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KSV Global 대표 펀드매니저 Spencer Nam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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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국 보스턴에 있는 KSV Global의 Spencer Nam 대표 펀드매니저가 SNS 개인 계정에 포스팅한 것으로 필자의 동의를 받아 게재합니다.

"한국은 어떻게 모더나와 같은 회사를 만들 수 있겠는가?" 
"한국은 왜 백신 경쟁에서 뒤처졌는가?"

요즘 한국에 계신 분들에게서 이같은 질문을 종종 받는데, 참으로 웃픈 것은 위 두 질문에 대한 답이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과 180도 반대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모더나의 불편한 진실

Specer Nam
Spencer Nam

요즘 한국에서 최고의 성공 사례로 추앙받는 모더나 (Moderna)에 대한 관심과 기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회사의 성과만 보며 상상의 날개를 펴는데 있다. 모더나는 원래 mRNA 기술로 항암 치료제를 개발하려던 회사였고, 나스닥 상장(NASDAQ IPO)을 할 수 있었던 것도 mRNA 기술을 사용하면 파이프라인을 보통 신약개발보다 5~10배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상장을 시켜 놓고 보니 왠걸? mRNA 기술은 결코 쉬운 기술이 아니었다. 그래서 작년 2월 무렵은 회사가 상장 한 후 2년여간 꽤 고전하던 상황이었다. '모더나가 결국 테라노스 같은 사기극 아닌가?'와 같은 엄청난 의심의 불씨도 지펴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모더나 운영진은 우한지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염병을 발생시키는 것을 보고 기존의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을 중지하면서까지 백신개발에 올인했다. 

'회사가 주주들의 돈으로 급박하게 진로 변경을 해서야 되겠는가?"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모더나는 이런 우려를 한방에 날려 버렸다.

mRNA 기술로 백신을 엄청나게 빨리 개발할 수 있었다. 바이러스를 상대로 mRNA백신을 개발하는 것은 항암제를 개발하는 것 보다 훨씬 쉬운 문제였던 것이다. 이런 '모더나의 용기'는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결과가 없으면 주주들이 반발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 오히려 용기를 주었고, 훌륭한 경영인들과 과학자들이 함께 답을 찾았다. 

모더나의 운명은 거의 하루 아침에 뒤바뀌게 되었다. 2020년 3월까지 모더나 주식은 상장 때 가격과 엇 비슷했지만 (주당 18불) 그 이후로 주가는 일사천리로 뛰어 지금은 310달러가 넘는다. 수익으로 따지면 약 17배에 달한다.
 
모더나의 이런 행적에 비춰볼 때 한국에서 모더나 같은 회사가 나온다면 문제가 아주 심각한 상황으로 변질될 것은 뻔하다. 

모더나를 창업한 사람들은 내로라 하는 석학들과 투자자들이었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그들이 하는 것이 다 홈런이 될 수는 없는 것도 당연하다.
 
만약 한국에서 정부나 투자자들이 모더나 같은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하면 아마 배임, 사기, 뇌물 등의 곱지 못한 표현이 동반될 수 있는 상황으로 급속도로 전락하였을 것이다. 왜? 백신개발 이전까지의 결과가 다 꽝이었으니까 말이다. 매우 어려운 분야에 무모하게 투자를 하게 되면 당연히 사기나 뇌물죄로 몰리지 않겠는가? 

모더나의 성공은 미국 특유의 문화적 산물이다. ① 투자자들은 투자가 실패할 때 회사에 책임을 0%도 묻지 않는다 ② 투자자들은 영끌로 투자를 해도 투자할 돈이 더 쏟아진다는 미국의 특유한 문화가 모더나의 성공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이같은 투자환경과 문화가 한국에서 가능한 일인가? 이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한국에서 또다른 모더나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모더나 외에도 다른 코로나 백신을 만든 회사들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예를 들어 비온텍), 백신 분야는 2020년 3월까지는 돈도 없고, 수익도 없으며, 관심도 받지 못하던 분야였다. 오죽하면 비온텍 창업가들이 빈곤의 과학자들로 전락했을까. 

냉정하게 말해 한국은 사회 구조적으로 이런 무모한 도전이 불가능하며, 해서는 안되는 곳이다. 최소한 아직은 말이다. 그러니 모더나를 바라보며 꿈을 키우는 것 보다 현재 여러 핫한 분야에 존재하는 문제에 좋은 답을 찾는데 투자를 하는 것이 한국 바이오 산업을 발전시키는 최고의 전략으로 보인다. 

