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받은 의약품은 미생...전문가 손길로 안전하게 쓸 뿐
제약사, 치료에 올바로 쓰이도록 정보 생성, 공유의 주체

허가를 받아 탄생한 신약(新藥)은 의약품 자격을 갖췄으되, 엄밀한 의미에서 미생이다. 임상시험 등 매우 제한된 조건을 만족시킨 신약은 의료현장에서 의사, 약사, 제약회사 관계자, 연구자, 환자들이 사용하면서 생산한 정보를 바탕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더 높여가며 명품 치료제로 완생되어 간다. 이 과정을 우리는 육약(育藥)이라 부르기로 한다. 육약을 향한 노력은 신약개발 못잖은 가치 있는 활동으로 제약바이오산업계 모든 관계자들의 인식 전환과 참여가 필요하다.

1. 프롤로그

코로나19 팬데믹은 삶의 질을 바닥으로 끌어내렸지만, 역설적으로 '의약품이란 무엇인지' 새겨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했다. 추상적 개념의 의약품(백신) 주권의 현실화, 중단없는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의 필요성, 질병에 대응해 새로운 의약품을 연구 개발하기 위해 헌신하는 분야별 수많은 관계자들과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열정, 도전, 성취 같은 것들 말이다.

좀더 세분해 보면 백신접종 과정에서의 부작용 논란은,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효과와 부작용을 천칭 저울에 올려 그 가치를 가늠해보는 '비의도적, 사회적 실험 현장'이나 다름 없었다. 이는 앞으로 의약품 연구개발 과정 중 임상시험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이상반응이나, 약국 진열장에 이미 놓여있는 모든 의약품의 효과와 부작용이라는 본성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세계 각 국가에서 진행하고 있는 백신 접종은 인류가 의약품(백신) 이상반응을 버리고, 집단면역이라는 혜택을 선택한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의약품은 이렇듯 이상반응과 혜택의 크기를 견준 끝에 그 존재 가치를 부여받게 된다. 백신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열 반응과 통증에 대비해 준비해 놓으라는 아세트아미노펜은 비교적 안전성이 확보된 범용 의약품이지만 몸 속에서 알코올을 만나면 악마로 변하고 만다. 인과 관계가 뚜렷한 심각한 간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집계 분석한 최근 10년간 의약품 부작용 보고현황(보고원별)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집계 분석한 최근 10년간 의약품 부작용 보고현황(보고원별)

 

모든 의약품은 100% 안전하지 않다. 안전하게 사용될 뿐

세상의 모든 의약품은 미완성으로 태어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상 화합물 신약의 경우 5000~1만개 신약 후보물질을 탐색해 비임상 단계서 250~10개가 살아남고, 임상 1상에서 9개, 임상 2상에서 5개, 임상 3상에서 2개가 생존해 최종적으로 1개가 신약으로 시판되는 확률이라고 한다. 대략 그 기간은 10년 이상 걸리며, 투입 비용만도 최소 5000억원 이상 든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공을 들여도 100%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약을 담보하지 못하니 의약품은 인류가 애지중지 잘 가꿔야 하는 소중한 건강 자산이다. 1990년대 연구자들의 가설로부터 시작된 mRNA 연구는 30년 숙성된 끝에 인류를 지키는 백신으로 태어났다.

의약품은 왜, 100% 안전할 수 없는가. 그것은 임상시험 단계에서 임상시험 대상자(건강인이나 환자)가 한정적인데다, 임상시험 조건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임상 4상으로 불리는 시판후 조사(post marketing surveillance: PMS)를 통해 제1상에서 제3상까지 임상 시험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인종간의 차이, 대상환자의 상황적 차이 등)를 확인하며 사용하게 된다. 이처럼 신약은 허가 받은 것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 성장 과정을 거친다. 이름하여 育藥이자, 인큐베이팅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작년 11월 토브라마이신 단일제 42개 품목에 대해 ▲아나필락시스 반응 ▲스티븐스존슨증후군, 다형 홍반 등 이상반응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허가 사항을 변경한 근거는 앞서 언급한 시판후 조사 결과 덕분이다. 2020년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원장 한순영)에 보고된 의약품 이상사례 보고 건수는 총 25만9089건에 달한다. 한국 자료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등 외국에서 시판후 조사를 FDA가 반영하면 이를 우리나라 식약처가 판단해 인용하기도 한다. 의약사들에게 종종 배포되는 '의약품 안전성 서한'이 이 맥락에 의존한 조치다.

