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일반의약품은? 약국의약품이면 이해 쉬울 것"

 강신정 박사의 의약품 허가&등재 [5]    전문의약품  

동네 약국의 유리창에 '전문의약품은 공공재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우연히 보았다. 쉽지 않은 두 개의 복합어로 구성된 문장이었다. 바로 이해되지 않았다. 다시 읽어보았다. 처음부터 막혔다. '전문의약품'이라는 말이 걸림돌이었다. 

일반인의 경우에는 더욱 더 어렵게 느낄 수 있다. 전문의약품의 정의를 접할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전문의약품에 대한 개념도 막연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포스터의 옆에 작은 글씨의 보조 포스터가 또 붙어 있었다. 포스터의 글귀가 어려우면 보조 포스터를 참고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은 이미 일상의 용어가 된 지 오래다. 약상자에 이들 중 하나는 반드시 명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평소 약병에 인쇄된 전문의약품을 읽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다. 전혀 걸리적거리지 않았다. 치료약이니 당연히 전문의약품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포스터에 적힌 문장을 읽을 때는 약간 달랐다. 전문의약품이라는 용어에서 머뭇거렸다. 전문의약품에 대한 개념의 구체화가 필요했다. 전문의약품의 카테고리를 선명화하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전문의약품의 정의는 약사법을 뒤져야 찾을 수 있다. 약사법 제2조(정의)에 '전문의약품은 일반의약품이 아닌 의약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반의약품에 대한 개념이 서야 전문의약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의약품의 정의인 '오용과 남용될 우려가 적어 의사의 처방 없이 사용하더라도 안전하고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의약품'을 몇 번은 읽어야 한다. 

의약품을 두 가지 부류로 나누는 것은 1951년 미국에서 Durham-Humphrey 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시작되었다. FDA는 의약품을 처방의약품(Prescription drug)과 약국의약품(OTC ; Over-the-counter Drug)으로 분류하고 있다. 전자는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는 약, 후자는 의사의 처방전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약을 말한다.1)

대한약사회 사무국 위치에 설치된 전문의약품은 공공재 캠페인 포스터
대한약사회 사무국 위치에 설치된 전문의약품은 공공재 캠페인 포스터

서독에서도 의약품을 처방의약품(Rp : Rezeptpflichtig)과 약국의약품(Ap : Apthekenpflichtig)으로 분류하는 제도는 1957년 이미 시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신약으로 허가 받은 탈리도마이드 성분 함유 캅셀제를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도 처방의약품 (POM : Prescription Only Medicine)과 약국의약품 (PM : Pharmacy Medicine)으로 분류한다. 일본은 1967년부터 의료용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대부분 국가에서 미국의 의약품 분류 제도를 따랐다. 처방전을 필요로 하는 의약품과 처방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의약품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의약품의 특징이 반영된 명칭으로 작명하였다. 처방의약품과 약국의약품으로 명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전문가의 관점에서 관찰되는 의약품의 특징이 반영된 명칭으로 작명했다. 오용과 남용될 우려가 있는 의약품은 전문의약품, 오용과 남용될 우려가 없는 의약품은 일반의약품으로 명명했다. 지금도 그렇게 사용되고 있다. 

의약품의 소비 주체는 환자이다. 이제 소비자를 위한 명칭이 필요하지 않을까?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명칭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인식하고 있는 의약품의 특성이 반영된 그런 명칭이면 더욱 더 좋다. 아주 간단하다. 영국에서 사용되는 명칭처럼 바꾸면 된다. 약국에서 약을 구입할 때 처방전이 필요하면 처방의약품, 그렇지 않으면 약국의약품으로 명명하면 된다. 물론 약사법의 개정까지 연결된다면 금상첨화이다. 

앞으로 '전문의약품'을 만나면 '처방의약품'으로, '일반의약품'을 만나면 '약국의약품'으로 간주하자. 약국에 게시된 포스트를 보게 되면 그대로 읽지 말고 '처방의약품은 공공재입니다'로 읽어보자. 걸림돌이 사라질 것이다. 혹시 '처방의약품이 왜 공공재일까?'라는 의문이 생기면 도랑에 큰 돌을 치워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는 증거이다. 개칭의 효과인 셈이다.


1)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제도 시행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 2016 최상은 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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