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업과 만나다|
유경원 충남대 의과대학 겸임부교수
(GH바이오 대표)

릴레이 기획 대학, 기업과 만나다④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은 ‘K-제약바이오’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까지 왔다. ‘사람’이 제약바이오 발전과 변화의 핵심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가야할 길은 멀고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높다. 사람을 빼면 K-제약바이오의 미래는 없다. 신약개발을 위한 인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약바이오 산업계가 성장하고 있는 만큼 대학 역시 최근 신약개발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히트뉴스는 릴레이 기획 [대학, 기업과 만나다]을 통해 대학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전한다. 이를 통해 K-제약바이오의 산학협력이 올바르게 자리잡기를 소망하면서.

 

"기초과학자로서 갈증이 늘 있었어요. 고가의 시약과 장비로 연구를 진행하면서, 누군가를 위해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국산화 동물모델로 신약개발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석박사와 박사후과정(포닥)을 거쳐 연구교수를 맡기까지 유경원 충남대 의과대학 겸임교수는 자기 연구의 궁극적 방향성은 어디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척추동물로 분류되는 열대어 제브라피쉬와 인연으로 제브라피쉬를 모델동물로 발생학과 분자유전학을 연구한 유 교수. 기초과학자에서 창업에 이르기까지 그의 인생 여정을 찬찬히 따라갔다.

유경원 충남대 의과대학 겸임부교수를 만나 연구활동과 지에이치바이오에 대해서 들어봤다. 
유경원 충남대 의과대학 겸임부교수를 만나 연구활동과 지에이치바이오에 대해서 들어봤다. 

 #1. 발생학 기초연구자를 창업으로 이끈 유전자가위 

교수님이 기초과학자로서 어떤 연구를 하셨는지 궁금해요.

"대학시절 학부생으로 연구실에 들어가서부터 석사(대구) 박사(대전) 포스닥(미국 메릴랜드)을 거쳐 연구교수(익산)를 거쳤어요. 이 기간 동안 척추동물로 분류되는 열대어 제브라피쉬와 기초연구의 동반자로 인연을 맺었어요. 제프라피쉬를 모델로 발생학과 분자유전학을 연구했어요.

제브라피쉬의 진화학적 분류는 어류로, 척추동물로 시작되는 종입니다. 때문에 인간이 가지는 대부분의 필수 장기를 가지고 있어요.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수정된 수정란은 세포분열과 세포이동, 분화, 세포간 상호작용 등 정교한 발생과정을 거쳐 각종 기능과 역할을 가지는 장기와 조직을 갖춘 개체로 탄생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생명현상의 일부를 분자수준에서 기능유전체학과 접목해 연구를 했습니다. 학부를 유전공학으로 시작해서인지 몰라도 유전자 클로닝, 유전자 조작 등 DNA 분자를 다루는 일과 늘 함께 해왔습니다." 

 

미국 NIH에서는 발생학을 기반으로 암세포 분화와 관련된 연구를 하셨잖아요.

"석박사를 하는 동안에는 주로 배아 발생 초기의 신경세포 발생과 혈관 혈구세포의 발생에 관여하는 다양한 단백질들의 기능을 연구했어요. 이후 미국 NIH에서 물고기 옆선(감각기관) 형성 과정을 모델로 세포이동과 증식과 분화를 통한 기관형성을 연구했습니다. 이것은 암세포의 다양한 행동양식과 암세포 전이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기초연구라고 볼수 있죠. 

발생학은 각 조직과 기관마다의 발생이라는 현상을 관찰한 뒤, 이를 이해하고 그 현상 이면에 작동하는 유전자의 기능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현상 안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질병을 연구할 수 있는데요, 가령 암, 퇴행성질환, 간질환, 다양한 유전병들, 당뇨병, 자가면역질환, 정신질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유전자들의 작동방식을 분자생물학적 유전학적 발생학적 맥락에서 이해하는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발생학을 토대로 인간의 다양한 질환을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유전자가위 기술도 이 당시 만나셨나요?

"미국 NIH에 있을 무렵 탈렌(TALEN)과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이라는 유전자가위기술을 연이어 접하게 됐습니다.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제가 수행하던 발생모델의 유전자 기능연구에 접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돌연변이를 무작위로 유발해서 얻은 비정상적인 개체에서 어떤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났는지를 찾아내거나, 혹은 발생 시기에 일시적으로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방법을 쓰곤 했죠.

실험동물에 유전자가위 기술의 도입이 시작되면서 연구에 역유전학(Reverse Genetics;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알아보기 위해 유전자의 돌연변이 등을 만들어 나타나는 표현형을 분석하는 연구방법으로 정유전학(Forward Genetics)에 반대되는 개념) 접근법이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도입되기 시작했어요."

 

유전자가위 기술로 실험동물 사업을 시작하셨는데, 유전자가위 기술 이전과 이후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유전자가위 기술이 범용적으로 사용되기 전에는 미국과 일본의 비영리연구기관이 전세계 질환모델 실험동물을 공급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어요. 유전자가위 기술이 등장하면서 비교적 쉽게 연구자들이 원하는 형태의 유전자를 변형한 실험동물 모델 제작이 가능해 졌죠. 저 역시 이런 환경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이 시기에 중국에서도 관련 산업이 활성화 되기 시작했어요.

미국에서 돌아와 익산 원광대 의대에서 대사조절 관련 유전자의 기능 연구를 발생모델에서 수행하다가, 대전에서 국내에 다른 연구자들에게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유전자결손 동물을 제작해 주는 서비스 사업을 시작하게 됐죠. 당시 국내에는 유전자결손 마우스 제작에 대한 잠재 수요는 급증하고 있었지만, 그 수요에 대한 시장에서의 공급은 없었거든요."