의약품안전관리원의 이상사례 보고(25만9089)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제약업체 6만1770건 △지역센터 18만4861건 △병·의원 1만896건 △약국 8건 △보건소 4건 △소비자(환자 등) 35건 △기타(소비자 단체 등) 1515건이었다. 지역센터는 지역 거점으로 지정된 의료기관 또는 약물감시 관련 기관(단체)으로 의약품 이상사례 관련 수집·상담, 인과성 평가, 교육·홍보 등을 수행하는 곳이다.

 

출처 : KRPIA가 2017년 3월 발간한 신약의 가치 관련 자료
출처 : KRPIA가 2017년 3월 발간한 신약의 가치 관련 자료

 

또다른 질병치료제로 진화하는 의약품

의약품은 안전성 모니터링과 평가, 허가 사항 반영 등으로 지속적으로 안전을 확보해 나가기도 하지만, 효과 측면에서도 새 적응증을 확보하며 다양한 쓸모로 진화해 나간다. 예를들면 유전자재조합 성인 아토피 치료제로 허가받아 처방되던 듀피젠트의 적응증은 소아 아토피(만 6-11세)와 성인 만성 비부비동염까지 처방이 가능해졌다. 한가지 의약품의 다양한 사용인셈이다.

듀피젠트 뿐만 아니다. 듀피젠트가 아토피치료제로 각광 받으면서 이미 나와있는 린버크, 올루미언트 등 JAK억제제들도 임상 3상 결과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아토피치료제로 허가를 밟고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를 개발된 휴미라는 척추관절염, 성인 크론병, 건선, 궤양성 대장염, 베체트장염, 화농성 한선염, 포도막염으로 적응증을 넓혀가고 있다. 이와 방법론은 다르지만 고혈압+이상지질혈증과 관련한 단일제 4종의 복합제 나 병용요법 개발도 치료효과 증진을 위한 육약의 노력이다.

 

의약품을 키우는 노력, 제약사는 얼마나 하고 있나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건강보험 급여 의약품은 4348개 성분, 2만3521개 품목에 이르며, 여기에 급여되지 않는 일반의약품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은 것이 명확하다. 제약회사들은 이같은 의약품 육성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김대중 한국다이이찌산쿄 대표의 기준에 맞춰 살펴보면 좋을 듯하다. 그는 "의약품 라이프 사이클을 ①약의 연구 개발 ②제약(Manufacturing) ③환자에게 처방과 투약에 이르기까지 중간 과정으로 육약(育藥)을 거쳐 완성되고, 사업화된다"고 주장한다.

이 관점으로 볼 때 바이오벤처 1500개 이상, 전통제약회사 300여개 등이 어느 때 보다 신약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으니 합격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허가받은 의약품을 품질 좋게 만드는 단계인 제약(Manufacturing)부문은 어떤가. 알다시피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허가사항과 다른 의약품 임의제조에 몇몇 제약회사들이 연루된 상황을 감안하면 낙제점이다. 어렵게 손에 쥔 허가받은 의약품에 대해 제조중지와 판매정지 처분을 받는 것은 대단한 아이러니다. 요즘 대세라는 생동시험과 임상시험 자료 허여와 위수탁제조, CSO로 얽힌 비즈니스 모델에서 의약품이란 그저  상품일 뿐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이 생성, 수집한 안전성 정보에 기댄 제네릭 의약품들은 아예 육약 활동의 대상도 못된다. 그래서인지 수십개 제네릭 의약품이 따라붙어도 리피토같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은 독야청청하다. 처방권자인 의사들을 설득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내는 제약사들은 특허만료 의약품에 대해 '이런 환자에게 이렇게 쓸 때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식의 근거중심 정보를 시판 이래 끝임없이 전달해 왔다. 이들의 조직은 정보전달이 마케팅이고, 마케팅이 육약인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들의 MSL과 MR, 마케터들은 이같은 관점에서 육성되고 활용된다. 제네릭 의약품사 MR과 이름만 같을 뿐 역할과 기능은 확연히 다르다.

의약품은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만나 치료효과를 나타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빛나는 인류에게 아주 특별한 상품이며, 수많은 연구 개발자들의 땀과 막대한 자금, 실험동물의 희생 위에서 탄생한 선물이다. 우리는 이 의약품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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