스도 기존 서비스 제공 사업 확장을 위한 건물, 설비 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할 뿐만 아니라, 마커 발굴과 같은 신사업을 하려면 인재에 대한 투자, 연구개발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합니다. 저는 새로운 upside potential을 끊임없이 발굴하며 투자자에게 어필하고, 설득해 자금을 유치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자금 활용 측면에서, 어떻게 하면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지 고민할 것입니다."

 

다음 릴레이 주자, 누구로 하면 좋을까요?

"뷰노 이상진 상무님을 추천합니다. 피씨엘, 올릭스 등을 거치며 헬스케어 기업만 세번째 CFO를 하고 계십니다. 회계사 출신으로 특히나 제가 부족한 회계관련 부분에서 실무적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애널리스트 시절 올릭스에 탐방을 가면 자주 뵙곤 했는데, 그 이후 지금까지도 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회계적 지식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학습을 통해 헬스케어 분야의 깊은 지식과 인사이트를 갖고 계십니다. IPO 경험도 두번이나 있기 때문에, 바이오업체 상장 관련한 실무 경험으로는 국내 1인자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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