지에이치바이오 핵심 기술[출처=회사 IR 자료]
지에이치바이오 핵심 기술[출처=회사 IR 자료]

 #2. 수요 높은 사업이었지만 높은 투자와 창업의 벽 앞에… 

그렇게 창업한 회사가 GH바이오죠? 해당 서비스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실험동물인 생쥐(mouse)에서 유전자 가위기술을 활용해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원하는 위치에 삽입하거나 원하는 모양으로 편집해 기초연구자와 신약개발자에게 수요 맞춤형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마우스 동물모델 연구팀이 있어서 창업이 가능했어요. 그간 업력이 누적돼 온만큼 기술력도 축적되고 고도화 돼 2014년에 시작했을 때보다 수준 높은 생체 유전자 편집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국내 생명과학 연구와 제약바이오 신약개발에 수많은 질환모델 생쥐들이 활용되는데,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었습니다. 공동 창업자이시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정년 퇴임하신 유대열 박사님의 오랜 숙원이었던 질환모델 동물 국산화에 나섰죠. 

앞으로 지속적으로 모델동물 개발과 기술고도화 작업을 통해 질환모델 실험동물의 소재 독립을 확장해 갈 것입니다. 이를 통해 제약바이오산업에 중요한 인프라 구축에 나설 예정입니다. 실험동물 소재도 국가의 제약바이오산업을 견인하는 중요한 인프라거든요. 바이오 산업 생태계분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며 국산화 동물모델로 신약개발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미국과 일본 주도의 실험동물 시장에서 중국이 급성장했다고 하셨는데, 중국과 경쟁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연구활동을 한 미국계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국 회사들이 많습니다. 여기에 국가차원의 지원으로 높은 질과 함께 가격 경쟁력도 갖추고 있어 무서운 경쟁 상대입니다.

우리 회사도 중국과 미국의 다른 회사들과 본격적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툴젠으로부터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이전 받아서 더욱 고도화된 기술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연구자 길 대신 창업을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시행착오도 겪을 셨을 것 같고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아는 것이 없으니 묵묵히 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웃음). 세금계산서 끊는 방법부터 구글링 하면서 하나하나 부딪히며 배워 나갔죠. 연구 생활처럼 묵묵하게 해 나갔죠.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점차 수익성이 떨어지고 신경 써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더라고요.

자체 시설인프라 없이 연구개발과 수익창출의 두마리 토끼를 잡기가 정말 쉽지 않았어요. 자체시설 마련에서 필요 자금 유입이 적절한 시기에 진행되지 못해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두 번이나 기로에 서게 됐었죠.

사람은 필요한데 돈은 없다보니 돈을 벌어서 사람을 뽑아야 하나, 사람을 뽑아서 돈을 벌어야 하나 그런 고민들을 했던 것 같아요(웃음). 기로에 설 때마다 결단을 내려야 했죠. 돌이켜 보면 좀더 빠른 템포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더라면, 지금쯤 글로벌 무대에서 리딩 기업으로 대등하게 경쟁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어요. 하지만 때론 참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은 모든 것이 감사하고요. (웃음)."

 

현재 투자현황은요?

"2019년도에 엑셀러레이터 도움과 씨드머니로 팁스(TIPS) 프로그램으로 시작하게 됐고, 지난해 상반기에 대덕테크노밸리 내에 자체 연구시설과 동물사육 클린룸 시설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말에 프리 A(pre-A) 투자유치를 완료하면서, 이제 제 2의 도약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면역항암제와 항체 치료제 등을 보면 인간화마우스가 많이 등장하잖아요. 관련 서비스도 진행하고 계신가요?

"인간화마우스(Humanized mouse)를 추가 개발 중 입니다. 생쥐에서 인간화는 ▷생쥐의 유전자를 인간 유전자로 대체하는 Genetic Humanization과 ▷면역거부반응이 무력화된 생쥐에 인간 세포를 주입해주는 세포·장기 인간화(Cellular Humanization)로 구분됩니다. 우리는 두 모델을 모두 개발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개발된 인간화 마우스를 이용해 약물 효능평가 서비스도 병행하고 있고요.

이외에도 T-세포, B-세포, NK-세포 등의 림프구성 면역세포가 모두 없는 중증 면역부전마우스(Severe Immuno-deficient mouse)를 개발해 국내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 동물을 이용해 세포 인간화 기술 측면에서 다양한 접목이 가능합니다.

인간 줄기세포를 이식해 기형종(Teratoma) 형성을 통해 줄기세포의 전분화능을 검사해 주는 서비스와 인간 암세포를 이식해 개발 중인 항암제의 항암 효능평가 서비스도 가능합니다. 이와 더불어 유전자변형기술과 유도줄기세포 제작기술을 접목해 충남대 의대 연구진 주도의 새로운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도 협력하고 있습니다."

 

실험동물을 기반으로 향후 신약개발 계획이 있으신가요?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기는 어렵지만, 현재 누적돼 온 실험동물 생체유전자변형 기술플랫폼을 토대로 항체 신약을 발굴하는 플랫폼 동물 개발 계획이 있습니다."

 

유경원 겸임부교수가 추천하는 Next Interviewee?

"카보엑스퍼트를 창업하신 박종태 충남대학교 교수님을 히트뉴스에서 뵙고 싶어요. 박 교수님은 현재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저와 같이 창업의 길을 걷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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