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전략으로 진출·현지화 모색…작년 1983억 수출
신흥시장 진출, 여기서 판가름 난다

베트남 호치민시의 야경
베트남 호치민시의 야경 (사진 출처 : pixabay)

국내 제약사들이 앞다퉈 해외 진출을 선언하며 전통 제약강국과 파머징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가운데, 베트남이 국내 제약산업의 주요 진출·수출국으로 각광받고 있다.

좁은 내수시장의 틀 밖으로 나가, 현지에 법인·지사를 설립하거나 기관·업체와 합작 또는 공장을 세우는 등 각개 적합한 전략으로 현지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 "신 짜오! (안녕하세요)" 대표적인 파머징 시장, 베트남

지난해 국내 제약사가 베트남에 수출한 의약품은 1억7679만5000달러 규모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983억 원어치다. 이는 일본, 미국, 중국, 독일, 헝가리, 아일랜드의 뒤를 이어 7위로 아세안 국가 중에서는 가장 크다. 베트남은 경제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돼, 국내 제약사들에게는 다가가고 싶은 '블루오션'이자, 대표적인 신흥 국가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BMI에 따르면, 베트남 제약시장 규모는 2016년 약 47억 달러(베트남 전체 GDP의 약 2.5%)에서 2017년에는 52억 달러(약 5조 8000억 원)까지 성장했다. 규모면에서 아세안 국가 중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크다. 앞으로 2020년까지 연 평균 11%씩 빠르게 성장해 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연간 1인당 의약품 지출액는 약 45달러로 비교적 적지만, 9300만 명의 거대한 인구 규모를 바탕으로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다. 의약품에 대한 소비·지출이 2020년에는 85달러, 2025년에는 163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아울러 베트남 정부는 공보험 적용을 90% 수준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지난 5년간 OTC(일반의약품), 비타민 및 식이보충제, 체중관리식품, 전통의약품(약초 등) 판매액이 꾸준히 두 자릿수 판매성장률을 기록했으며, 베트남인들에게 SNS를 통해 건강 정보와 의약품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는 것도 주요한 특징이다. 

베트남 제약시장은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다. 현지 자급 생산능력이 부족하고, 의약품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보건부는 병원 내 수입 의약품 비중이 약 80%에 달하고, 수입 의약품이 베트남 제약시장 규모의 7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국내 제약기업들도 현지에 직접 공장을 세우거나 현지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다양한 전략으로 베트남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 동남아시아 생산기지로…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1993년 베트남에 첫 수출을 시작했다. 이후 1998년에 호치민 지사 설립, 종합비타민제 광고 집행 등 베트남인들에게 인지도를 높인 후 2001년에 현지법인인 'Korea United Pharm. Int’I JSC'를 설립했다.

2003년에 설립된 베트남 공장은 현지에 있다는 장점으로 원가 절감을 할 수 있고, 수입품이 아닌 현지 품목으로 판매가 가능해 빠른 납기가 가능하다. 

종합 비타민제 ‘홈타민’으로 베트남 복합 비타민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장학금 지급과 의약품 지원 등 지역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베트남인들에게 현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또한 베트남에 공장을 보유한 국내 제약사 중 최초로 PIC/s GMP 인증을 획득했다.

PIC/s는 제약 분야의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과 제조공장 시설의 규제 조화를 주도하는 국제 협의체다. 우리나라는 2014년 5월에 42번째 가입국이 됐으며 PIC/s 가입 국가는 국가 간 상호 협정에 따른 의약품 수출 시 GMP 실사 등 일부 의약품 등록 절차를 면제받을 수 있다. 베트남에서는 자국 내 공공 의료기관에서 사용되는 의약품의 입찰 및 조달 품목을 정할 때 PIC/s 가입국을 우선순위에 둔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베트남 식약청으로부터 선진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PIC/s GMP, EU-GMP, JGMP) 승인을 받았다"며 "3년 안에는 EU-GMP 인증 도전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 2021년 안과공장 설립, 글로벌 CMO로… '삼일제약'

삼일제약은 2021년 완공 목표로 7500㎡ 규모 점안액 생산 시설 등을 갖춘 안과 의약품 생산공장을 건립 추진하고 있다. 2008년 대표사무소를 설립한 이래, 2010년 안과용제 등 14개 의약품 수출을 시작해 2017년에는 13억 6천만원의 매출고를 올렸다. 

6백만 달러를 투자해 현지 법인을 설립했고, 올해는 보건산업진흥원 주최 '제약산업 글로벌 현지화 강화 지원사업' 대상 기업에 선정됐다.

