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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킴리아 작동원리부터 건보지원 고민까지

"(킴리아는) 이미 2번 이상 치료와 이식에 실패해 기대 여명이 3~6개월에 불과한 재발성∙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환자들에게 단 1회 치료로 완전 관해에 도달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킴리아는 생존기간 향상뿐 아니라 1회 치료로 환자의 병원 방문을 줄여 환자와 다른 가족 구성원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윤성수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처음 CAR-T 임상에 참여했던 미국의 소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LL) 환자는 치료 후 현재까지 8년간 완전 관해 상태를 유지해 학교를 다니며 평범한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국내 재발성∙불응성 ALL 환자는 극히 드물지만 매년 발생하는 이 소수의 어린 환자들은 생명을 두고 사투를 벌이는 만큼 신속한 킴리아 치료가 가능한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 제약사, 의료계가 함께 노력해 한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나오길 기대합니다."(유철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소아혈액종양과 교수)

국내 환자들도 드디어 개인 맞춤형 CAR-T 치료제 킴리아(티사젠렉류셀)로 혈액암 치료가 가능해 졌습니다. 키트루다 등 면역관문억제제만큼 항암제 분야에서 새로운 기전으로 혈액암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부상하고 있는 킴리아 허가 소식과 함께 윤성수 서울대학교 혈액종양내과 교수와 유철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소아혈액종양과 교수는 환자들에게 큰 혜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킴리아는 지난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과 ▲25세 이하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pALL)에 대해서 허가를 받았습니다. 히트뉴스는 환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킴리아를 투약받을 수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킴리아는 환자의 혈액에서 채취한 T세포를 조작해(전문용어로 유전자 공정이라고 표현합니다.^^) 환자의 몸에 이 세포를 주입합니다. 조작된 T세포는 환자 몸 속의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습니다. 질환이 없는 사람 몸에도 T 세포는 존재하는데, T 세포의 역할은 이물질(정확하게 말하면 항원)을 인식해 이물질을 공격하게 되는 것이죠. 이 T 세포가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의 면역체계가 정상 상태로 작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킴리아의 작용원리를 좀 더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설명드리자면, 킴리아는 환자에서 채취한 T세포 표면에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인지하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가 발현될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재조합시킨 후 다시 환자의 몸에 주입하는 방식의 항암제입니다. 이 항암제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환자마다 다르지만) 단 1회 치료로 치료 선택지가 많지 않은 재발 환자에게서 완전 관해와 지속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의료진으로부터 킴리아를 처방받은 환자는 어떤 과정을 거쳐 투여 받을 수 있을까요? 해당 약물은 환자 맞춤형 치료제이기 때문에, 특별한 방식으로 투여가 이뤄집니다. 킴리아 투여 과정을 소개해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한국노바티스]
[출처=한국노바티스]

1. 백혈구 성분 채집술(1~2일)

우선 환자는 국내 병원에서 채혈 과정을 거칩니다. 채취된 환자의 혈액에는 백혈구 세포가 있는데요, 이 백혈구 세포 안에는 앞서 킴리아 원리에서 말씀드린 T 세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처럼 환자의 혈액에서 채취한 T 세포가 포함된 백혈구 세포에서 혈액 여과 공정(이를 전문용어로 백혈구 성분 채집술이라고 부릅니다.)을 거쳐 T 세포만을 추출합니다.

이제 다음 단계는 이 T 세포를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변신시키는 과정을 거칩니다. 통상적으로 환자의 혈액에서 T 세포를 채취하는 걸리는 기간은 1~2일 정도가 걸립니다.

 

2. 세포 프로그래밍

앞서 환자 혈액에서 T 세포를 채취하는 과정을 거쳤는데요, 아직 국내에는 이 T 세포를 규제기관(식품의약품안전처,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의 가이드라인에 맞게 변신시켜 줄 시설이 없습니다. 때문에 킴리아라는 의약품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모리스 프레인즈 있는 연구소로 이동합니다. 이 연구소에서 세포 프로그래밍 뿐만 아니라 세포를 기르고(전문 용어로 배양이라고 합니다), 품질관리까지 철저히 이뤄집니다.

앞서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T 세포를 변신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씀 기억하시죠? 이를 좀더 멋지게 표현한 게 '세포 프로그래밍'이라고 합니다. 좀더 정확하게는 환자에서 채취한 T 세포를 유전적으로 변형하는 것인데요, 좀더 세부적으로 표현하자면 바이러스 매개체(비활성 바이러스)를 사용해 T 세포가 특정 항원을 발현하는 암세포와 기타 세포를 인식하도록 유전적으로 변형시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이 과정은 환자에서 채취한 T 세포를 특정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변형시키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3. 배양과 품질관리

유전적으로 변형을 시킨 환자의 T 세포를 이제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T 세포라고 부르겠습니다. 유전자 변형을 시킨 CAR-T를 기르는 과정을 통해 환자의 몸에 충분히 주입할 수 있는 양까지 길러냅니다. 이후 배양된 CAR-T 세포는 환자들에게 주입하기 위해 엄격한 품질 관리를 받게 됩니다.

미국에서 이처럼 세포프로그래밍부터 품질관리까지 총 3~4주가 걸립니다. 이렇게 철저한 품질관리를 거친 CAR-T 세포는 비행기를 타고 다시 한국으로 옵니다.

 

4. 림프구 고갈 화학요법(2~14일)

미국에서 온 CAR-T 세포는 이제 킴리아로 부르겠습니다. 킴리아를 환자의 몸 속에 주입하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 있습니다. 환자의 백혈구 수치를 낮춰야 하는데요, 이 과정을 거쳐야지만 CAR-T 치료제의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은 킴리아 운반 전에 진행됩니다.

 

5. 세포 주입

환자의 몸(혈액) 속에 드디어 킴리아를 주입합니다. 이때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이상반응 등을 관리하기 위해 단기간 입원이 권고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여러 공정을 거친 만큼 킴리아의 가격은 매우 높은데요, 미국에서 킴리아 투약 비용은 1인 당 5억3566만원(47만5000달러)입니다. 일본에서 아시아 최초로 킴리아의 의료보험 적용을 승인했으며, 일본에서 약가는 1회 투여당 3억6000만원(3349만엔)입니다. 향후 국내에서도 어떤 방식으로 어떤 방식으로 킴리아 급여를 등재할 지 제약업계와 정부의 고민도 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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