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경구제의 대안…글로벌 제약시장서 환영받을 만하다
씨티씨, 의료용 대마(CBD) · CMG제약, 조현병치료제 개발

물 없이 녹여먹는 필름 약은 다양한 질환 치료제로 적용될 수 있고 활용가치도 높다.

기존 제형과 비교하기보다, 약물 전달기술(DDS)로 환자 복약순응도를 개선한다는 특성을 살리면 시장은 유망하기 때문이다.

'필름형 약'은 구강용해필름(Orally Disintegrating Film, 이하 ODF)을 의미하며 혀 위에 올려놓고 물 없이 녹여 복용할 수 있는 필름 형태 의약품이다. 

복용 편리성, 함량 정확성, 휴대 편의성을 개선한 게 특징이다. 경구제 약을 복용하기 어려워하는 노인, 소아, 연하장애(삼킴장애) 환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입 안 모세혈관으로 흡수해 알약보다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허가규정 상 신규제제/제형(개량신약)으로 제형의 진보성을 인정했다.

국내 구강용해필름 시장은 현재 사업 초기 단계다. 용어도 ODF, OSF, OTF 등 다양하게 혼용돼왔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OSF(Orally Soluble Film)이 사용되지만 국내에서는 2016년부터 식약처가 'ODF'로 용어를 통일해 쓰기로 했다.

구강용해필름은 1970년대 '약물 전달기술(DDS)' 중 하나였고 1997~2005년부터 제제연구자들이 코팅기술을 도입해 적정한 형태, 투여할 혀나 구강점막 등 위치를 고려한 크기, 생산가능한 두께, 환자투여 시 적합한 향 등을 고려해 가능성을 확립했다.

이후 API(원료의약품)을 구강용해필름에 적용할 연구가 진행됐고, 대량생산 가능한 생산장비들로 상용화가 됐다. 현재는 필름용해속도 조절, 미세분말특수 코팅 등 장용제들도 개발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구강용해필름을 허가받고 일본, 인도, 중국 등 제약사들도 기술이나 상품 도입 파트너링과 자체 개발하고 있다.

전 세계 구강용해필름 시장은 2009년 2000억원 규모에서 급증해 2017년 약 2조3000억원(약 21억 달러), 연 평균 10.5% 성장했다. 오는 2023년, 약 4조4000억원(약 40억 달러) 시장을 이룰 전망이다.

국내 관련 시장은 충분한 자료가 없고, 기술력 가진 제약사가 ▲씨티씨바이오 ▲CMG제약 ▲씨엘팜 ▲서울제약이다. 하지만 이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CMG제약은 지난해 11월 분기보고서를 통해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유럽의 일부 제약사들은 앞으로 약 25년 내 정제(Tablet) 시장의 약 20%를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구강용해필름 제조 기술을 보유한 씨티씨바이오, CMG제약, 씨엘팜, 서울제약
(왼쪽부터 시계방향) 구강용해필름 제조 기술을 보유한 씨티씨바이오, CMG제약, 씨엘팜, 서울제약

국내 최초로 구강용해필름 제조 기술을 개발한 제약사는 씨티씨바이오다. 제제기술을 연구, 판매하는 사업의 제약사인지라 2010년 SK케미칼에 이전했다. SK케미칼은 지난 2011년 12월 발기부전 치료제, 천식·알레르기 치료제 등을 각각 구강용해필름 상업화에 나섰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필름화는 세계 최초다.

뒤이어 서울제약, CMG제약, 씨엘팜 등이 씨티씨바이오의 기술력을 뒤쫓았다. 국내 시장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연 평균 10.2%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후발사들은 위수탁 사업을 해 허가받고 판매하는 제약사가 많아 보이게 했다.

특히 발기부전 치료제나 정신질환 치료제를 필름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눈에 띄는 알약보다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기 때문.

다만, 후발사의 위수탁으로 인해 구강용해필름 제형 발기부전치료제가 많아 보인다. 기술력 가진 제약사로선 다른 질환 치료제로 상업화할 노력이 필요하다.

전홍렬 씨티씨바이오 대표는 히트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해외에 구강용해필름 허가받고 판매하는 국내 회사는 우리가 유일하다"며 "국내 시장에서는 난립하는 것 같다는 이미지가 생겼다. 평가 절하된 만큼 필름의 쓰임새를 넓혀야 할 때"라고 했다.

씨티씨바이오가 해외 수출계약을 맺고 공급하는 품목은 발기부전치료 성분 ▲실데나필 ▲타다라필 2품목이다. 야뇨증 치료제 오리지널을 가진 페링은 씨티씨바이오에 필름형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지 의뢰했고, 씨티씨는 기술이전 해준 사례도 있다.

국내 품목허가, 판매하는 품목은 ▲도네페질(치매치료) ▲데스모프레신(야뇨증치료) ▲메클리진(멀미 완화) ▲실데나필(발기부전치료제) ▲타다라필(발기부전치료제) ▲엔테카비어(B형간염 치료제) ▲시메티콘(가스제거제) 등 7품목이다.

씨티씨바이오는 발기부전치료제 이외 전문의약품(ETC)와 일반의약품(OTC) 그리고 건강기능식품까지 다양한 품목군에 활용했다. 

CMG제약은 모기업에게 사업을 이어받아 조현병 치료제 오리지널 아빌리파이의 필름형 '데핍조(성분명 아리피프라졸)'로 개발해 미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이외 ▲편두통 치료제 ▲바이러스 치료제를 허가받고 출시하겠다는 목표다.

씨티씨바이오는 지난해 7월 경상북도가 주관하는 산업용 헴프 규제특구사업에 선정돼, 대마의 일종인 칸나비디올(CBD)을 연구하게 됐다. 국내에선 연구하기 어려웠던 CBD로 개량신약 제제를 개발하고, 향후 해외 CMO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씨티씨바이오는 CBD 사용 규제에서 자유로운 해외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 2019년 3분기 ODF(구강용해필름) 제제기술을 적용해 '칸나비디올을 함유하는 구강내 속붕해 제제(ODF)'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이처럼 CMG제약과 씨티씨바이오는 개발경험과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질환, 치료 영역에서 파이프라인을 확대할 계획이다. 마침 식약처도 규제를 완화해 구강용해필름 제형 개발을 장려할 방침이다.

지난 2016년 경구제에서 구강용해필름으로 제형변경할 때 일반의약품으로서 성분 종류나 함량이 표준제조기준에 적합하거나 구강에 흡수되지 않음을 입증하면 비교임상시험자료나 생동성자료 등을 내지 않아도 되게 했다. 지난해에는 일반의약품 개발을 활성화할 의도로 구강용해필름 제형을 별도 신설했다.

전홍렬 대표는 "구강용해필름을 제형의 일종으로 보면 활용방안이 좁아보인다"며 "약물전달 기술로 본다면 가능성이 많다. 환자를 위해서도 다양한 의약품에 접목해 볼 소지가 높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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