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멘·프로기노바·안젤릭 등 하반기나 내년에 공급 재개
국내사의 제네릭 필요성 부각돼… "원료 제조원 탐색 중"

바이엘의 에스트라디올 계열 여성 갱년기 호르몬제에 대한 '장기간 품절'로 환자들과 약국은 물론 대체재를 제조하는 국내 제약사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바이엘코리아는 △프로기노바정(에스트라디올발레레이트) 1mg와 2mg △안젤릭정(드로스피레논·에스트라디올반수화물) △크리멘28정(시프로테론아세테이트·에스트라디올발레레이트) 등 4제품이 공급처인 베를린 공장의 생산 지연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공급이 지연될 예정이라고 지난 달 5일 예고했었다.

바이엘코리아의 크리멘정(왼쪽)과 프로기노바정, 안젤릭정 

약국가에는 3월부터 품절 소문이 번졌고 처방을 받아 조제하는 약국들은 재고 확보에 분주했다. 바이엘에 따르면 크리멘정과 프로기노바정1mg는 2022년 2분기, 프로기노바정2mg은 2022년 1분기, 안젤릭은 올해 10월 공급재개가 예정됐다. 바이엘 관계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비스트(UBIST) 기준 △프로기노바정 37억원 △안젤릭정 126억원 △크리멘정 35억원의 지난해 실적을 기록했다. 에스트라디올 계열 의약품은 시험관 시술 여성에게 자궁내막을 두껍게 하는 효과와 배란억제, 갱년기 여성에게 증상 완화와 더불어 에스트로겐 결핍으로 인한 골다공증 예방 목적 등으로 쓰인다.

현대약품 인디비나(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아세테이트·에스트라디올발레레이트)와 JW중외제약 페모스톤(디드게스테론·에스트라디올발레레이트), 다림바이오텍 프레다(에스트라디올반수화물)가 대체 가능한 국내사 품목이다.

하지만 바이엘 제품군 품절로 수요가 폭증하자, 제조사들 역시 생산에 급급한 상황이다. 한 업체는 보유하고 있는 원료가 수개월 내 바닥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19년 바이엘이 에스트라디올반수화물 원료 공급 중단을 예고해 바이엘에게 수년 치를 한꺼번에 구입했었던 업체는 원료 제조원을 새로 구해야 한다.

대부분의 호르몬제 시장이 바이엘 등의 수입약 위주로 편성됐다. 2010년부터 시행된 성호르몬제 시설 규제로 국내사들이 시설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국내사가 원료를 수입해 1억원 안팎으로 제품을 만들어 파는 데 그쳤다. 따라서 수입사 사정에 따라 시장 수급이 유동적일 수 있는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결합형 에스트로겐의 경우 원료가 고가다. 에스트라디올반수화물 원료는 급하게 소진돼 신규 제조원을 추가할 예정이지만 올해 안에 될지 미지수"라며 "전세계적으로 품절 상황인 것 같다. 바이엘의 수급 상황이 어떤지 궁금하다. 내년이면 정상 공급이 가능할지 믿어야 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바이엘은 2019년 11월부터 프로기노바의 공급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고했으며 지난 3월 영국 폐경학회는 갱년기 치료제 수급 부족을 우려하며 자국 내 재고수량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에스트라디올 계열 여성 갱년기 호르몬제 품절이 해소되려면 국내 제약사 품목으로 시장이 다변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바이엘의 품절로 시장이 혼란스러울 만큼 독점인 데다 정상공급 시기도 내년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성호르몬제 생산시설을 갖춘 제약사는 △지엘파마 △다림바이오텍 △명문제약 등 3곳 뿐이지만 명문제약도 자사 품목을 소량 생산하는데 그친다. 지엘파마와 다림바이오텍 관계자들은 바이엘의 품목의 품절로 인해 제네릭 개발 필요성을 체감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부인과 인근 약국 대표 약사들은 "호르몬제 사입관리는 품절과 입고지연과의 싸움"이라고 불만을 드러내며 바이엘 품목의 품절 장기화를 우려했다.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유통업체에 연락하고 환자들의 짜증을 받아주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의 산부인과 인근 약국 대표약사는 "바이엘의 품목 뿐 아니라 듀아비브도 지난해 5월 불량으로 인한 회수 후 현재까지 품절이다. 바이엘은 소량씩이라도 공급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 물량이 동나면 내년 1분기까지 약을 못 구한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호르몬제는 본인에게 맞는 약을 먹어야 하는 데다 환자들은 약이 있는 약국을 찾아가야 한다. 불편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한 달 후에는 약국에 왜 약이 없냐는 볼멘소리를 들을 게 뻔하다. 간절히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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