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더멘탈' 허약하다는 말, 새겨듣고 대비해야

인공지(AI)을 활용한 신약개발 가능성을 타진하는 제약협회 주최 컨퍼런스(자료사진)
인공지(AI)을 활용한 신약개발 가능성을 타진하는 제약협회 주최 컨퍼런스(자료사진)

2015년 한미약품의 천문학적(약 7조원)인 기술수출을 계기로, 국제적으로 성장하려는 제약사는 '혁신신약'을 개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비를 지속적으로 적절하게 쏟아 붓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의약업계 모두의 상식이 됐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개발비 투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실패를 용인하는 기업문화의 정착'과 '글로벌 유통시장의 확보'라고 강조하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재)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KDDF, Korea Drug Development Fund)'의 묵현상 단장은 지난 1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약개발에 앞서 외국의 유통시장을 먼저 확보해야 하고, 신약 개발 과정에서 필수 요소인 실패를 용인하는 기업문화가 회사에 내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또한, 묵 단장은 '일본 제약사들이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1985년경 글로벌 제약시장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유통시장에 직접 진출했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 1위의 제약사 행루이는 미국에 80명을 파견해 유통망을 개척하고 있지만, 국내 제약회사들은 어느 한 곳도 미국에 유통전담 조직을 두고 있지 않다'고 일침을 놨다.

한마디로 국내 제약업계가 국민 먹거리 산업으로써 국제화로 가는데 필수인 펀더멘탈(기초체력, Fundamental)이 허약하다고 지적하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된다. 연구개발 풍토를 바꿔 조성해야 한다는 주문이 아닐까.

기업가치에 제일 민감한 곳이 증권시장이다. 요즈음 증권시장에서는 제약?바이오 업계를 '바람만 불면 넘어진다', '신약개발 등 미래가치를 내걸고 있지만 실제는 허풍이 많아 암울하다', 게다가‘불성실 공시로 시세 조작을 하고 분식회계(연구개발비 등)까지 하고 있다'면서 불신하고 있다.

현상은 어떤가. 미래가치의 척도인 신약 연구개발에 관한 통계 자료가 별로 아직 밝지 못하다.

신약은 1999년 7월15일부터 2017년 12월31일까지 총 29품목이 허가됐으나 보령제약의 '카나브'와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 및 동아제약의 '자이데나' 등을 제외하면 유통시장의 관심을 별로 끌지 못했다. '신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밥 먹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실증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유통능력 문제 때문일까.

혁신형 제약회사 수는 2013년 41개사에서 2016년 47개사로 늘어났다. 그러나 제약?바이오 업계 전체의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연구개발비 비중은 2012년 5.97%에서 2016년 5.95%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110사의 상장제약사 연구개발비 비중도 2014년 9.4%에서 2016년 8.9%로 0.5% 내려앉았다. 혁신형제약사 47개 처의 연구개발비 비중 또한 2016년에는 11.7%로 2014년 12.4%보다 0,7%나 감소됐다.(2017 제약산업 DATA BOOK, 제약바이오협회)

국내 10대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2016년 연구개발비는 총 1조1272억 원이었다. 그런데 글로벌 10대사들은 총 81조2000억 원을 썼다. 72배에 달한다. 글로벌 8위인 GSK의 연구개발비는 2016년 49억4000만 달러(약5조6000억 원)이었다. 국내 10대 메이커 전체보다 5배가량이나 많은 금액이다.(healthcare business, 2018.4.15.)

신약 연구개발의 역군인 연구원의 총인력에 대한 비중도 답보 상태다. 2012년에는 12.62%이었는데 2016년은 오히려 12.49%로 떨어졌다.(2017 제약산업 DATA BOOK, 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협회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199개 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2017.8.28.부터 9.20.까지 실시한 '2017 바이오산업인력수급조사' 결과를 보면, 연구직의 평균 근속기간은 1~3년이 42.5%로 가장 많았고, 3~5년이 33.7%로 뒤를 이었다. 근무 5년 이내에 76.2%가 소속 연구업무에서 떠난다는 예기다. 왜 그럴까.

이러한 상태에서 우리가 기대하고 염원하는 혁신신약이 과연 제대로 개발될 수 있을까?

그래도, 2016년 글로벌 50대 제약사를 품고 있는 국가별 현황을 보면 희망이 생길 것 같다. '저들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까' 하는 '자신감' 말이다. ▲ 미국 16개사 ▲ 일본 10 ▲ 독일 4 ▲ 스위스 3 ▲ 아일랜드 3 ▲ 영국 2 ▲ 프랑스 2 ▲ 인도 2 ▲ 이탈리아 1 ▲ 스페인 1 ▲ 캐나다 1 ▲ 호주 1 ▲ 벨기에 1 ▲ 덴마크 1 ▲ 이스라엘 1 ▲ 남아프리카 1개사.

이들 나라 중, 우리 한국의 제약시장보다 시장 규모가 작은 나라는 스위스, 아일랜드, 이스라엘, 인도, 벨기에, 남아프리카 및 덴마크 등 7개국이나 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조급한 마음에 허상을 잘 못 쫓지 말고 펀더멘탈이 허약하다는 지적을 새겨듣고 속히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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