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유통구조 뒤흔들 키워드, 법원이 내릴 최종 입장에 귀추

  • 제약사와 의약품 도매업체 간의 관습적인 거래였던 매출할인을 불법 리베이트 수단으로 보는 사법부의 판단에 제약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도매상이 매출할인(판매장려금, 단가할인)을 활용해 만든 자금을 병원 등에 제공한 사례가 적발된 바 있다.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는 도매상 등에 의약품 판매를 조건으로 사후적으로 지급하는 판매장려금, 단가할인 등 의약품 판매출하 후 의약품 단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도 공급내역 보고에 포함하라는 방안을 제시했다.
  • 최근에는 법원이 도매상을 제약사의 위탁매매로 간주해 제약사 직원을 업무상 횡령죄로 인정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도매상의 지위가 제약사의 위탁매매인으로 바뀐다면 업계에 혼란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많아지고 있다.

지난 18일 제약바이오협회가 주최한 '2018년 하반기 제약산업 윤리경영 워크숍'에서는 의약품 거래 환경에 대한 새로운 법률적 해석에 대한 관심과 우려의 목소리가 여러차례 나왔다.

박성민 HnL법무법인 변호사

박성민 HnL법무법인 변호사는 "의약품 도매상을 제약사의 '위탁매매인'으로 보고, 매출할인을 통한 도매상의 리베이트가 제약사의 책임으로 돌아가는 것은 기존 법률과 괴리가 있다"며 "이 판단이 대법에서 확정될 경우 현재까지 정립된 의약품 유통 구조의 바탕이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판결에서 도매상과 제약사 사이 거래를 위탁매매로 인정한 이유는 "제약사와 도매상 사이의 계약에 도매상의 선관주의 의무 조항이 있고 도매상이 공급받은 의약품에 대해 소유권 유보조항이 있다"로, 위탁매매인으로 본 것.

박 변호사는 "소유권유보 조항이나 선관의무 조항은 거의 모든 제약사-도매상의 계약서에 들어 있고 약가 인하 시 제약사가 인하된 약가의 차액 전부 또는 일부를 도매상에게 보전하거나 반품 처리하는 것, 금융할인비용 지급 역시 거의 모든 거래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런 사정을 위탁매매로 인정하면 국내 대부분의 제약사와 도매상의 거래를 위탁매매로 봐야 하는데,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도매상이 위탁매매인이라면 제약사와 도매상 간 공정거래법상의 재판매유지행위 조항이 적용되지 않게 된다. 

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사업자가 상품 또는 용역을 거래해, 거래상대방인 사업자 또는 그 다음 거래단계별 사업자에 대해 거래가격을 정해 그 가격대로 판매 또는 제공할 것을 강제하거나 이를 위해 규약을 붙여 거래하는 행위다.

박 변호사는 "제약사가 도매상에 대해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한 것이 과거 문제 됐을때, 제약사 중에는 도매상과의 거래가 위탁매매 또는 위임에 근거한 계약이라고 주장한 적 있으나 공정거래위원회나 법원이 그 주장을 인정해준 것은 없다고 파악했다"고 말했다.
 
도매상이 위탁매매인으로 인정된다면 "업계는 직거래 비중을 늘리거나 도매상으로 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제품 보관 방법의 차이, 지역적 차이, 시장비율, 약가 차이 등을 고려해 업계에서 적정 매출할인율이나 도매마진율의 기준을 정할 수 있는데,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강한철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그러나 요양기관이 도매상을 운영해 수익을 얻는 것은 의약품 마진을 얻는 것과 도매상의 선납 리베이트 문제처럼 부정적인 의미의 전납도매상은 근절돼야 하며, 매출할인이 실거래가 할인이 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강한철 김앤장 변호사도 "별다른 문제 인식 없이 통상 관행으로 인식하고 업무를 처리했음에도, 사후에 적발돼 문제되는 사례가 점증하는 추세"라며 "최근 리베이트 수사동향과 유통 투명화 정책"을 통해 "전납도매에 사후마진할인을 제공하는 것이 위험해져 관련자들이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도매상 등에 사후 지급하는 판매장려금, 단가할인 등 의약품 판매출하 후 의약품 단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도 의약품 공급내역 보고에 포함하도록 권고되고 있다며, 컴플라이언스 (Compliance, CP)의 역할을 강조했다.

따라서, 사후 매출할인 실태를 파악하고 적정성을 검토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제약사는 도매상에 대한 마진 제공 수준의 정당성과 마진율 결정이 어떠했는지에 대해 확인해야 한다.

강한철 변호사는 "Compliance Officer로서 해야 할 역할과 노력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영진에게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으므로 엄격한 내부 통제와 모니터링이 있어야 하고, 부정징후 포착을 넘어, 개인정보보호·채용비리·출연적정성 등 다양한 법적 영역에 대한 규제 준수 평가와 분석이 요구된다. 아울러, 규제동향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신제은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사무관

한편, 보건복지부는 통상적 상거래 상의 매출할인은 리베이트가 아니다. 매출할인 자금이 리베이트로 활용될 가능성으로 규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그 자금이 의료인 등에 대한 판매촉진을 위한 목적으로 제공되면 리베이트라고 판단했다.

이날 포럼에는 약무정책과 신제은 사무관이 참석해 "도매상들도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대상이다. 제약사가 도매에 영업을 맡겼어도 그 과정에서 생긴 경제적 이익 부분은 작성해야 한다. 그런데 의약품 도매상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제약사들은 도매상이 지출보고서 작성 등 법 위반사항이 없는지 확인해서 추후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게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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