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결정 여부따라 위상 재평가
중앙약심에 의약품 인허가권 넘기는 결정도 우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낙태약 미프지미소 허가 여부를 놓고 시험대에 올랐다.

허가 절차와 최종 결정에 따라 FDA급의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의약품 인허가 기관이냐, 논란과 후폭풍을 의식해 인허가권을 제대로 행사 못하는 기관이냐는 엇갈린 평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약품은 지난 2일 식약처에 국내 최초로 먹는 낙태약인 미프지미소를 전문의약품으로 정식 허가 신청했다.

정식 허가 신청전 현대약품은 식약처와 지난 2월부터 현대약품과 안전성·유효성 관련 사전심사를 진행해 왔다.

식약처가 낙태약인 미프지미소에 대해 사전검토를 진행한 이유는 정식 허가신청 이후 업무일 기준 120일 이내 허가 여부를 통보해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부담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식약처는 "자연유산유도 약물은 현재 국내서 허가받지 않은 새로운 성분을 기반으로 한 약물이기 때문에 신약 허가 기준으로 심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미프지미소가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목적의 신약이 아닌 정치적·윤리적 가치관이 충돌하는 약물이라는 점에서 식약처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성계는 미프지미소 허가를 적극 원하는 반면, 종교계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내부적으로 관련 약물에 대한 허가 문의나 신청이 들어올 것에 대한 준비는 해 온 상황"이라면서도 아직 사전검토 결과 발표마저 언제 진행될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지난 2월부터 진행한 사전검토 결과를 7월까지 발표해야 한다"며 "하지만 허가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어 7월 이내 발표할 수 있을지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프지미소 허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탓에 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식약처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심사하겠다'는 본래의 입장에서 물러나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앙약심에 미프지미소 허가 여부에 대해 자문을 요청하고, 자문 결과를 허가 여부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미프지미소 허가 여부와 관련한 책임을 중앙약심에 떠 넘기는 결정으로도 비쳐져 '미국 FDA급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의약품 인허가 기관'이라는 식약처의 지향 목표와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FDA는 6월7일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일반명 아두카누맙)에 대해 '시판후연구(PMS)로 임상적 이점을 입증하는 데이터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가속승인(Accelated approval)을 결정한 바 있다. FDA 외부 자문위원회의 반대를 무릅쓴 결정이었다. 

자문위원회의 자문은 받지만 최종 결정은 FDA가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식약처는 민감한 사안이 있을 때 '전문가의 자문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인허가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안했다.

FDA급 위상과 권위를 가지려면 의약품 허가 심사와 관련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하고, 정치적 상황을 배제한 채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야 한다. 외부 자문은 결론을 내리기 위한 참고용이지, 전적으로 의존할 대상이 아니다.

낙태약 미프지미소와 관련한 결정은 식약처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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