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욱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회장
"혁신신약에 적절한 가격이 주어져야 지속적인 연구개발 가능"

"(고가의) 유전자·세포 치료를 받았을 때, 완전히 치료가 된다면 이 약제의 급여모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환자에게 좋은 소식이지만, 전례없는 기술의 발전을 현 급여제도에 담아내기 위한 새로운 급여모델 도입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암종에 처방할 수 있는 면역항암제, 억대 치료제 시대를 연 유전자·세포 치료제.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 기술 덕분에 새로운 치료제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환자들에게 반가운 일이지만, 실패 확률이 높은 약 개발 분야에서 어렵게 탄생한 신약의 가격은 높을 수 밖에 없다. 한정된 재정 내에서 국민에게 급여 혜택을 줘야 하는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신약 급여모델을 적극 제안하겠다고 한다. 히트뉴스는 지난 2월 취임한 오동욱 KRPIA 회장을 만나 신약 급여모델부터 향후 KRPIA 방향성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히트뉴스는 지난 2월 취임한 오동욱 KRPIA 회장을 만나 신약 급여모델부터 향후 KRPIA 방향성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히트뉴스는 지난 2월 취임한 오동욱 KRPIA 회장을 만나 신약 급여모델부터 향후 KRPIA 방향성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1. 초고가 신약 등 약가 제도-"신약 담을 수 있는 새로운 급여모델 고민 필요"

KRPIA 회원사가 현행 국내 제도로는 담을 수 없을 만한 첨단 약들을 도입하거나 준비 중입니다. 이런 첨단약들에 대해 어떻게 방향성을 잡고 있나요? 정부와 구체적으로 논의 중인 내용이 있나요?

"관건은 과거의 급여모델로 이러한 첨단혁신치료제를 담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혈우병 환자 예를 보면, 1년에 급여 약제비가 현재 거의 1~2억원 하는데 이 환자의 기대수명이 수십 년이라고 하면 수십억이 되는 비용이 필요합니다.

반면 유전자-세포 치료를 받았을 때 완전히 치료가 된다면, 이 약제에 대한 급여모델은 어떻게 책정을 해야 할까요? 환자에겐 굉장한 좋은 소식이기도 하지만 전례 없는 기술의 발전이다 보니까 이것을 제도와 정책에서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자금조달방법, 급여모델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같이 모여서 이러한 획기적인 첨단치료제에 대해 환자가 치료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측에서 유연한 사고를 갖고 적극적으로 급여화 방법에 대한 적절한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와 논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 현 단계에서 '어떤 모델로 우리가 가야 한다'고 확정하기에는 시기상조입니다. 전례가 없다 보니 앞으로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선진국 및 해외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시작한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하거나 우리나라 고유 특성에 맞는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도 필요합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단순히 약값이 단기간에 비싸게 많이 든다거나 건보재정을 축낸다는 등의 접근보다는, 약을 정말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어떤 기간 동안 적절하게 쓸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하는 급여모델을 강구해 내는 것이 보험재정의 진정한 의미와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협회에서도 적극 논의에 참여하고 많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미국이나 중국 등 한국 약가가 참조되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제도가 투명해서 국내 약가를 참조하게 되는데, 이의 여파로 공급이 어려워지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약값을 무조건 낮게 내놓고 등재를 하면 좋을 것 같지만, 반대로 완전히 출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즉, 참조가격제로 인해 우리나라에 도입이 늦어지는 코리아패싱 현상이 굉장히 우려됩니다."

 

최근 신약 급여 등재가 많아졌지만, 급여 확대는 지지부진한 측면도 있습니다. 이런 현안에 대한 입장이 있나요?

"이처럼 어려운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정부에서 도입한 위험분담제 (RSA)같이 좋은 제도들은 저희 협회에서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현재 적용대상 약제군이 제한되어 있는데 조금 더 유연하게 확대를 하고 다양한 모델을 통해서 보다 많은 약제들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지속적인 지원도 필요합니다.

정부가 건전한 보험재정을 유지하면서 혁신신약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는 것은 것 매우 의미있는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약회사의 입장을 말씀드리자면, 혁신신약에 적절한 가격이 주어져야 향후에도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이 가능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쪽 일방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다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강구해 보자는 말씀을 드립니다."

