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오스타틴과 노화 관련성 연구 결과 엇갈려
오랜 경험과 지식으로 보다 정확한 타깃에 집중

 바이오 맛집을 찾아서 [1]  노화(老化) 전문기업, ㈜아벤티 

고속열차 플랫폼은 지하철 출구와 연결이 되어 있었다. 긴 터널의 끝에 기차역이 있다.

3번 플랫폼이었나, 기차는 아직 출발하지 않았다.
 
'은하철도999'의 철이가 된 기분으로 객차에 오른다.

일요일 아침이면 은하철도999를 타고 이 별 저 별로 여행가곤 했지.

그리고는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999'를 주문처럼 부르곤 했어.

마지막 회에서 철이가 맞닥뜨린 영원한 생명은 기계인간이었다.

이게 답인가? 어린 마음에도 생경했던 기억.

오늘 여행의 목적지는 바이오벤처기업 아벤티, 거기서 대안을 찾을 수 있을까?

어느덧 대전. 택시로 갈아타고 바이오헬스케어협회(BHA) 주최의 포럼장으로 향한다.

여기서 아벤티는 회사소개 발표를 한다.

1년 전 아벤티를 창업한 권기선박사는 우리나라 바이오 R&D의 메카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수십년간 노화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과학자이다.

아벤티(Aventi)는 'to Twenty'를 뜻하는 이태리어. 

20세의 건강함을 되돌려주겠다는 명징한 비전을 제시하며, 근육이 늙어가는 것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바로 의문이 생겼다. 나이가 들어 근육이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 아닌가? 

우리가 오랫동안 노화라고 불러온 이 낱말을 질병이라고 달리 부를 수 있는 건가?

그동안 정상이라고 말해온 것과 비정상이라고 말해온 것의 경계는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어쩌면 바로 이 모호한 경계가 바이오헬스산업의 니치(Niche), 즉 바이오헬스산업이 존재할 수 있는 절묘한 영역인지도 모르겠다.

비만도 처음부터 질병이라 부른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비만 유전자는 진화적으로 선택된 유산이다. 인간이 시간에 맞춰 식사를 한 세월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1만년을 넘을 수 없다. 작물을 재배하면서 한 곳에 머문 게 불과 1만년 전이니 말이다. 진화의 시간에 있어서 1만년은 그리 길지 않다. 루시(Lucy)로 불린 고인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200만년 전에 등장했다. 언제 다음 식사를 할지 알 수 없기에 몸 안에 오랫동안 축적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겠지.

비만으로 인해 유발되는 2차 질병이 드러나면서 비만은 질병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었고 비만이 어떻게 생겨나는지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쌓이면서 비만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등장하게 되었다.

근육이 감소하는 것 역시 비만의 뒤를 따르겠지.

근육이 부족하면 잘 넘어지고 골절상을 당하기가 쉽다. 글리코겐의 형태로 저장된 에너지가 부족하게 되어 쉽게 피로해지고 기초대사량 감소는 비만으로 이어진다.

이것들 만이 아니다. 근육감소에 따른 대사질환, 심혈관계 질환, 인지 저하가 문제였다. 근육이 감소되면서 이런 문제들이 생기거나 악화된다는 제시들이 입증되기 시작하면서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는 질병코드를 부여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2021년 질병코드를 부여하였다. 근육감소증,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Sarcopenia라는 질병의 이름을 달게 된 것이다.

택시 차창 너머 대전 중앙시장이 보인다. 

저 시장 안에 이북식 만두집이 있지. ㄱㅊ식당. 

5년 전이었나, 주변에 한복집만 있고 작은 골목 안에 있어서 찾기도 무척이나 어려웠지만 60년이 넘은 노포의 내공이 고스란히 담긴 만두국 한 그릇 뚝딱하니 원기가 솟던 집. 떡은 부드럽고 만두는 투박하지만 담백했다. 역시 무엇이든 기본이 중요하고 내공이 중요하다.

지금은 근처 큰 골목으로 이전을 했다지.

아무래도 전직이 VC(벤처캐피탈리스트)라 시장부터 보인 건 아니었나 보다.

시장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잠깐 이쪽 시장을 들여다보면, 고령화로 말미암아 근육감소증 환자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만 2025년에는 70세 이상 고령 인구 679만 명 중 남성은 21.3%, 여성은 13.8%로 116만 명이 근육감소증 환자가 될 거라는 보고가 있다(2020, 한국노인노쇠 코호트사업단 자료 참조). 물론 이들 모두가 치료를 요하지는 않을 것이고 질병의 경계는 여전히 모호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연구에서도 2차 질환과의 상관성이 상당함을 보여주는 결과들이 다수 나오고 있다.

