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허가 받는 등 사후조치 완벽해야 잠정중지 조치 해제
제약업계에 충격파 · 식약처는 불시 점검체계 지속 운영

바이넥스와 비보존 제약에 이어 종근당도 허가 사항과 다르게 의약품을 제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약업계가 초긴장하고 있다. 

또 종근당은 기업 이미지 실추는 물론, 과실에 따른 매출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 제조업체 특별불시 점검 결과, 종근당에서 △변경허가를 받지 않은 채 첨가제 임의 사용 △제조기록서 거짓 이중작성·폐기 △제조 방법 미변경 △원료 사용량 임의 증감 등 약사법 위반 사항이 확인돼 제조(수탁 제조 포함)한 9개 품목에 대해 지난 21일 잠정 제조·판매 중지 등 조치했다.

해당 품목 중 △데파스정0.25밀리그램(우울증 치료제) △베자립정(이상지질혈증 치료제) △프리그렐정(항혈전제) △리피로우(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칸데모어플러스정16/12.5밀리그램(고혈압 복합제) △타무날캡슐(과민성방광 치료제) 등은 종근당 자사제조 품목이다.

또한 △유리토스정(과민성방광 치료제, LG화학) △네오칸데플러스정(고혈압 복합제, GC녹십자) △타임알캡슐(과민성방광 치료제, 경보제약)은 해당 제약사 의뢰에 종근당이 수탁 제조한 품목이다. 

의약품 시장조사데이터 유비스트(UBIST)에 따르면 종근당 자사 제조 6품목은 2019년 690억원, 지난해 706억 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프리그렐정과 리피로우10mg는 종근당 자체 염 변경 개량신약들로 2019년부터 200~300억원의 실적을 이어왔다. 

종근당 항혈소판제 프리그렐정과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리피로우정10mg
종근당 항혈소판제 프리그렐정과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리피로우정10mg

프리그렐은 단일 성분 항혈전제 중 실적 5위를, 리피로우는 타 용량 품목까지 모아 513억원의 제품군으로 스타틴 단일제 시장 4위를 기록해 왔다.

하지만 자사 과실로 인한 잠정 제조·판매 중단 조치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프리그렐 대체재는 오리지널 '플라빅스'나 제네릭 '플래리스' 그리고 염 변경이나 다른 계열 약물 등 다양하며, 리피로우 또한 스타틴 단일제로 대체할 수 있다.

종근당 잠정 제조·판매 중지 대상품목 및 대체재 원외처방실적
종근당 잠정 제조·판매 중지 대상품목 및 대체재 원외처방실적

서울 영등포구의 A 대학병원 문전약국 대표 약사는 "도매를 통해 프리그렐 등 종근당 품목 출하중단 사실만 접했다. 영문도 모른 채 기사를 보고 알았는데, 병원 약제부에서는 플라빅스, 플래리스로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 B 의약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종근당은 회사 방침이 나오는 대로 안내하겠다는 입장이다. 500억 원 품목군이라고 봤는데 700억 원까지 집계된다면, 잠정 조치 해제 전까지 종근당은 손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종근당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잠정 제조 및 판매 중지 명령을 받았으나, 잠정적으로 향후 제조 및 판매 중지 기간 등과 관련한 확정, 명령 수령 시 즉시 알리겠다"고 21일 공시했다.

식약처는 "해당 품목들의 잠정 제조 및 판매 중단조치는 변경허가, 회수 등을 종근당이 한 후에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종근당이 임의 제조 사후 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향후 판매 중단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잘못된 점을 철저히 개선하겠다"고 답변했다. 업계는 바이넥스 사태로 공론화가 시작돼 자칫 '불법 제조'가 만연하다고 비치는 것 아닐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식약처는 "일부 업체들의 불법행위 배경은 변경허가에 따른 소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의도, 위반해도 약사감시만 피하면 된다는 내부인식으로 추정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지난달 의약품 제조소 30개소를 긴급 특별점검했고 이달 의약품 제조소 4개소의 점검 결과 종근당 1개소에서만 바이넥스와 비보존 제약 등의 유사 위반 사례가 확인된 점을 고려할 때 제약업계 전반에 걸친 문제는 아닌 것으로 식약처는 판단하고 있다. 다만 상시 불시 점검 체계를 계속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법 위반 행위지만 첨가제 임의첨가는 관행처럼 이뤄졌다. 타정이 잘 안 될 때 첨가제를 함유했다"며 "개선하려면 공장 설비를 바꿔야 하는데 회사 차원에서는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미뤘다. 바이넥스 사태 이후 속속 다른 사례가 밝혀질 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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