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O와 관련된 개정 약사법에 대한 두서없는 단상들

의약품 등과 관련된 CSO(Contract Sales Organization)라는 이름의 새로운 업종은 1983년 영국에서 처음 개발되어 1993년 독일과 1995년 미국 및 1998년 일본 등 선진국으로 확산된 후, 그 업종을 2000년 '유디스 인터내셔널'과 '퀸타일즈 이노벡스(당시)'가 한국에 처음 가지고 들어왔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그 CSO와 성격적으로 유사한('위·수탁 계약'이라는 측면에서) '대리상'과 '총판 도매상'이 이미 존재해 있었지만, 대리상의 경우 물류행위를 함으로써 당장 약사법에 저촉됐고 총판도매상의 경우 그 역할은 아주 미미했다.

2000년8월 시행된 의약분업과 함께, 한국의 의약품시장의 주도권이 OTC에서 ETC 품목으로 바뀌고, 역할분담의 효율성을 쫓아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와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및 CDO(Contract Development Organization) 등과 같은 C(Contract) 자(字) 사업체가 유망할 것으로 확신했을, '유디스와 퀸다일즈'의 한국 진출은 기민하였다고 생각되지만, CSO를 완전히 변질시켜버린 제도적 환경으로 분석되는 '리베이트 쌍벌죄'가 2010년11월말 시행되리라곤 꿈에서조차 두 회사는 짐작치 못했을 것이다.

'유디스와 퀸다일즈'가 한국에 들어와 그때까지 그들이 미친 영향은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렇게도 분석된다. △우리나라에서 생소했던 CSO라는 영문 머리글자 단어를 전하면서 세상에는 이런 업종도 있다는 것을 소개해 줬다는 점 △제약사에게, 그 두문자의 우리말 글자해석(기능의 구체적 내용이 아님)인 '판매대행업체'라는 용어 중 '대행'이라는 의미를 부각시켜 "나는 불법리베이트를 저지르지 않았어요. 판매대행업자인 CSO가 했다면 내 책임은 아니지요"라고 변명할 수 있는 책임전가 팔밀이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계기와 논리적 배경을 마련해 줬다는 점 등이다.

오죽했으면 급기야, 2014년7월11일 한국제약협회(현,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제약사가 CSO 등 제3자에게 영업을 위탁했을 때, 만약 그 제3자가 불법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된 경우, 법적 책임 소재와 리베이트 투아웃제 적용 여부'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질의를 했을까.

이에 대해, 당국은 그해 8월4일 '제약사가 CSO 등 제3자를 통한 불법리베이트 제공시에는 해당품목 제조자의 책임 범위에 포함되며, 만약 제약사 등(수입자 및 도매상 포함)이 영업대행사(CSO) 단독으로 불법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이라 주장할 시에도, 지도 및 감독 권한이 있는 제조사 등에게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가 있다고 할 수 있다'라는 취지의 답신을 보냈다.

2014년 10월13일 국회 김성주의원은 국감 보도 자료를 통해, CSO를 통한 불법리베이트가 법망을 피해 의약업계 전체에 만연해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이미 그 당시, CSO는 국회와 정부 및 관련 단체 등에서 광범위하게 거론됐으며, 의약업계 전문지마다 한 달에 적게는 2~3회, 많게는 10회 이상 CSO와 관련된 기사를 쏟아냈다.

2013년4월22일 모 전문지의 '날개 짓 영업대행사…"난다고 다 새는 아니겠지"'라는 제목의 기사에 달린 다음과 같은 댓글은 당시 CSO와 관련된 의약품시장의 상황을 잘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다.

▲ 제약사가 2013.04.22. 10:58:35
리베이트에서 손 땐다고? 알 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CSO는 더 교묘하게 리베이트를 한다는 사실. 눈 가리고 아웅 하기죠.
 
▲ 전문가 2013.04.22. 09:37:03
이미 수년전부터 시작 되었죠. 특히 쌍벌제 시행 이후 리베이트를 직접주기 어려워지니까 판매대행사를 통해 주는 겁니다. (중략) 제약사가 설립한 판매회사가 워낙 많이 증가해 판매대행 계열사를 통한 판매대행료(수수료)에는 판촉비가 포함되어 있으니 판매대행사는 걸려도, 품목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본사와는 별개 법인이니 품목과 본사는 다칠 일이 없겠죠, 그래서 판매대행사를 통한 거래가 급증하는 겁니다. 하여간 판매대행사가 리베이트를 지불하는 형태의 영업은 당분간 대세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품 CSO가 한국에서 불법 리베이트를 줬을 리 없다. 리베이트 쌍벌제 이후 CSO가 불법 리베이트를 줬다면,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한국에서 판매대행이라는 이름만 빌린 완전히 변질된 복면 쓴 짝퉁 CSO가 줬을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뭇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불법 리베이트의 온상'으로 낙인찍혀버린 CSO는 반드시 진품 CSO와 구분하여 가칭 K-CSO(이하 같음)라 불리어야 마땅하다.