회사 관계자는 "cGMP 및 EUGMP 수준의 안과공장을 만들어 안과분야 글로벌 CMO사업 1위 기업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삼일제약은 베트남 현지에서 어려운 형편으로 치료를 받지 못해 실명된 호치민 시민들에게 각막이식수술을 후원하고 있다. 또한, 수술 전후로 베트남 현지 의료인에게 각막이식수술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수술 현장은 실시간으로 베트남 안과 분야 의료인들에게 중계돼 현지의 각막이식 수술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안과질환분야에 특화된 회사로서 빛을 잃은 환자분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빛을 선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캔 박카스 화제, 사전 피임제 공급… '동아제약'

지난 해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글로벌 사업팀을 신설한 동아제약은 베트남 국민영웅이 된 박항서 축구대표팀 감독과 지난 5월 광고모델 계약을 맺고 다음달인 6월 박 감독 이미지가 들어있는 박카스를 선보였다.

출시 후 8월까지 280만 캔이 판매되는 등 화제가 됐으며, 현재는 일반의약품도 베트남 시장에 진출시킬 계획이다. 회사 측은 피임제와 소화제에 대해 베트남 보건당국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동아제약은 베트남 보건부 산하 인구가족계획국의 특별초청을 받아 '베트남 2018 인구정책 컨퍼런스'에 참석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동아제약과 베트남 보건부 산하 인구가족계획국은 사전 피임약 공급에 관한 양해 각서를 체결하여, 베트남 정부에 사전피임약을 공급하고 현지 제품 판매원들을 대상으로 제품과 마케팅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베트남은 급격히 증가하는 인구를 제한하기 위해 실시하는 다양한 정책 중 하나로, 가임기 여성들에게 경구용 피임약 복용을 통한 피임을 유도하고 있다. 현재 1570만 명에 이르는 20세부터 39세까지의 베트남 가임기 여성 중 약 12%가 경구용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아제약 최호진 사장은 행사장에서 동아쏘시오그룹 및 피임제를 소개하고, 앞으로의 피임제 운영 및 공급에 관한 계획을 발표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한종현 사장은 "동아쏘시오그룹의 우수한 의약품을 공급해 베트남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겠다"며, "단순히 의약품 공급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업파트너로써 베트남 현지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현지 제약사 지분 일부 인수… '대웅제약'

지난 5월, ㈜대웅제약과 베트남 최대 제약사로 꼽히는 트라파코社가 전략적 제휴(MOU)를 체결해 제품생산, 의약품 유통, 연구?개발 분야의 상호협력을 결정했다. 대웅제약은 트라파코社를 통해 현지 의약품 시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사진 가운데 왼쪽부터 트라파코社 최고경영자 마(Mr. Ma), 회장 투안 (Madam Thuan), 대웅제약 전승호사장, 대웅제약 베트남지사김동휴지사장이 양사 직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대웅제약은 현지 최대 제약사 중 하나로 꼽히는 트라파코의 지분을 25% 인수해, 이 회사의 2대 주주가 됐다. 지난해 11월 회사 측은 트라파코社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고, 올해 5월 제휴(MOU)를 체결해 제품생산, 의약품 유통, 연구?개발 분야에서 협력하게 됐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은 자사 제품을 트라파코 내 신공장에서 생산하기 위해 기술이전을 준비중이며, 트라파코는 대웅 제품의 영업, 마케팅 조직을 신설해 판매?유통에 나설 예정이다.

대웅제약의 트라파코 사 투자는 국내 제약업체가 베트남에 상장된 상위 제약사의 지분을 인수해 사업 운영에 참여하는 첫 사례다.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은 "대웅제약과 트라파코의 협업은 성장성이 높은 파머징 시장에서 성공적인 해외투자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에도 각 국가별 투자조건이나 기회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투자 활동으로 해외사업 혁신성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 베트남 정부 규제 기준...극복해야 할 숙제

한편, 지난 2월 베트남 식약당국은 의약품 입찰기준 변경안을 공개하면서 EU(유럽)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cGMP(미국), JGMP(일본)만 1~2등급으로 인정한다고 밝혀 국내 제약기업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기존 1등급에 해당하던 ICH(국제조화기구) 가입국, 2등급으로 인정하던 PIC/S(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 가입국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고, 유럽, 미국, 일본의 GMP를 받지 않은 한국 의약품은 등급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정부와 제약업계는 베트남 정부와 여러 차례 접촉하며 등급 유지를 위해 힘썼다. 지난 3월 한국과 베트남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베트남 정부에 우리나라 의약품의 공공입찰 등급 유지를 요청했다. 또한 5월에는 류영진 식약처장이 현지를 방문해, 등급 유지를 재차 요청했다.

이후 베트남 정부가 '공공의료시설의 의약품 공급 입찰' 개정안을 공고해 한국 의약품은 다행히 공공의료시설 공급 입찰 2등급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여세를 모아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양국 제약 산업의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미래협력포럼'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윤석규 글로벌팀장은 "향후 국내 제약계의 파머징 시장 진출 향방은 베트남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베트남이 현지 제약산업 보호를 위해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과 각 제약사들이 대응하는 방식에 제약업계가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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