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의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의 신속허가심사제도 비교

'신속한 심사'와 '신속심사'는 다른 절차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절차로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신속심사는 기존의 3상 조건부 허가를 제도화한 용어이며, 신속한 심사는 심사시간을 대폭 단축하는 절차이다. 

지난 해 11월 2일 김강립 식약처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강조한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의 신속한 심사와 허가체계 구축계획에 대해 많은 관심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신속한 심사가 부실허가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신속심사 등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제약선진국에서 정밀한 요건 및 절차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며, 우리나라도 조건부 허가라는 방식으로 신속심사제도를 운영해 오면서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지난 해에는 식약처에 신속심사 등의 전담부서인 신속심사과가 신설돼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가능한 상황이다. 

히트뉴스는 신속심사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유럽, 일본의 신속심사 등에 대해 자세히 분석한 글을 소개한다.  

이재현 성균관대학교 교수
이재현 성균관대학교 교수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의 신속허가심사제도 비교
-미충족 의료수요를 위한 의약품 접근성 확대 제도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사회 전반에서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이러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을 포함하여, 희귀질환이나 난치성질환 등 여러 영역에서 아직까지 적절한 치료제가 없어 소위 ‘미충족 의료수요(Unmet Medical Need)’가 존재하고 있다. 그동안 제약업계는 신약개발을 통해 미충족 의료수요의 해결 방안을 찾아왔다. 하지만 신약개발의 과정에는 후보물질탐색부터 10여년이라는 긴 시간과 1조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의 투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충족 의료수요의 해결을 위한 신약개발은 해당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절실한 것이기에 이를 촉진하기 위한 국가기관의 정책과 제도 또한 요구되고 있다.

제약선진국인 미국, 유럽과 일본에서는 미충족 의료수요의 해결을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여러 종류의 신약개발지원과 관련된 신속허가심사제도1)를 시행 중에 있으며, 현재에도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한 신약개발과 시판허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신속허가심사제도인 Rolling review Rolling Review2), Accelerated Assessment(AA) 및 Conditional Marketing Authorization(CMA)을 통해 심사기간을 대폭 단축함으로써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였다. 한편, 미국과 영국에서는 국가적 재난상황이나 전쟁 등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아직 시판허가를 받지 않은 의약품을 긴급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Emergency Use Authorization(EUA)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우선 접종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언론을 중심으로 ‘우선사용승인’이라는 용어로 표현되고 있음), 해당 제도는 신속허가심사제도와는 그 목적부터가 다소 상이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에 대한 신속허가심사가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바, 미국, 유럽과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의약품 신속허가심사제도를 비교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은 1988년부터 의약품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확대하고자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 사용되는 의약품의 신속한 개발 및 시판허가를 위해 Fast Track Designation(FTD)을 시행해 왔다. 아울러 안정성과 유효성에 대한 개선이 있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허가심사기간을 단축하는 제도인 Priority Review Designation(PRD)과 함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대상으로 기존의 치료방법보다 효과적인 치료제에 대한 개발과 허가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대체지표를 기반으로 허가심사하는 Accelerated Approval(AA)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BTD) 제도를 통해 중증질환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치료를 목표로 하는 임상시험 초기에 상당히 개선된 치료 효과가 확인된 획기적 의약품에 대해서는 그 개발과 허가를 촉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1995년 Marketing Authorization under Exceptional Circumstances(MAEC) 제도가 의약품 신속허가심사를 위해 처음 시작되었다. 동 제도는 희귀질환 등에 대한 치료제이나 임상시험에서 확증적 근거를 제출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시판허가를 내주기 위해 운영되었다. 이에 따라 허가된 의약품은 제품설명서에 안전성과 관련하여 근거가 아직 불충분하다는 점을 고지함과 아울러 위험관리계획, 연간재평가 등의 허가조건을 이행해야 한다. 한편 2006년부터 Conditional Marketing Authorization(CMA)이 시행되고 있는데,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나 공중보건상의 위급한 상황 또는 희귀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서 확증적 근거를 제출하기 전에 시판 후  추가적인 확증적 임상시험을 조건으로 먼저 시판허가를 내주는 제도이다. 같은 해부터 혁신적 치료제에 대해 심사기간을 단축하는 Accelerated Assessment(AA)를 시행하였으며, 2016년부터는 미충족 의료수요의 해결을 위해 혁신적 의약품의 개발과 허가를 지원하는 PRIority MEdicine(PRIME)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의약품 신속허가심사제도는 Priority Review(PR)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제도는 희귀의약품, 심각한 질환을 치료하는 신약 등 의학적으로 중요한 의약품에 대하여 해당 질환의 심각성과 치료적 유용성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통해 선정된 의약품을 우선 심사하는 제도이다. 2015년부터 혁신적인 치료방법이 필요한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의약품 등에서 현저한 유효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세계 최초로 일본에서 조기 개발, 신청된 의약품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상담 및 심사를 실시하고 허가과정을 지원하는 제도인 Sakigake가 시행되고 있다. 2017년부터는 심각한 질병에 효과적인 치료제이나 확증적 임상시험이 어렵지만 이외의 임상결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는 의약품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재확인 등을 조건으로 허가하는 Conditional Early Approval(CEA)도 시행하고 있다.

