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팀장

신정섭, 황만순, 김명기 등등. 국내 바이오벤처를 취재하며 만난 벤처캐피탈(VC) 관계자들이 꽤 있다. 이미 국내 주요 바이오 투자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높은 수익률을 낸 그들을 보며, 도대체 VC들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도대체 이 업계는 어떻게 돌아가고, 그들은 어떤 기준으로 바이오 기업에 투자를 하는지. 이런 고민을 털어 놓자 '정지영 부장님을 한번 인터뷰 해 보시지요. 협회에서만 20년 이상 계셨고, 투자 심사역을 바이오로 인도한 투자업계 대모시죠.'라는 추천을 받았다.

2014년 벤처캐피탈리스트 Technical-Professional 과정(벤처캐피탈 바이오 어드밴스드 과정)을 만들어 심사역들이 바이오 과정을 공부할 수 있도록 토대를 구축한 사람이 정지영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팀장이다. 당시만 해도 바이오 전문 심사역은 20명도 채 안 됐던 시절이다. 강사진도 화려하다. 배진건 박사와 이동호 대표를 비롯해 이상훈 대표, 이정규 대표, 이승주 대표 등등.

뿐만 아니라 카바 교육 과정을 통해 VC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도 중심적 역할을 했다.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이들은 약 50% 이상이 VC 업계에 취업했다. 정인혁 지엔텍벤처투자 상무 역시 카바 2기를 수료했다. 오랫동안 몸담은 교육팀을 떠나 올해 새롭게 홍보팀에서 협회 활동을 적극 알리겠다는 정지영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홍보팀 팀장을 만나 다양한 VC 업계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랫동안 몸담은 교육팀을 떠나 올해 새롭게 홍보팀에서 협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정지영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홍보팀 팀장을 만나 다양한 VC 업계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4년 처음으로 바이오어드밴스드 과정을 개설하게 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바이오 분야가 워낙 전문적이잖아요.

"당시만 하더라도 바이오 전문 심사역이 20여명 내외였어요. 이 분들이 주도적으로 바이오 분야에 투자하셨죠. 그러다 바이오 산업이 점차 성장하면서, 다른 분야 심사역들도 바이오 투자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어요. 

비전공자 입장에서 바이오는 참 어려운 분야잖아요. 용어 자체도 너무 생소하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투자 결정을 위해 직접 물어보기도 애매하고요. 처음에 VC 업계 비전공자를 위한 교육을 만들어 보자는 데서 시작했어요.

저 역시 강사진과 소통하기 위해서 두달동안 해당 임상 용어 등을 익히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어요. 2014년 첫 교육과정에 심사역 약 70~80명이 참여했어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강사진 역시 역대 최강이었죠.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님, 이상훈 한화케미컬 상무님(현,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배진건 박사님이 강의를 해 주셨어요."

 

바이오 산업은 다른 산업 군가 많이 다르잖아요. 특히 신약개발만 놓고 보면, 제품 자체도 없어요. 심사역들이 투자 결정을 내리기 더 어려운 분야인 것 같아요.

"저도 다양한 바이오 기사도 모니터링하고, 공부를 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신약개발만 보더라도, 다양한 전략으로 연구와 개발을 진행하고 있잖아요. 제가 강사진을 섭외 할 때, 꼭 부탁드리는 부분이 있었어요. 단순 학술적인 내용이 아니라, 투자 관점으로 해당 산업을 소개해 달라고요.

강사진으로 오시는 신약개발자를 비롯한 제약바이오 업계 분들도 사실 VC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이 교육이 VC와 신약개발 생태계 관계자분들이 만날 수 있는 장(場) 이었다고 생각해요.  교육이 정착하면서, 현재 바이오를 전공한 심사역이 점차 늘어났어요. 작년 기준 60여명이 바이오 전공자가 VC 업계에 들어왔어요. 바이오 심사역만 해도 이젠 200명 이상으로 알고 있어요."

 

바이오 전문 심사역이 10명일 때부터 200명에 이를 때까지 쭉 지켜 보셨는데, 소회가 남다를 실 것 같아요.

"업계가 성장한 것을 같이 봐 왔으니, 뿌듯해요. 사실 VC 업계는 진입 장벽이 높아요. 공채 시스템도 없고, 대부분 1인 사업자처럼 움직여야 하니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 것이 많아요. 바이오 전공자들이 VC 업계에 들어와서 겉모습과 다른 면에 많이 힘들어 하시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바이오 기업 분들과 VC의 접점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요."

 

VC는 왜 공채 시스템이 없을까요?

"투자업 자체가 산업을 모르면 할 수 없고, 돈을 다루다 보니 모럴 헤저드 관련 사고가 많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곳이죠. 이런 이유로 네트워크 기반으로 대기업이나 벤처에서 기업 경험이 있는 분이나 평판 조회를 어느 정도 마친 인력을 채용할 수 밖에 없어요. 최근 들어오는 심사역들은 이직률이 높아요. 보통 저희 업계에서 5년 이상 버티면 60세까지 일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5년을 버티가가 쉽지만은 않죠."

 

왜 심사역의 이직률이 높을까요?

"막상 들어와 보니 자신들이 생각한 부분과 많이 달랐을 거에요. VC 업무가 개인의 성향과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업무량도 정말 많은 편이거든요. 보통 연간 심사역 70~100명이 입사해 VC 업계를 떠나거나 다른 하우스로 이동하는 것 같아요. 외부에서 보는 것만큼 VC가 마냥 화려하지만은 않거든요."

보통 성공하신 분들만 뵙다 보니…저 역시 화려하게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높은 수익률, 대규모 펀드 운용하는 것 보면 정말 대단해 보였거든요.

"VC는 사실 감정노동자에요. 업무량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투자한 회사들의 성장 전략도 함께 고민해야 하고, 각 회사 대표들의 애로사항들도 늘상 경청해야 하는 입장이죠. 생각해 보면 각 회사 대표들이 자신들의 애로사항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 투자자 말고 없을 테죠.

특히 심사역들이 겪는 다양한 애로사항을 듣다 보면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하죠. VC는 결국 수익률도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해 나가야 하다보니 각 회사 대표들과 지속적으로 만나야 하거든요. 이 작업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요."

 

카바 교육을 통해 바이오 심사역을 양성할 수 있는 토대가 됐잖아요. 카바 교육은 어떻게 만드신거에요?

"본격적으로 2015년부터 위탁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주중 수업으로 VC 교육과 인턴십 매칭을 통해 정규직으로 VC에 채용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매년 20명씩 신규인력을 양성하고 있어요. 정말로 VC가 되고자 하는 분을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흥미로운 말씀 듣다보니 시간이 훌쩍 갑니다. 투자 업계 대모로서 심사역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심사역은 산업에 대한 해박한 지식, 기업발굴, 회수 능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명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바이오 투자는 긴 호흡이 필요해요. 투자기업과 접점을 만들어 가치상승(value up)할 수 있는 방안을 꼭 고민해 주시길 바랍니다. 모든 심사역들 화이팅 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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