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환자와 만나다 |
유지현 '암밍아웃' 저자

"암 환자와 암 경험자들이 자신의 병을 알리고, 서로 좋은 기운을 주고 받는 것을 권하고 싶어요. 암밍아웃이라는 책을 통해 만났고, 앞으로 이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유지현 <암밍아웃> 저자에게 난소암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일상은 흔들렸다. 가족들과 그의 일상에 변화가 찾아왔다. 

딸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면서 기뻐하는 유지현 저자. 

"성실한 간호사이자, 아이 둘의 엄마였어요. 암 진단 이후 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생겼어요. 암 진단을 받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 놓는데, 글쓰기가 제격이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글쓰기를 하면서 치유를 받았어요. 내 안의 감정을 정리할 수 있었죠. 이런 글쓰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암밍아웃> 출판 제안도 쉽게 받아 볼 수 있었죠."

동료 암 경험자에게 심리적 도움을 받은 그. 암에 걸리고 난 이후 그는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제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암에 걸리기 이전엔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림 등 취미 생활 뿐만 아니라 평일에 놀러가거나 멍 때리기, 조퇴하고 놀러가기 등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일을 하게 됐어요. 제주도에서 한달 살기도 해보고요."

'장례식' 사진 속 환하게 웃고 있는 저자의 모습.
'장례식' 사진 속 환하게 웃고 있는 저자의 모습.

암 진단을 받고 난 이후, 가족과의 일상도 달라졌다. 암으로 인해 가족들에게 부담감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과 함께 암으로 인해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몰라주는 가족들이 때론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난소암과 유방암 등 여성들이 앓는 암은 호르몬 조절로 인해 갱년기 증상이 함께 오기도 한다.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더라고요. 내가 아프다는 것을 가족들에게 내색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요. 다른 한편으로 제가 힘든 상황을 가족들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줬음 싶어요. 이 두마음이 늘 싸우다가 혼자 있을 때, 터지기도 해요. 홀로 차 안에 있으며 펑펑 울기도 했거든요. 또 호르몬 치료를 같이 하는 여성암(유방암, 난소암 등)은 갱년기 증상도 함께 오죠."

이런 심리적 어려움은 의료진보다 암을 겪는 암 환자와 암 경험자와 함께 공유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한다.

"암과 죽음을 동일시 여기는 심리적 불안감과 압박감은 누구도 해소해 줄 수 없어요. 특히 병원에서는 이런 심리적 어려움을 해소해 주기 더 어렵죠. 이럴 때 암 친구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평소에는 아픈 사람들끼리 만나서 무엇을 하냐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치유의 기운을 많이 받았어요.

암밍아웃(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리는 행위)을 하고나서 암 환자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이번 <암밍아웃> 출판에 참여하게 된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향후 암 환자들과 다양한 것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고 싶어요."

책에서 가장 인상이 남는 부분은 죽음과 맞닿은 '장례식'을 다룬 글과 사진이다. 장례식 사진을 찍으며 그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했다.

"장례식을 비롯해 죽음을 생각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어요. 장례식을 비롯해 죽음을 준비하는 유언장 작성 등 다양한 활동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어요.

막상 이런 경험을 해 보니 죽음도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준비된 죽음이라면 언제라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장례식 체험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죽음을 준비하고, 암 극복 경험을 통해 죽음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유지현 저자를 만나 암 경험을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지현 저자를 만나 암 경험을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한국의 매기센터를 짓는 것이 꿈이다. 매기센터는 영국에서 시작된 암 환자 공동체다. 단순한 치료가 아닌 암 환자와 경험자들이 모여 심리적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는 한국에도 이런 공간을 만드는 게 꿈이다.

"암 공동체의 일환인 매기센터를 만드는 것이 꿈이에요. <암밍아웃>에 참여하게 된 것도 암 환자와 경험자가 모여서 치유의 기운을 나누자는 것이었고요. <암밍아웃>이 향후 다양한 시리즈로 출판돼 암 환자들에게 희망과 치유의 기능을 했으면 좋겠어요."

<암밍아웃>은?[출처=교보문고]

2020년 봄, 아미북스는 암 경험자들의 가슴에서 건져 올린 단어들로 첫 책, 〈암밍아웃〉 제주도 편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1년간 〈암밍아웃〉을 통해 많은 암 경험자들을 글과 목소리와 얼굴로 만났고, 같이 울고, 웃고, 공감하며 〈암밍아웃〉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아미북스는 지난 1년간 많은 ‘아미’들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암밍아웃〉 서울시장 편은 그렇게 만난 아미들과의 ‘수다’에서 시작됐습니다. 금정화, 유지현, 정수빈, 이정아, 이 네 여인은 각각의 자리에서 참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그녀 자신으로, 사회의 일원으로, 누군가의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그러던 어느 날 암 환자가 되었고, 삶의 세찬 바람 앞에 휘청이기도 했지만 ‘살아 있는 한 희망이고, 또 누군가의 희망이 되고 싶다’라며 〈암밍아웃〉 두 번째 책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시장’을 무대로 담았습니다. 친정엄마의 장바구니가 그리운 딸, 살 것도 없이 시장 구석구석을 걸었던 소녀, 시장에서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는 며느리, 나를 사랑하기 위해 뒤늦게 시장을 찾은 나… 이들에게 시장은 엄마이고, 추억이고, 그리움이고, 끼니이고, 에너지였습니다. 내딛는 걸음마다 추억이 방울방울 솟아나는 시장에서 이들은 〈암밍아웃〉과 함께 또 하나의 ‘시장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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