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숙 지명컨설팅 대표(약사)

의약품 장점보다 의료인의 치료 언멧니즈를 발굴해
근거중심으로 의료인에게 대안을 제시, 충족시켜야 

허가를 받아 탄생한 신약(新藥)은 의약품 자격을 갖췄으되, 엄밀한 의미에서 미생이다. 임상시험 등 매우 제한된 조건을 만족시킨 신약은 의료현장에서 의사, 약사, 제약회사 관계자, 연구자, 환자들이 사용하면서 생산한 정보를 바탕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더 높여가며 명품 치료제로 완생되어 간다. 이 과정을 우리는 육약(育藥)이라 부르기로 한다. 육약을 향한 노력은 신약개발 못잖은 가치 있는 활동으로 제약바이오산업계 모든 관계자들의 인식 전환과 참여가 필요하다.

1. 프롤로그
2. 의약품은 제한된 조건 충족으로 태어난다
3. 약물감시 활동이 의약품 가치를 높이려면
4. 일반 마케팅과 제약 마케팅의 뚜렷한 차이

생각해보기 1  잘 팔리는 제품의 특징은 무엇일까? 

권진숙 지명컨설팅 대표
권진숙 지명컨설팅 대표

많은 사람들은 제품의 우수성, 적절한 가격, 프로모션 등을 우선 언급한다. 즉, 4P (product, price, promotion, place)는 잘 팔리는 제품을 생각할 때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단어들인데, 그럼 잘 팔리는 조건을 4P로 정의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명품이라고 불리는 럭셔리 제품들, 유니클로로 대표되는 SPA 제품들, 온라인 SNS 입소문으로 판매되는 다양한 제품들을 4P 관점에서 설명하기 쉽지 않다는 것만 생각해도, 4P는 마케팅 담당자가 중요하게 고려해야 될 요소지만, 잘 파는 방법을 설명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제품을 잘 팔기 위해 마케팅 담당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미국 마케팅학회(AMA: 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 2013)에 따르면 "마케팅은 조직과 이해 관계자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고객가치를 창출하고, 의사소통하며 고객을 관리하는 조직 기능이자 프로세스의 집합이다."
 
여기에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마케팅 활동이 언급되어 있다. 

성공요소 1  제품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구체화한다.
성공요소 2 고객에게 제품가치를 효과적으로 알린다.
성공요소 3  고객이 제품가치를 경험하고, 지속적으로 구매가 이루어지도록 고객을 관리한다.

여기에 모든 마케팅 활동의 시작이 되는 핵심 단어가 들어있는데, 그것이 바로 '가치'(Value)이다. 가치라는 의미를 세심하게 풀어보면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 혹은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고객의 욕구'를 해결해주는 제품의 이점, 도움이 되는 점을 의미한다.

그리고 제품 가치가 고객 인지 속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아서 고객이 특정 목표를 달성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을 때, 그 제품을 바로 떠올리는 것을 우리는 '포지셔닝 (positioning)'이라고 한다.
 

자, 그럼 '포지셔닝 (positioning)' 전략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이론적으로 이 제품을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사람은 확보되었다. 그러면 다음 단계로 이 제품 판매가 확장되기 위해서 마케팅 담당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방법 1  우리 제품이 가진 가치 (positioning message)를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방법 2  유사 혹은 동일가치를 가진 다른 제품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방법 3  (현재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더 많은 고객이 제품 가치에 관심을 가지도록 고객 인식에 변화를 준다.

제품의 판매량을 늘리는 방법은 단순하게는 구매하지 않는 사람이 구매하는 것과 구매하는 사람이 지속적으로, 더 많은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단기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기에는 방법 2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을 확장시키고 성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방법 3이 동반되어야 한다.

구매하지 않는 사람이 구매할 때는 단지 퀼리티나 가격, 프로모션이 더 조건이 좋은 제품이 나타났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삶에서 무엇이 더 개선가능한지 알게 되었을 때 빠르게 일어난다.

예를 들자면 앞서 상반된 특징을 가진 제품으로 명품과 유니클로를 이야기했지만, 서로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소비자가 샤넬백과 구찌 운동화에 유니클로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을 때는 각 제품의 전통적 내구성이나, 특별한 심미안, 가격 장점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입는 것이 고급취향과 쿨한 애티튜드를 지녔음을 나타내는 것임을 알아차릴 때 더 빨리,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신선한 식품을 아침에 받는 것이 얼마나 주부들의 시간효율성과 음식의 질을 개선하는지 객관적 지표와 별도로 이른 아침 아파트 현관문을 열면 어제 구매한 식자재들이 다소곳이 놓여있는 것을 스마트하고 도시적인 구매활동으로 인식되는 순간 소비자는 구매습관은 바뀐다. 즉 더 많은 제품을 팔고 싶다면 제품의 장점보다 고객의 인식에 집중해야 한다.

