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바이오협회 '프레스 웨비나'서
신정섭 기자 '제약바이오 투자 동향 및 VC와 미디어의 역할' 발표

"과학적 차별성이 모든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대로 바뀌고 있습니다."

바이오의약품 산업 발전 토대가 되는 R&D에 정부투자와 민간투자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최근 국내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개발 전(前) 단계에서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나, 후단에서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민간투자의 역량을 규모 성장을 따라잡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크로젠 전략기획팀장, KB인베스트먼트 상무(CIO)를 지내며 최근 히트뉴스 바이오투자 전문기자로 활동에 나선 신정섭 기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27일 개최한 '프레스 웨비나'에서 '제약바이오 투자 동향 및 VC와 미디어의 역할'을 주제로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발자취와 향후 전략을 소개했다.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 산업

신정섭 기자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은 2000년도 게놈프로젝트 초안이 공개되면서 본격 시작됐다. 중심은 대학과 연구소로 당시 이들의 기술중심 창업이 주를 이뤘다.

신약개발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제약바이오산업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이후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은 좀처럼 활성화 되지 못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후단을 받쳐줄 제약사들이 제네릭 의약품 위주 사업에 주력하고 있어 바이오의약품 후단에 힘을 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중 위기도 찾아왔다. 2005년 겨울 대한민국에 찾아온 '황우석 사태'였다. 줄기세포 논문 조작과 연구 중 윤리의혹으로 촉발된 사태를 통해 재생의료는 긴 침체기에 들어갔고 우리나라 임상연구데이터의 신뢰도는 추락했다.

변곡점은 2015년이었다. 한미약품이 글로벌 기술이전을 연달아 체결하면서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고 일본의 마더스제도를 벤치마킹한 '기술특례상장'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삼성 등 대기업이 바이오의약품 산업에 뛰어들었고 최근에는 SK, LG, 롯데 등도 바이오의약품 산업에 합류하면서 바이오산업계는 3~4년전 부터 △과학적 발견 △기술개발 △원천기술 확보 △비임상·임상 △출시까지 가치사슬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같은 가운데 국내 벤처캐피탈(VC)에서 바이오의약품 비중도 점차 늘어갔다. 2000년 벤처캐피탈 전체에서 바이오의약품 관련산업 비중은 2%를 밑돌았지만 2013년 10%를 돌파한 후 2014년부터는 국가 주력산업 중 하나인 IT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해 왔다.

최근에는 SK바이오팜의 뇌전증신약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FDA 허가를 받고 출시되는 등, 바이오의약품 개발 전(全)단계를 정주행 한 경험이 생겼다.

 

심사역은 어떤 역할 해야하나

신 기자는 VC 심사역이 바이오의약품산업에 스태프(Staff)로서 스타트업과 자본을 이어주는 소통창구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허명세서를 중학교 2학년 수준으로도 이해할 수 있게끔 작성하듯, 기업 기술과 가치를 비전문가가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하는 것이 심사역의 주요 역할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투자심사역의 역할
바이오투자심사역의 역할

그는 "실제 최종 투자의결권을 가진 투자심의위원회는 다양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는 만큼 바이오 전문지식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심사역은 바이오산업 용어들을 최종의결권자가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번역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라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기업과 소통 역시 심사역의 중요한 역량이다. 그는 "'어떠한 기업을 만났을 때, 어떠한 질문을 던지는가'도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기업의 사업방향에 따른 심사역의 대응, 플랜B 수립과 시야를 넓혀 개별 기업들을 새롭게 엮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상상력 역시 지속적으로 갈고닦아야 하는 심사역의 역량이라고 밝혔다.

 

심사역은 어떤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하나

투자결정권자인 투자심의위원회는 심사역의 투자심사보고서, 기업의 사업보고서 및 IR 등으로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다.

투자심사보고서는 '왜 이 기업에 투자해야하나', '이 기업은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할 것인가' 등을 심사역의 투자논리를 기반으로 작성되는 문서다. 여기에는 기업의 전체적인 정책을 결정하는 경쟁자 설정과 기업의 마일스톤 달성도 등 심사역의 개인적인 기준 등도 포함된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현 상황 "진지전에서 기동전으로"

신정섭 기자는 현재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상황이 "진지전에서 기동전으로 변화했다"라고 말했다.

참호를 파고 시장의 기회가 올 때까지 버티며 기술과 역량을 갈고 닦았던 것이 진지전이었다면 최근에는 이를 활용하는 형세가 됐다는 것이다. 신 기자는 브릿지바이오의 사례를 통해 최근 바이오산업에 나타나고 있는 기동전 형태를 소개했다.

그는 "사노피아벤티스와 레고켐바이오의 간암과제로 시작한 물질이 브릿지바이오로 기술이전되면서 폐섬유증으로 타깃이 바뀌었다"며 "당시 브릿지바이오는 갈라파고스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를 목표로한 속도전에 돌입했고,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되는 사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투자관점에서 국내 바이오의약품 시장 성장전략

신정섭 기자는 바이오의약품 R&D에서 필요한 정부와 기업의 역할을 구분해야한다고 밝혔다. 탐색에서는 정부투자, 개발에서는 기업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후보물질 탐색(Target Product Profile, TPP)은 모르는 사실이나 원리를 발견하는 과정으로, 단적으로 '어디서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영역'인 셈"이라며 "기업이나 투자가 이 부분에서 이뤄지는 것 보다는 정부차원의 투자가 이뤄져야한다"라고 말했다.

후보물질 탐색 이후 개발 과정은 민간 투자가 유효하다는 것이 신 기자 입장이다. 후보물질의 약물가치가 결정됐고 이후에는 성공과 실패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전략게임에 특화된 민간기업이 나서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는 "최근 우라나라 바이오의약품 스타트업 등 비상장사의 가치는 미국 등 비상장사의 가치보다 높은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며 "과학적 차별성이 모든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대로 향하고 있는 만큼, 그에 맞는 전략을 논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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