제2형 당뇨환자들의 근육감소증 발생 위험도가 정상인 대비 2~4배 가량 높다는 보고가 있었고, 근육감소증이 있는 사람의 심혈관질환 위험이 정상인 대비 76% 높다는 보고도 있었다.

시장의 성장잠재력은 매우 높다. 글로벌로 눈을 돌려도 작은 기업부터 대형제약사까지 이미 이 곳에 둥지를 트고 있다.

근육감소증 치료제가 세상에 나와 답을 제시할 때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다.

정상과 질병을 구분 짓고, 치료 옵션을 제시할 수 있는 진단 솔루션이 나와 규칙을 만든다면 시장은 세분화되면서 더욱 커질 것이다.

아벤티 발표에 귀를 기울인다. 20여 분이 금세 지나간다.

궁금증이 하나둘씩 피어오른다.

우선 근육이 늙어간다는 이야기.

권기선대표의 설명을 곱씹어본다. 

"노화 연구자로서 지난 10년 전부터 구글, 아마존, IBM과 같은 대표 IT 기업들이 노화 방지와 수명 연장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모습을 목도하고 있다.

구글이 2013년 설립한 칼리코(Calico)는 생명공학자, 인공지능 전문가를 영입하여 노화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화 기초이론을 바로 현장에 적용하는 스타트업들이 출현하면서 기초연구자들이 창업에 나서고 있다.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Unity Biotechnology)는 나이가 들어 체내에 축적되는 노화세포를 제거하는 세놀리틱스(Senolytics)를 실용화하고자 한다.

그런데 근육에 주목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근육은 사람 몸무게의 40%를 차지하는 신체 최대의 조직이지만 급속하게 죽음에 이르는 일도 없고 유일하게 약이 없는 장기로 인식되어 최근까지도 대표적인 비인기 연구 주제였다.

근육은 매년 1%씩 사라진다. 60대가 되면 한창 때에 비하여 근육의 40% 정도가 사라진다고 한다.

이유를 파고 들었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그렇듯 새로 생기는 게 있으면 없어지는 것도 있다. 

근육 역시 그러하지 않을까. 

나이가 들면서 균형 추가 기울어진다. 근섬유의 합성보다 분해가 활발해지는 것이다.

근육줄기세포의 분화 능력이 줄어들고 단백질 합성이 감소하고 근섬유를 분해하는 효소의 양이 늘어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자 이제 타깃이 보인다. 이들 기전 중 어느 하나를 막으면 근육감소증을 치료할 수 있다."

이름이 생기고, 개략적인 근거를 찾았으니 길이 보인다.

그 길에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개척자들이 이미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노바티스와 리제너론은 혈액에 있는 마이오스타틴(Myostatin)의 수용체와 리간드를 타깃으로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데, 임상2상시험까지 도달했다. 마이오스타틴은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사이토카인(Cytokine)이다. 사이토카인은 세포를 뜻하는 사이토와 움직임을 의미하는 카인의 합성어로 둘 다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다. 세포가 다른 세포에게 편지를 써 보내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되겠다. 사이토카인은 그 편지를 전달하는 전령인데, 편지 내용에 따라 특화되어 고유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노화를 수십 년 연구해 오셨는데, 왜 피부 노화와 같은 미용시장으로 가지 않고 근육 노화 시장을 보는 지 물어보았다. 당장 눈 앞의 떡이 커 보이는데 말이다.

"오랜 기간 근육 감소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왔고 근육 감소에 따른 문제를 보아왔어요. 남들과 다른 타깃을 공략하는 것이 훨씬 더 경쟁력이 있고 사회적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문현답이다.

벤처기업의 본질은 차별화이다. 사업은 기술의 좋고 나쁨을 평가 받는 무대가 아니다. 기술이 좋고 나쁘다를 판단한다는 것은 비교의 지점과 목적이 명확할 때로 한정된다.

아벤티의 타깃은 마이오스타틴이 아니다. 이 동네는 이미 경쟁이 치열할 뿐더러 번지수도 살짝 틀린 것으로 본 것이다. 아벤티는 근육을 약화시키는 원인 단백질을 천착하고 있다.

핫한 강남역에 가게를 내지 않고 변두리 한적한 곳에 가게를 내어 손님이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이 동네가 뜨려면 시간이 꽤 걸릴 수 있으리라는 불안감이 들었다. 하지만 처음 가게를 낸 집이 원조가 되는 것이다.