 

건보공단이 경평면제약제에 대해서 사후평가할 때 리얼월드근거(RWE)를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리얼월드데이터나 리얼월드 에비던스 같은 경우 학계에서도 산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협회 입장은 무엇인가요?

"최근 경평지침 개정과 관련하여, 할인율 개정과 3년으로 개정주기를 명확히 한 부분은 긍정적인 개선이라고 평가합니다. 리월월드데이터 적용은 업계와 정부 논의가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관련하여 어떤 방법론을 사용하고, 어떤 데이터를 누가 검토해서 평가할 것인가 등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는 상황입니다.

방향성 그 자체는 맞다고 봅니다. 전례가 없기 때문에 정부와 협회같은 유관단체,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모여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업계의 의견도 듣고 같이 만들어가는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 이해관계자의 논의를 거쳐 방법, 데이터 시기 등과 과련된 부분들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결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라서 협회에서는 지속적으로 정부와 대화를 통해서 시스템을 마련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2.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에서의 KRPIA 

우리나라 3상 임상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제휴도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기초 임상에 대한 교류가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따릅니다. 

"협회 차원에서도 국내 임상유치 및 투자, 그리고 고부가가치인 1, 2상 투자추세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 매년 협회에서 진행하는 R&D 투자현황 조사를 보면, 전체규모 뿐만 아니라 기초연구 분야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초기임상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하고, 회원사에게도 공유하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협회에서도 기초임상 투자확대를 기대하고 있고, 향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바이오벤처들이나 스타트업들의 기업윤리체계가 미흡해 시행착오도 나타납니다.

"화이자 같은 글로벌 회사들도 역사가 170년이 됐지만 초창기에는 여러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면서, 오랜 시간을 거쳐 발전하며 오늘날의 체계를 갖췄습니다. 대표적으로 신약개발 과대포장, 실패 고지의 지연 등은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로 올 것이고,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 마련을 위해서는 모니터링 체계와 함께 자율적인 준수가 필요합니다.

특히 시스템이 아무리 잘 갖춰져도 100% 방지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진이나 직원들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고 실천하는 부분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임직원들의 도덕적 기준이 있어야 하고, 또 이것을 적절하게 견제와 감시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잘 마련되면 앞으로 지속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

 

국내 업계 바이오벤처 혹은 제약업계와 협업하는 오픈이노베이션 모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KRPIA는 제약바이오협회와 5~6년 전에 KPAC을 몇 년간 공동 개최하면서 오픈이노베이션 협력 분위기 조성 및 상생 협력 기반 마련 등을 비롯해 협력 노력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제약기업 및 국내 제약기업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본사 핵심임원이 방한하여 국내사들과의 접촉면을 많이 늘리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이제 오픈 이노베이션 분위기가 많이 안착되어 개별회사 단위에서 활발히 진행이 되고 있어서 기술수출이나 오픈이노베이션 협력 소식을 듣는 것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내 제약사 또는 벤처사와 유망후보 물질을 글로벌 본사에 연결해서 초기단계부터 개발에 투자하는 협업사례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한국 기초과학이나 임상능력을 봤을 때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국가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점진적으로 능력자산을 쌓아가면서 머지 않은 미래에 글로벌 리딩 회사가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협회 차원에서 회원사들의 이러한 오픈 이노베이션 협력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독려하고 있으며, 또 제도적으로 우리가 공통적으로 힘을 모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정부에 전달하여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KRPIA가 최우선으로 해결해 가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요?

"혁신적인 신약의 도입을 위한 약가 정책과 관련된 부분이 있는데, 제도적인 부분, 허가, 유통, 도입과 관련된 여러 제도들을 투명성 있고 합리적으로,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중심과제입니다. 구체적으로 위험분담제 같은 좋은 제도를 어떻게 하면 보다 유연하게 확대할 수 있는지 모색할 것입니다.

또한 경평면제의 경우 적용범위, 방법론, 리얼월드 데이터 등에서 합리적인 방법 모색 등이 상대적으로 급한 사안입니다. 급여가 안되어서 신약도입이 5년, 10년 늦어지는데 결국은 환자에게 손해이고 국가에게도 손해인데 급여를 앞당기기 위해서 제도적 개선사항 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환자들한테 좋은 약들이 빨리 공급되고 혜택을 받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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