  

생각해보기 2  의약품을 성공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이 캠페인의 서문을 열었던 6월 14일 자 기사를 보자. "오리지널 의약품이 생성, 수집한 안전성 정보에 기댄 제네릭 의약품들은 아예 육약 활동의 대상도 못된다. 그래서인지 수십개 제네릭 의약품이 따라붙어도 리피토같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은 독야청청하다. 처방권자인 의사들을 설득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내는 제약사들은 특허만료 의약품에 대해 '이런 환자에게 이렇게 쓸 때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식의 근거중심 정보를 시판 이래 끝임없이 전달해 왔다. 이들의 조직은 정보전달이 마케팅이고, 마케팅이 육약인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들의 MSL과 MR, 마케터들은 이 같은 관점에서 육성되고 활용된다. 제네릭 의약품사 MR과 이름만 같을 뿐 역할과 기능은 확연히 다르다."

그렇다면 한국의 제네릭 제품들은 어떤 방식으로 육약이 가능할까? 특허만료 의약품의 경우에도 근거중심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임상을 진행해야 하는 걸까? 

앞서 언급했던 방법을 재소환해보자

방법 1  우리 의약품이 가진 가치 (positioning message)를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방법 2  동일성분 의약품을 처방하는 의료인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방법 3  더 많은 의료인이 의약품의 치료가치를 받아들이도록 의료인의 치료관점에 변화를 준다. 

대부분의 한국제약회사들은 이미 오리지널 제품이 메시지를 선점한 상황에서 '방법1'은 공허하다고생각하고, '방법3'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제약회사의 주요 전략은 '방법2'로 귀결되곤 했지만, 최근의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한국제약회사의 마케팅 전략이 달라지는 것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는데, 그 원인 중 하나는 프로모션으로 차별화하거나,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이전처럼 밀접한 관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relationship에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느낀 제네릭 의약품의 마케팅 담당자라면 '방법3' 즉, 의료인의 치료관점, 특히, 목표질환이 치료과정에서 일어나는 치료한계 (treatment unmet needs)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것을 조언하고 싶다.
 
일단 치료한계 (treatment unmet needs)는 다양한 자료로 확인이 가능한데, 대한고혈압학회의 2018 팩트시트에 의하면 2016기준 고혈압 유병자의 숫자는 1100만명으로 추정되지만, 꾸준히 치료받는 사람은 570만명 (61%)에 불과하며, 혈압이 조절되는 환자는 510만명 (44%)에 불과했다. 또한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통계 보고서인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0'에 의하면 당뇨병 환자의 경우 LDL-C를 100mg/dL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LDL-C가 100mg/dL 이상인 당뇨병 환자가 전체의 86.4%로 거의 대부분이 조절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민들의 인지도가 높고 의료인들의 치료의지도 높은 주요질환에서도 이러한 treatment unmet needs가 확인된다는 것은 그 외의 치료영역에서 환자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작하게 하고, 충분한 수준으로 치료를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며, 다양한 질환에서의 treatment unmet needs들을 여러 국내외 학술자료, 시장조사, 의료인의 강의나 대화, 환자들의 경험담 등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treatment unmet needs를 확인하는 것은 마케팅의 시작이다. 이렇게 확인된 treatment unmet needs를 해소하는 차별화된 접근법을 고민하고 다양한 회사의 내·외부 자원을 통해 실행하고 성과로 이끌어내도록 관리하는 것이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이 될 것이다. 전통적인 의약품 마케팅 교과서 (Pharmaceutical Marketing, Rollins, Brent L., Perri, Matthew 2013)에서도 '마케팅 담당자의 일은 (교육과 홍보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환자들의 unmet needs에 대해서 의료인들이 인식하도록 하고 의료인들이 우리 제품을 통해서 환자들의 unmet needs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도록 조력하는 일' 임을 강조하고 있다.
 
즉 근거중심의 판촉활동은 오리지널 회사의 전유물이 아니며, 신약이든 제네릭 제품이든 더 많은 의약품을 팔고 싶다면 의약품의 그 자체의 장점보다 의료인이 treatment unmet needs를 인식하도록 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이 마케팅의 핵심임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국내 제약회사 마케팅 담당자들은 이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을까? 일단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그렇게 바라보는 첫번째 이유는 코로나 상황에서 효과적인 고객관리 프로그램으로 의료인을 위한 비대면 교육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대면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 제약회사에서는 점점 양질의 교육콘텐츠가 필요하게 될 것이고 이는 점점 의료인의 treatment unmet needs를 담아가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측된다.
 
두번째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신약을 통한 글로벌 진출의 가능성을 조금씩 타진하면서 제약회사의 목표와 회사의 규모가 조금씩 변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 100여년 동안 국내 1위 제약회사의 매출이 1조를 넘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지난 몇 년간의 제약회사의 체급의 변화가 얼마나 상전벽해인지 알 수 있다.) R&D 영역부터 시작된 그 변화가 아직 commercialization 영역에서 감지되지는 않지만, 목표와 체급의 변화는 분명 제약회사 전반의 체질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게 한국제약마케팅 역량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한껏 풀어냈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직 시작하기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아직 잘 모르겠다면 지금 당장 나가서 의료인들이 어떤 기준으로 환자들을 진단하는지, 환자들과 진료실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왜 환자의 치료순응도가 떨어지거나, 그들이 치료를 중단하는지, 환자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질문을 시작해보라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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