C형 간염치료제처럼 한 방에 고지를 점령해버려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는 당혹감에 빠질 일도 없을 것이다. 사람, 특히 노화라는 가장 근본적인 영역에서는 한방이 통하지 않으리라는 것이 바이오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마이오스타틴에 진지를 구축한 회사들이 대안을 찾아서, 시너지를 찾아서 아벤티의 문을 두드릴 수 있을 것이다. 온전히 진도를 나아가고, 근거를 축적해 간다면 말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앞당길 수 있느냐는 아벤티의 사업 역량이자, 투자자의 고유한 판단의 영역이리라.

조금 더 기술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글로벌제약사들이 마이오스타틴을 타깃으로 한 까닭은 다른 질병의 치료제로 개발하다가 근육감소증에도 관심을 두는 적응증 확장의 일환으로 파악된다. 당뇨가 수반된 비만 등 마이오스타틴이 적용될 수 있는 엄청난 시장이 존재하며 근육감소증 시장 역시 이와 연계하여 확장될 수 있음을 고려하는 게 아닐까.

액셀러론파마(Acceleron Phama)는 2019년 지중해빈혈(Thalassemia) 치료제로 FDA의 허가를 받았다. 마이오스타틴과 친구인 액티빈이 약물 표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마이오스타틴 유전자를 제거(Knock Out)한 생쥐에서 근육 성장이 활발해진 보고 역시 그들을 이 동네로 불러들인 유인이 되었다. 

하지만 아벤티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마이오스타틴과 노화의 관련성에 대하여 일부 결과들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오랜 경험과 지식으로 보다 정확한 타깃에 집중하는 것, 이게 아벤티가 제시한 경쟁력이다.

또한 대표적인 부작용인 심장 이상에 대해서도 아벤티는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동사 약물의 작용 기전은 근육줄기세포간 융합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라, 융합이 일어나지 않고 단일 세포로 이루어진 심장근이나 평활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동물실험의 결과도 이러한 생각을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근육감소증 치료제는 아마도 꾸준히 써야 하기에 부작용 이슈가 더 강조될 것이다.

아벤티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므로 속단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평가할 만하다고 본다.
혹시라도 답이 틀리더라도 이유를 알면 새로운 답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벤티의 사업 계획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다양한 타깃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명연 노화제어연구단에서 축적한 광범위한 기초 연구가 화수분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 프로젝트인 마이크로알앤에이(miRNA) 치료제는 근육 특이적 E3 ligase인 Atrogin-1 유전자의 3’UTR에 달라붙어 발현을 억제한다. 

세번째는 단백질의약품이고 네번째는 다시 저분자 화합물이다.

서로 다른 색깔(Modality)을 지닌 2번타자, 3번타자가 굴비 엮듯 줄줄이 대기할 수 있다는 건 기초 연구의 성과에서 출발한 회사들이 갖는 특권이다. 기업의 안정성 측면에서도 확실한 강점이 된다. 근육 감소는 한 가지 타깃만으로는 조종할 수 없는 거대한 주제이므로 다양한 기전으로 접근하고 이를 효과로 검증할 수 있는 회사는 하나에만 전념하는 회사 대비 궁극의 사이즈가 다르지 않을까.

반대로 자금 조달이 충분하지 않아 3번타자, 4번타자를 벤치에 그냥 앉혀놓고 있노라면 비오기만 기다리는 천수답 농민의 가슴처럼 속은 타들어가고 프로젝트는 시들어간다.

결국 아벤티의 사업 전략은 시간을 다루는 방법으로 귀결된다.

우리 기술의 차별성이 가장 빛나는 시간에, 준비된 모습으로 등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기술은 실험실의 담을 넘어야 하고 인력은 진용을 갖춰야 한다.

자금 조달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역, 다시 늙어간다는 것에 대하여 생각한다.

은하철도999 마지막회에서 주인공 철이는 다른 선택을 한다.

엄마의 소망이었던 영원한 생명을 포기하고 그냥 '사람'으로 남은 것.

영원한 생명이라는 꿈을 건강하게 늙는 꿈으로 바꾸면 어떨까.
죽지 않으면 생명이 아니다.

생명의 꿈은 품위 있게 늙는 것, 그 한 축이 마음이면 다른 한 축은 내 몸을 지탱하는 근육이다.

아벤티가 가는 길은 하나이면서 둘이다.

사람의 근육 감소를 막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 그리고 회사의 근육인 사업 역량을 강화시켜 나아가는 것.

기초 과학에서의 강점에 약물 개발의 노하우, 글로벌제약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업개발 역량을 더할 수 있다면 이 회사는 얼마나 커질까, 아니 얼마나 단단해질까.

아벤티를 만나 스무살로 잠시 돌아갔다가 오는 길, 내가 탄 기차는 은하철도999는 아니었지만 차장 밖 하늘에는 평생 노화를 연구하느라 늙을 새도 없는 과학자의 오랜 집념이 구름처럼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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