CSO와 K-CSO를 구분하지 않는 것은, 흡사 명품 루이비통 가방과 짝퉁 루이비통 가방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나, 진품 로렉스 시계를 짝퉁 로렉스 시계와 구분하지 않는 것이나, 화이자의 정품 '비아그라'와 예컨대 공중 화장실에 선전 딱지가 붙어 있는 가짜 위해(危害) 약인 '비아그라'와 구별하지 않는 것이나 진배없다고 본다.

지난 6월29일 국회에서 통과된 약사법 개정 내용에서 가짜를 퇴출시키기 위해 불법 유통되는 가짜 약 소비자에게도 과태료를 물리는 법률을 제정했으면서도, 정작 국회에서까지 CSO에 대해서는 정품·짝퉁 구별 없이 누구나 그냥 CSO라고 부른다.    

'난다고 다 새가 아닌 것'처럼, 판매대행을 한다고 다 똑같은 CSO는 아니라고 본다. 불법 리베이트를 주는 변질된 K-CSO를 명품이며 진품인 CSO와 똑 같이 CSO, CSO라고 자꾸 부르면 진짜 CSO는 억울해서 울고 갈 수밖에 없다.

미국 1위의 CSO업체인 '인벤티브 헬스'가 한국에서 2015년 상반기를 끝으로 CSO사업을 접었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야 있지만, 불문곡직(不問曲直)하고 CSO가 불법 리베이트를 만연시켰다는 매도에 그동안 얼마나 황당했겠으며 한국 의약업계를 속으로 어떻게 봤을까. 

어쨌든 K-CSO는 '불법리베이트의 온상'이라는 부정적인 오명에서 출발해 10여 년간의 긴 좌절과 방황 끝에 드디어 2021년6월29일 약사법 제47조와 제47조의2 개정을 통해 좋던 싫던 제도권 입성에 성공했다. 이제 K-CSO의 신분은 권토중래 법률에 의해 어엿하게 인정받았다.

그런데 이 법률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K-CSO'를 개정 약사법 제47조와 제47조의2는 '의약품공급자로부터 판매촉진 업무를 위탁 받은 자'로 규정하고 있다. 

고심한 흔적은 역력하지만 그래도 '판매촉진'이란 용어가 어정쩡하다. 만약 의약품공급자와 K-CSO가 업무 계약서의 문구에 '판매활동 업무를 위·수탁 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두루뭉술하게 그것이 그것 아닌가 할 텐가.

판매촉진과 판매활동의 개념은 엄연히 다르다. 판매촉진은 판매활동의 일환일 뿐이다. 판매활동이 판매촉진보다 광의의 상위 개념이다. 법률에서는 '아' 다르고 '어' 다르며 토씨하나가 사건 전말의 내용을 바꿀 수 있지 않는가.

게다가 IQVIA와 CMIC Ashfield 및 Syneos Health 등 세계 초일류의 CSO들로 구성된 일본CSO협회(JCSOA)가 정립하고 있는 CSO의 정의(定義)를 보면, '제약기업 등과 계약에 의해 의약품 등의 마케팅 및 판매활동에 관계된 일련의 서비스나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製薬企業等との契約により医薬品等のマーケティング・販売活動に関わる一連のサービスやソリューションを提供する企業)'이라고 돼 있다. 여기서 '판매활동에 관계되다(販売活動に関わる)'라는 용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K-CSO가 법률로 규정되었음에도 희한하게 K-CSO 실체를 본인들 이외 객관적으로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법을 만든 국회나 관리해야 할 국가 당국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CSO입니다"라고 떳떳하게 이름을 밝힌 곳은 채 10곳도 안 되는 것 같다. 이미 2014년경부터 K-CSO가 수천 곳이 넘는다고 소문이 파다했는데 말이다. 아는 분 같으면 그 중 20곳만 명단을 대 봤으면 한다. 관리해야 할 보건복지 당국은 이제 당장 K-CSO의 실체 명단 파악이 발등의 불이 됐다.

의약품산업의 효율성과 발전을 위해, CSO를 비롯한 CMO와 CRO 및 CDO 등 역할분담은 시대의 소명이다. 

CSO에 대한 금년 입법화를 계기로, 복면을 쓴 K-CSO는 세상이 지적하는 불법 리베이트를 버리고 양지로 나와 끊임없이 보다 더한 실력을 쌓아가며 의약품 공급자들의 마케팅 및 판매활동의 부담을 덜어 줌으로써, 한국 의약품산업의 세계화에 일조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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