미국, 유럽과 일본의 의약품 신속허가심사제도들은 신약개발을 촉진하여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결하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개발단계에서는 혁신적인 의약품으로 평가되었더라도 시판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의약품도 상당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BTD 제도가 시행된 2012년부터 2020년 9월까지 418건의 의약품이 지정되었으나 같은 기간 동안 이들 중 190건만이 허가를 받았으며, 유럽의 경우 PRIME 제도가 시행된 2016년부터 2020년 12월까지 84건의 의약품이 지정되어 (같은 기간 동안) 이들 중 12건이 허가되었고, 일본의 경우에도 Sakigake 제도가 시행된 2015년부터 2020년 6월까지 34건의 의약품이 지정되어 같은 기간 동안 이들 중 10건만이 허가된 것으로 나타났다3). 뿐만 아니라 일부 연구에서는 미국과 유럽에서 시행한 신속허가심사제도를 통하여 시판허가를 받은 제품 중 상당수가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그마저도 혁신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의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4).

우리나라도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등에 따른 신속심사 등의 신속허가심사제도5)를 운영하는 한편, 2020년 9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 신속심사과를 신설하는 등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할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에 대해 품목별 사전검토 및 전담팀의 신속한 심사를 통해 허가심사기간을 기존 180일에서 40일 이내로 단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 미충족 의료수요의 해결을 위한 의약품 신속허가심사제도의 구체적인 규정을 확립하고 이를 시행함에 있어 외국의 선례 등이 충분히 고려되기를 기대한다. 

자료 정리 : 제약산업학과 한성호 연구원

각주

1) 국가마다 ‘Approval’, ‘Authorization’ 등의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허가' 또는 '승인' 등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그 행정행위에 원래 취지가 같고 성질상 '허가'와 크게 다르지 않아 이를 구분하지 않고 '허가'로 통칭함.  

2) Rolling Review : 허가신청자료 전체를 제출하기 전에 자료의 일부를 미리 허가심사 담당기관에 제출하여 사전 검토를 받는 것.

3) "의약품 신속허가심사제도에 대한 비교연구"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제약산업학과 석사학위 프로젝트 보고서, 2021. 1, 한성호.

4) Do the EMA accelerated assessment procedure and the FDA priority review ensure a therapeutic added value? 2006–2015: a cohort study, 2016, Denis Boucaud-Maitre and Jean-Jacques Altman

5)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6조, 제37조 및 제38조,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제7조 및 제58조, 「생물학적제제 등의 품목허가·심사 규정」 제24조제3항, 제41조 및 제41조의2,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신고에 관한 규정」 제8조 및 제4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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