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의 작용기전 설명돼야 임상시험 가능

강신정 박사의 의약품 허가&등재 [10]  의약품 유효성

탈리도마이드 사건의 원인을 몇 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동물실험의 한계이다.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기형 발생이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일부의 주장이라는 의견도 있다. 두 번째는 탈리도마이드의 시장 규모가 컸다는 점이다. 아스피린에 버금갈 정도로 많이 팔렸다. 세 번째는 허가사항을 초과하여 처방한 점이다. 

탈리도마이드의 효능 및 효과는 진정과 수면 유도였다. 진정의 목적으로는 탈리도마이드 25mg 정제를 하루 2~3번, 수면 유도의 목적으로는 1~4정을 취침 전에 복용하도록 하였다. 1 그러나 호주 산부인과 의사 윌리엄 맥브라이드 박사는 입덧 완화작용을 발견하고, 임부에게 탈리도마이드의 처방을 권장하면서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다. 2  

하지만 탈리도마이드의 허가 전에 그뤼넨탈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부인이 기형아를 출산한 것을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시판 전에 이미 임부의 구토증에 효과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고, 임신오조의 증상에 효과가 탁월하다고 의사나 약사를 대상으로 홍보했기 때문에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허가 사항의 범위를 벗어난 의사의 처방이 크게 문제시되지 않았다. 지금처럼 다양한 효능의 의약품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의약품이 허가될 때 효능을 검증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1906년 미국에서 The Pure Food and Drug Act가 제정될 때 허위 효능을 표방하는 의약품은 바로 퇴출당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암을 치료하는 닥터 존슨의 약물"이라고 표기한 의약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심지어 신문에 암은 치료될 수 있다는 광고까지 하였다. FDA의 전신인 화학국은 허위 효능을 표방한 의약품으로 판단하고, 1910년 이 약의 제조자인 Johnson을 검찰에 고발하였다. 

하지만 1911년 대법원에서 FDA는 패소하였다. 1906년에 제정된 법은 의약품의 효능을 규제하지 않는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다음 해인 1912년 이러한 허점을 극복하고자 Sherley 개정법을 통과시켰다. 이 또한 허위 효능을 표방하는 의약품을 규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Sherley 개정법에서 misbranding을 효능에 대한 허위 및 사기로 정의한 것이 문제였다. 다시 말해 허위 효능이 소비자를 속이기 위한 의도였다는 것을 입증해야 했다.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허위 효능을 표시했더라도, 그 효능을 믿는 시늉하면 기소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3 

1938년 식품의약품화장품(FDC)법의 제정됨으로써 Sherley 개정법의 허점이 극복되었다. 허위 효능에 대한 사기 의도를 더 이상 입증할 필요가 없었다. 4  그뿐 아니라 시판 전 의약품의 안전성에 대한 입증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1962년 Kefauver-Harris 수정법이 통과되고는 시판 전 의약품의 안전성은 물론이고 유효성까지 입증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임상시험을 통한 입증이 의무화되었다. 신약을 허가 신청할 때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는 비임상시험자료는 물론이고 임상시험자료까지 제출하여야 했다. 

이에 따라 1963년 FDA는 임상시험계획승인제도(IND)를 도입하였다. 임상시험이 수행되기 전에 미리 임상시험계획을 심사하는 제도였다. 임상시험에 윤리성이 담보되었는지,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디자인되었는지 등의 검토가 목적이었다. 전문가에 의하여 적절하고 잘 통제된 상황에서 수행된 임상시험자료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임상시험계획서를 제출할 때는 비임상시험자료의 첨부를 필요로 했다. 임상시험에서 사용될 의약품 즉 임상시험용의약품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독성에 관한 자료 그리고 약리작용에 관한 자료 등을 말한다. 이러한 비임상시험도 신약 개발 과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단계이다. 약물의 기전이 규명되지 않아 신약의 개발이 중단된 사례가 있었다.

1962년 Kefauver-Harris 수정법이 통과된 후 신약으로 허가받은 항암제 탁솔 주사제의 경우이다. 1967년 암세포를 죽이는 taxol이라는 성분이 태평양 주목나무의 껍질에서 분리되었고, 1971년 구조가 paclitaxel로 밝혀졌다. 하지만 비임상시험이 진행되지 못하고, 수년간 연구가 중단되었다. 

Paclitaxel이 너무 미량 분리되는 것이 원인이었다. 수령이 100년 정도 되는 나무 한 그루의 껍질을 다 벗겨도 약 80mg 정도밖에 얻을 수 없었다. 산림의 황폐화를 초래할 수 있어 환경보호론자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약물의 작용기전을 밝힐 수 없었던 것이다. 효과발현의 작용기전이 포함된 효력시험자료를 마련할 수 없었다. 

1979년 paclitaxel이 세포 내 미세소관의 분해를 방해하여 암세포가 죽는다는 것을 Susan Horwitz 박사가 밝히자 바로 비임상시험을 착수하였다. 5 1983년에 효력시험 등의 비임상시험자료를 첨부하여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고, 1993년 난소암에 효과가 있음을 증명하여 신약으로 허가를 받았다. 지금은 허가 범위가 확대되어 유방암, 폐암, 위암에도 처방되고 있다. 6

1) Neil Vargesson, Thalidomide-induced limb defects: resolving a 50-year-old puzzle, BioEssays 31: 1327–1336, 2009.  
2) Bara Fintel, Athena T. Samaras, Edson Carias, THALIDOMIDE TRAGEDY: LESSONS FOR DRUG SAFETY AND REGULATION (Jul 28, 2009).  
3) Butler Snow LLP, Development of the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JDSUPRA.com (May 29, 2020)  
4) Wallace F. Janssen, The Story of the Laws Behind the Labels, FDA Consumer magazine (June 1981).
5) Tinsley H. Davis, Profile of Susan Band Horwitz, PNAS 103(27) 10163-10165 (July 5, 2006).
6) Dr. Susan Horwitz' Discovery of How Taxol Works Is Focus of Cover Story & Award Nomination, www.einstein.org (May 2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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