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안전한 약은 없다, 안전하게 사용할 뿐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든 약물은 안전할 것이라고 믿는 것과 달리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성분제제)부터 코로나19 백신까지 이 세상에 100% 안전한 의약품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백신을 접종한 뒤 두드러기가 발생하거나, 소화제를 복용하고 두통이 생기거나, 혈압약을 복용한 뒤 어지럼증이 발생하거나, 파스를 붙이고 난 자리에 피부 발진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오죽하면 스위스 의화학자인 파라셀수스(1493~1541)는 "모든 물질에는 독성이 있으며, 독이 아닌 것은 없다. 독이냐, 약이냐는 단지 적은가, 많은가의 차이일 뿐이다"고하면서 약물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경계했을까.

실제 위에서 언급한 부작용들은 애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임신부 입덧치료제로 각광 받으며 세상에 나왔던 탈리도마이드는 사지가 없는 기형아 출산이라는 심각한 약물부작용으로 시장에서 퇴출(1961년)된 의약품의 고전이며, 이후 프레팔시드로 알려졌던 소화기관 약물 시사프라이드, 콘택600의 성분이었던 감기약 페닐프로파놀아민(PPA), 리덕틸로 잘 알려진 비만치료제 시부트라민 등도 판매가 중단됐다. 의약품에 관한한 세계의 경찰이라할만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문턱을 넘어 주목받았던 신약들 가운데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돼 시장에서 사라진 품목은 20개 정도된다.  

그렇다면 의구심이 든다. 왜, 허가 당시부터 불완전한 의약품을 걸러낼 수 없을까?  이는 과학적 검증의 불완전함에서 비롯되는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회피하기 어렵다. 통상 어떤 질환에 대해 신약후보 물질을 발견하게되면 실험실 내 시험, 동물실험, 통상 3단계의 임상시험을 통해 약물후보가 인체에서 안전하면서 효과가 있는지 검증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이같은 임상시험은 한정된 숫자의 임상시험 참여자(임상시험대상자), 짧은 관찰기간, 임상대상자 식이조절, 선택적인 임상시험대상자 선정(임산부, 노인, 어린이, 기저질환자 등 제외), 인종적 차이 등에서 이미 문제의 소지를 품게 되는 것이다. 과학적 입증을 위한 최소 단위의 시험이 임상시험이다. 

이처럼 잠재적 리스크를 내포한 의약품을 의료현장에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히 이 약의 효용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리스크와 베네핏을 저울에 올려놓고 무게를 재 베네핏이 크다고 판단하게되면 이 약은 생명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세상에 안전한 의약품은 없으며, 안전하게 사용할 뿐이라는 것이다.  의약품 설명서를 본적이 있다면 효능효과는 달랑 한 두줄인데 비해 사용상 주의사항은 앞뒤로 빼곡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용상 주의사항은 임상시험에서 밝혀진 내용부터 임상시험에서 미처 밝히지 못했지만 가능성있는 리스크를 기술해 놓은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의약품을 우리는 의사와 약사와 같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질병치료제로 쓰게된다. 
   
의약품은 시판이후도 관찰대상이다. 임상시험을 통해 세상에 나온 의약품이 안전한 것인지 이 의약품 개발 주체인 제약회사는 물론 의사와 약사, 심지어 소비자까지 시판 후 조사에 참여하게 된다. 심각한 약물의 유해반응이 있는지를 관찰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의약품안전관리원이 주축이 돼 이같은 정보를 수집해 분석한다. 분석한 자료가 약물 인과성 유해작용이 심각하다면 허가 취소에까지 이르게 되며, 전문가 관리아래 사용가능한 정도라면 의약품 허가사항(대개 사용설명서에 반영)에 반영해 의사와 약사들이 약물사용시 주의하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통상 우리들은 의약품을 복용하거나 접종한 뒤 부작용(Side Effect)이 생겼다고 말하지만, 부작용은 더 세분화된다.

흔히 부작용(SE)이라는 것은 정상적인 처방, 조제, 투약 후 발생하는 모든 의도되지 않은 효과로 정의된다. 다시 SE 안에는 유해사례(Adverse Event)라고 있는데 AE는 약물 사용 중 발생한 바람직하지 않고 의도되지 않은 징후, 증상 또는 질병을 말한다. 일반인들이 뭉뚱그려 말하는 부작용이기도 한 약물유해반응(Adverse Drug Reaction)은 유해사례(AE) 중 의약품과 인과관계를 배제할 수 없는 경우를 이른다. 이같은 거울에 최근 백신관련 언론보도 행태를 비춰보자. 예를들어 ‘ㅇㅇ백신 맞은 40대 혈전으로 사지마비’와 같은 제목의 보도는 ADR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누가 백신과 사지마비의 인과관계를 검증했나. 기자 직감으로? 아니면 제목은 원래 '선정적이어야' 하니까?

맥락이 조금 다르지만 백신은 우리 사회의 공공재다. 그러니 공익을 추구한다는 언론이라면 백신을 아주 소중하게 다뤄야 할 책무가 있다. 작년 가을 독감백신의 부작용(AE, ADR 포함)이 지나치게 강조돼 보도됨으로써 백신접종률이 예년보다 크게 떨여졌다고 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해서도 독감백신 보도에서 나타났던 언론의 과도한 활약상이 오버랩되고 있다. 백신의 미덕은 집단면역이며, 공존공영의 밑바탕이다. 집단면역은 더 많은 사람이 백신을 접종할 때 더 빠르게 획득 가능한 것인데, 검증되지 않은 보도로 백신 맞는 것을 두렵게 만드는 행위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프리를 염원하는 인류에 대한 죄악이다. 신약이든, 백신이든 세상에 100% 안전한 의약품은 없으며, 안전하게 사용될 뿐이다. 언론종사자들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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