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환자와 만나다|
암젠이 개발한 KRAS 억제제 폐암 약 ‘소토라십’ 살펴보기

EGFR 유전자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억제제인 타그리소(오시머티닙)과 렉라자(레이저티닙). ALK 유전자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억제제인 알레센자(알렉티닙)와 알룬브릭(브리가티닙)이 등장하면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분야에서 다양한 치료 옵션이 등장했습니다.

여기에 KRAS 유전자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가 개발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향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의 선택지가 하나 더 추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인공이 암젠이 개발 중이 '소토라십'입니다. 히트뉴스는 KRAS 억제제 개념을 살펴봅니다.

 

폐암 뿐만 아니라 대장암, 췌장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발견되는 KRAS

KRAS 유전자는 세포의 분화, 증식 및 생존과 관련된 신호전달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GTP의 효소 단백질에 관여하는 물질입니다.(학창시절 DNA → RNA → 단백질로 이어지던 센트럴 도그마 기억하시죠? 쉽게 말해 유전자(RNA 혹은 DNA)는 단백질 생성에 관여합니다.) RAS 유전자 패밀리에 속하는 KRAS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종양(암)을 일으키는 첫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RAS 유전자 변이가 종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발견은 약 40여년이 됐습니다. 특히 비소세포폐암, 전이성 대장암, 췌장암 등에서 자주 발견됩니다. 이러한 종양과 연관성이 깊다는 연구 결과는 오래 전에 알려졌지만, 이를 활용해 약으로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자세한 이유는 뒷 부분에서 더 설명드리겠습니다.

비소세포폐암만 살펴보면 KRAS 유전자 변이는 전체 환자의 약 25%를 차지합니다. 아시아 환자는 서양 환자에 비해 그 빈도가 낮은데요, 아시아 환자의 약 10~15% 환자가 KRAS 변이를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서양인은 약 20~25%를 차지합니다.

또한 폐암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고된 흡연의 경우 KRAS 돌연변이와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흡연을 자주 하는 환자는 흡연 경험이 없는 환자보다 KRAS 유전자 변이가 약 33%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KRAS 억제 기전을 가진 치료제 개발은 왜 어려웠을까?

KRAS 단백질의 구조 살펴보기

KRAS 유전자 변이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KRAS 유전자는 변이의 유형과 특징에 따라 세분화 해서 볼 수 있는데요, 이 중에서 최근 암젠이 개발 중인 소토라십이 타깃으로 하고 있는 KRAS G12 유전자 변이에 대해서 더 살펴보겠습니다.

KRAS G12는 글리신(아미노산의 한 종류로, 단백질의 구성하는 기본 단위입니다.)의 정보를 가지는 12번 유전자 변이입니다. 이 변이는 KRAS 유전자의 약 44%를 차지하며, G12C는 글리신(G)이 시스테인(C)으로 변환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원래 글리신이어야 하는 것이 시스테인으로 변이가 일어나면, KRAS 유전자 변이로 종양세포의 복제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됩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결국 암이 발생하게 됩니다. KRAS G12C 변이는 주로 폐암과 직장암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보통 KRAS G12C 변이를 가진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표준 치료법에 내성을 가지기 쉽습니다. 특히 2, 3차 치료에서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진행형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전체 생존율 중앙값(mOS)을 비교한 결과, KRAS G12C 유전자 변이 환자의 mOS는 6.4개월로, 정상 유전자를 가진 환자 16.1개월과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 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미충족 수요가 높은 KRAS 억제제 개발은 왜 늦어졌을까요? KRAS 단백질은 세포 단위에서 신호를 전달할 때, 성장인자(GTP)와 결합해 암세포의 성장을 돕습니다. 그렇다면 KRAS 돌연변이 단백질 생성을 억제해, 궁극적으로 암세포 성장을 막기 위해선 KRAS와 GTP의 결합을 막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KRAS 억제 기전을 가진 항암제는 KRAS 돌연변이 단백질과 GTP 결합을 막으면 됩니다. 하지만 KRAS 단백질과 GTP의 친화력을 매우 높고, 정상 KRAS 유전자로 생성된 KRAS 단백질과 돌연변이 KRAS G12C가 만들어진 단백질 간의 구조적 차이를 규명하기란 쉽지 않아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KRAS 돌연변이는 종양세포의 성장과 생존에 영향을 미칩니다.[출처=암젠 홈페이지]
KRAS 돌연변이는 종양세포의 성장과 생존에 영향을 미칩니다.[출처=암젠 홈페이지]

 

KRAS 억제제 치료제 승인으로 기대받고 있는 소토라십은

2013년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의 케벤 쇼캇 연구진은 KRAS G12C의 스위치(Switch) II 근처에 있는 G12C의 시스테인 부분의 공유결합을 억제하는 물질(covalent inhibitor)과 결합하는 새로운 주머니를 발견했습니다. 이 주머니는 KRAS G12C 유전자 변이가 이러안 KRAS 단백질의 형태에서만 발견됐는데요, 이 주머니의 발견으로 KRAS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후 암젠은 스위치(Switch) II 근처에 특정구조를 가진 새로운 주머니 P2를 발견했습니다. 이를 통해 암젠은 KRAS 억제제 간 결합 친화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을 규명한 뒤, 치료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1월 암젠은 세계폐암학회(IASLC)에서 소토라십의 2상(CodeBreaK 100) 코흐트 를 발표하면, 개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CodeBreaK 100 연구는 KRAS G12C 변이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소토라십'의 용량 결정 및 안전성, 효능 등을 평가한 1/2상 임상연구입니다. 과거 암젠은 1상 연구에서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소토라십 960mg 1일 1회 경구용법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2상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데이터는 126명의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포함된 2상 코호트 중간 결과로, 1년 이상의 추적관찰 기간(중앙값) 동안 보여준 객관적반응률(ORR) 및 질병조절률(DCR) 등이 공개됐습니다.

폐암 환자 126명은 모두 KRAS G12C 변이를 가진 국소진행성 혹은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였습니다. 특히 81%의 환자들은 선행된 백금 기반 화학요법과 PD-L1 면역관문억제제 사용에도 질병 질행을 경험했으며, 이들 환자들에서 1차 평가변수는 독립된 검토기관에 의해 평가된 객관적반응률(ORR)이었다.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124명의 환자에서 나타난 ORR은 37.1%였으며, DCR은 80.6%였습니다.

향후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암젠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허가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암젠코리아 역시 본사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빠른 속도로 국내에 도입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