한국의 바이오 발전은 모더나 같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레이저티닙 같은 물질'을 발견하는 것이 훨씬 더 영양가 높고 책임있는 개발정신이다.

 

백신 경쟁? 이 무슨 궤변인가

한국은 백신 경쟁에서 뒤처진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백신을 못만들고 미국에 의존하는 것이 백신 경쟁에 뒤처졌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백신이 미국에서 먼저 나오게 된 이유는 ① 미국은 다방면으로 연구를 할 수 있는 자본이 풍부한 나라고 ② 미국에 없는 기술은 다른 나라에서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래가 불투명한 분야에 '흥미롭다'는 이유로 10년동안 매년 1조원씩 던질 수 있는 역량과 참을성이 있는 나라인가? 한국에선 미국에 없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개발자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나. '미국도 못하는 것을 당신들이 어떻게 개발하냐'고 비난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 된다. 

즉, 미국은 승승장구하는 약물도 개발하지만 죽어가는 분야도 투자를 한다. 왜 그런가. 혹시나 해서일지 도 모른다. 혹시 죽어가는 분야가 모더나와 같은 대 역전극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해서 말이다. 

불행히도 죽어가는 분야에 대한 투자는 99%가 그저 연구로 막을 내린다. 생돈을 버린다는 뜻이다. 반면 1%가 때를 제대로 만나면 기이한 업적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미국에서 코로나 백신이 나올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만약 죽어가는 백신 분야에 생돈을 들여 올인했다가는 이 프로젝트를 집행한 사람들이 다 감옥에 갈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가진 나라가 한국이라면 너무 심한 예단인 것일까. 희망이 매우 희박한 곳에 어떻게 혈세를 투자를 하겠는가.

간단한 예를 들어 미래 지향적 분야를 설명해 보자. 현재 코로나 백신 같이 위험한 분야가 또 한군데 있다. 물론 아직 터지지 않은 분야인데 바로 결핵이라고 본다.

그런데, 만약 한국 질병 관리청이나 정부에게 결핵 치료제를 만들겠다는 제안서를 내면 어떻게 되겠는가. 당연히 피식 웃으면 '이거 어떤 정신없는 사람들이 제출한 거지?" 할 것이다. 왜? 한국은 나름대로 결핵 청정 국가로들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결핵이 인간을 향해 무섭게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요즘 결핵균 중 현존하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 결핵균들이 차츰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결핵으로부터 한국민을 장기적으로 보호하고 글로벌 결핵 시장에서 핵심 주역이 되려면 결핵 치료제 연구에 투자를 하여야 하는 것이다. 왜?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은 결핵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질병관리 본부와 보건부는 매년 조단위의 예산으로 결핵 치료제 개발을 독려하고 있는데 결핵 을 연구하려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만들어 봤자 당장 돈이 안된다. 

과련 이런 시장에 한국이 투자할 용기는 있는가? 당연히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결핵 얘기를 갑자기 하고 있나. 오늘날 결핵 치료제 시장이 어제의 코로나 백신 시장과 똑같은 모습인 까닭이다. 

그런데도 버스가 지나갔다고 왜 우리는 코로나 백신 을 못만드나, 어떻게 백신 독립국이 되겠나 하며 안달을 하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이런 분야는 돈 많은 미국에 개발시키고 한국은 그냥 웃돈주고 구입해 오면 되는 것이다.
 
문제 하나 더 드린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분야에 투자하고 싶다면 B 형 간염 치료제를 한 번 건드려 보는 건 어떤가. 

결론적으로 한국은 모더나, 코로나, 백신 등의 꿈을 빨리 깨는 것이 바이오 산업 발전에 더 도움이 된다고 본다.

필자 Spencer Nam과 KSV Global은

KSV Global은 한국의 SV 인베스트먼트가 미국의 패밀리 투자기업인 Kensington Capital과 2018년에 미국 보스턴에 파트너십으로 설립한 VC 펀드이다. 펀드는 1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의 의료/바이오, e-커머스, 소프트웨어 시장의 고 성장 기업들에 투자를 하고 있다.

Spencer Nam 대표 펀드매니저는 한미 파트너들과 공동으로 펀드를 창설하였고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의료기기/진단기기 주식 연구원으로 재직하였으며 HBS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운영하던 파괴적 혁신 연구소에서 수석 연구원으로 의료분야의 첨단 혁신을 연구하였다. Spencer Nam은 하버드 대학교 수학과에서 학사를 받고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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