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비즈바이오파트너링, 매수기업 참여율 저조...글로벌기업은 1% 미만

매년 1월 국내 유수의 제약바이오 기업은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이하 'JPM'라 함) 참석 사실을 언론에 알린다. JPM으로부터 초청 받았다, 가장 큰 OOO홀에서 발표 한다 등 레파토리는 뻔하다. 심지어 이런 보도에 주가가 출렁이기도 한다. 이제 JPM은 국내 유명 기업에게 빠짐없이 참가해야 하는 연례 행사가 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무럭무럭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벤처, 스타트업은 언젠가 JPM에 참가하여 내 기술을 뽐내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에도 JPM 같은 매력적인 행사가 있을까?

제주에서 열린 2021 인터비즈바이오파트너링 행사. **필자제공.
제주에서 열린 2021 인터비즈바이오파트너링 행사. **필자제공.

 

국내 오픈이노베이션의 장 인터비즈

지난 7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2박 3일 동안 "인터비즈 바이오 파트너링 & 투자포럼"(이하 '인터비즈'라 함) 참석을 위하여 많은 제약바이오 종사자가 제주도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필자가 대학교를 입학하였던 1999년 처음 시작된 이래 올해가 벌써 19주년이라고 하니 (해외 행사까지 포함하면 20주년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필자는 2019년, 2020년, 2021년 3년 연속으로 참석하였는데, 어느덧 행사장의 구조와 동선이 익숙해질 정도가 되었다.

3번 밖에 참석하지 않아서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최근 3년 동안 인터비즈의 현장에 있었기에 이 기간만이라도 정리해 보고 싶어 그간에 받았던 인터비즈 공식 책자와 여러 기사들을 살펴보았다. 이로부터 얻은 정보에 따르면, 2019년에는 550여건의 기술에 대하여 370여개의 기관, 2020년에는 690여 건의 기술에 대하여 390여개의 기관, 2021년 올해에는 900여개의 기술에 대하여 600여개의 기관 (수요자 183개, 공급자 208개, 컨설팅 62개, 기타 147개 기관)이 참석함으로써, 매해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대 규모의 바이오 포럼이라 하겠다. 필자를 포함한 제약바이오 업계 종사자들을 매년 7월 제주도로 끌어당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올해는 코로나 환자가 1000명을 돌파하던 긴박한 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올해는 S사의 코로나 자가진단키트로 음성임을 확인해야 행사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2021 인터비즈바이오파트너링 행사 중 포스터 발표 부스.
2021 인터비즈바이오파트너링 행사 중 포스터 발표 부스.

2021년 올해 인터비즈의 슬로건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파트너링을 통한 글로벌 K-바이오헬스 위상 강화"이다. 필자는 "파트너링"과 "글로벌"에 주목한다. 결국 사업화 파트너링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원대한 꿈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꿈을 실현하고자, 수많은 제약/바이오 기업, 벤처/스타트업, 대학교, 출연연, 다양한 컨설팅 기관 (기술거래, 특허/법무, CRO/CMO/CSO, 비즈니스컨설팅/정보컨설팅)과 여러 VC들이 한데 어우러져 네트워킹을 하는 모습에서 국내 바이오 생태계가 잘 조성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올해에는 무려 900여 개의 기술에 대하여 2500여건 이상의 협상이 이루어졌다고 하니 국내에서 가장 활짝 열린 오픈이노베이션의 장이라 감히 말할 수 있겠다.

 

글로벌 포럼이 꿈이라면?

2020년의 한 기사를 보았더니, 인터비즈는 한국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포럼을 꿈꾸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반가운 이야기이고 나아가야 할 방향임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올해 참가기관들을 살펴보면, 수요자로서 에자이, 오츠카, 머크 등이 눈에 띌 뿐 공급자에서는 해외 기업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호주 소재의 기타 참여기관 1곳 정도 보일 뿐이었다. 총 600여개의 기관 중 4개 정도면 1%도 안되는 비율로서, 올해 슬로건의 핵심 키워드 중 "글로벌"과는 격이 맞지 않는 수치이다. 해외 기업이 수요자로서 국내 기업의 기술을 도입하고 또는 공급자로서도 참가하여 국내 기업에게 소개하고자, 알아서 참가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환경은 과연 어떠한 환경일까?

국내 대형 제약사들에게 인터비즈가 과연 매력적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상위 10개 제약사의 참가 현황을 살펴보자 (2020년 매출 순위 기준). 1위 셀트리온, 3위 GC녹십자, 4위 종근당, 9위 대웅제약 4개 회사만 참가하고, 2위 유한양행, 5위 광동제약, 6위 삼성바이오로직스, 7위 씨젠, 8위 한미약품, 10위 제일약품 등 6개 회사는 불참하였다. 40%의 참석률이다 (다만, 상위 11위 내지 20위 제약사들은 모두 참석하였는데 기술도입을 통하여 도약을 하고자 하는 목마름이 느껴진다). 특히, 레이저티닙을 도입하여 렉라자로 꽃을 피운 국내 오픈이노베이션의 선두 주자 유한양행이 2019년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 필자가 침소봉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한번 고민해 봐야 하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

2021 인터비즈바이오파트너링 행사 안내용 걸게.
2021 인터비즈바이오파트너링 행사 안내용 걸게.

인터비즈라는 시장에 900여개의 많은 매물들이 넘쳐 흐르는데, 일부 대형 제약사들은 국가대표 격 바이오 포럼을 왜 외면하고 있을까? 이번 행사에서 만났던 수요자 A는 대부분의 기술들이 너무 early stage이거나 기술에 대한 MoA가 없어서 도입하기 곤란하다고 하였다. 여기서 인터비즈에 참가하는 수요자 및 공급자 사이에 입장 차가 분명 발생하는 것 같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전임상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던가 하여 성공가능성이 있을만한 기술을 찾고 있는데, 대학교 또는 공공연 등의 공급자는 전임상을 끌고 갈 역량이 부족하고 그 전에 기술이전을 성사시켜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느껴진다. 결국 risk taking을 할만한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미성숙한 기술들이 많다 보니 대형 제약사들에게는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시장에서는 결국 수요자의 니즈를 맞추어야 거래가 성사된다. 글로벌 인터비즈가 되려면, 인터비즈를 통하여 대형 기술이전 사례가 나오고 이게 입소문이 나서 해외에도 알려지는 선순환이 그려져야 할 것이다. 혁신 신약, 개량 신약, DDS 등 다양한 종류의 기술들이 여러 레벨로 세분화되어 있을 것이다. 향후 글로벌 L/O까지 가능한 원석이 있을 것이고, 국내에서만 사업화가 될까말까한 수준의 기술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인터비즈를 통하여 기술이전을 시도할 것 같지 않다는 또다른 참가자 B의 코멘트에서, 글로벌 L/O가 될만한 훌륭한 기술을 보유한 업체에게 인터비즈는 어쩌면 네트워킹에 장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국내 최대 규모라는 숫자에 현혹되지 말고 출품되는 기술의 수준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내년이면 20주년을 맞이하는 인터비즈가 진정한 글로벌 인터비즈가 되길 기원한다.

수요기업 참여저조로 아쉬움을 남긴 2021 인터비즈바이오파트너링 제주 행사의 밤 풍경.
수요기업 참여저조로 아쉬움을 남긴 2021 인터비즈바이오파트너링 제주 행사의 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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