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후 '타이레놀' 홍보한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지명구매 방심했던 약국과 노마케팅 제약사 합작

타이레놀 품귀현상에 대해 약국과 제약업계가 "정부가 타이레놀만 안내했다"고 비판하지만 일각에선 "업계와 약국이 오랜 기간 타이레놀만 해열제의 브랜드가 되도록 허용했다"는 자성어린 지적이 나온다.

'얀센 영업사원처럼 군 정부의 허술함은 별건'으로 할 때, 지명구매에 대한 약국의 소극적인 대응과 제약업계의 마케팅 의지 부족이 타이레놀 품귀현상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대한약사회는 전국 약국들에게 "타이레놀 품귀현상을 진정시키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허가된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를 안내하고, 타이레놀만 복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내용의 포스터를 배포하겠다"고 1일 밝혔다.

약사회는 국민들이 타이레놀만 고집하는 상황에 대해 "어처구니없다. 약국이 곤욕을 치른다"며 "정부가 접종 초기 '타이레놀'을 직접 언급해 국민들의 해열제 선택에 혼란을 부추겼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대한약사회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제작, 배포할 예정인 포스터 (사진제공=대한약사회)
대한약사회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제작, 배포할 예정인 포스터 (사진제공=대한약사회)

약사회 반발이후 정부는 품귀현상을 진정시키기 위해 상품명 '타이레놀'이 아닌 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의 허가된 제품 복용을 안내하고 있지만, 약국들은 '백신접종 후 타이레놀 복용'이라는 국민적 인식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약국가에 따르면 일부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는 여전히 접종자에게 타이레놀 복용을 쪽지에 적어주며 권하고 있다. 접종자들이 60대 이상 노령층이기 때문에 성분명보다 '타이레놀'이 유명한 만큼 이해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현장에서는 약국과 환자가 타이레놀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경기지역 약국 A 대표 약사는 "지역에서 우리만 타이레놀 재고가 있어 급속도로 판매된다. 다른 아세트아미노펜 약을 권하면 싫다고 한다"며 "매스컴을 통해 성분명이 알려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 시도약사회는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접종자 대상 안내 시 성분명을 소개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안내되더라도 타이레놀의 인지도를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의약분업 이후 소비자의 일반약 지명구매가 굳어진 데다 국내 제약업계에 일반약 시장 공략 의지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용산지역 약국 B 대표 약사는 "정부가 아세트아미노펜 의약품중 '타이레놀'을 콕 집어 안내한 것은 잘못이지만 타이레놀은 수십년 간 해열진통제 브랜드로 주목받았으나 국내 제약사들이 타이레놀의 아성에 도전할 만큼 판매·마케팅에 적극적이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약사는 "일선 약국의 지명구매 대응 역량도 부족하다. 전문약, 일반약을 떠나 타이레놀은 물론 대체조제도 권하기 어려워한다"며 "그동안 약국이 타이레놀을 판매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니 대체재를 권할 바에야 타이레놀 재고 구비를 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약 마케팅 경험이 많은 약업계 한 인사는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정부가 특정 상품 복용만 권한 것은 품귀 첫 번째 원인이다. 다만 환자들 처방, 복용에 있어 성분명은 낯설고 상품명의 존재감은 확대돼왔다"며 "분업 이후 약국은 상품만 건네고, 상담할 의지가 없었다. 상담받지 못한 소비자는 브랜드만 신뢰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약에 대한 소비자, 약사마케팅은 커녕 시장 니치(틈새)를 파악하려는 제약사들의 의지 역시 부족했다"며 "타이레놀 품귀는 상품명으로 좌우되는 의약품 시장에서 언제든 일어날 일이다. 정부, 전문가, 제약사 모두의 숙제"라고 강조했다.

타이레놀 품귀현상은 정부를 주축으로 제약사, 약국 약사가 제품명에 앞서 '성분명에 따른 효능효과'를 알려야 해소되고 이후에 회사들이 제품 마케팅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반약 주력 제약사의 마케팅 임원은 "지금은 자사 제품 마케팅에 집중하기 보다, 성분과 함께 제품군 존재 자체를 권할 때"라며 "타이레놀이 품귀까지 되지 않도록 소비자 이해를 돕고나서 제품 마케팅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일반약도 소비재라 유명 제품이 살아남는다. 이번 품귀현상으로 상품 의존 시장의 시사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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